[사설]“한반도문제 해결할 힘 없다”… 文의 ‘뼈저린’ 국제현실 인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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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의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무회의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성과를 설명하면서 나온 얘기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당장 국제사회가 어떻게 대응할지 합의조차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한국 외교의 한계를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는 뼈아픈 토로로 들린다.

대선 전 “미국의 요구에도 ‘노(No)’를 할 줄 아는 외교가 필요하다”(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고 했고, 최근까지도 남북관계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며 북핵 해결에 자신감을 보였던 문 대통령이다. 그랬던 문 대통령이 이제 ‘국제정치에서 한국의 자리는 없었다’는 비관론으로 들릴 수도 있는 자기고백을 한 셈이다. 적지 않은 인식의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문 대통령의 인식 변화는 지난 2주간의 압축적인 체험학습 결과일 수 있다. 취임 2개월도 되기 전에 한미 정상회담과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고, 그사이에 북한의 ICBM 도발까지 있었다. 미국 방문을 통해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했고, 문 대통령 표현대로 ‘6·25 이후 최고의 위기 상황’에서 다자 외교무대에서 우리 목소리를 반영하는 성과를 냈다. 그럼에도 직접 만나보고 겪어본 결과는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북한의 ICBM 도발 이후 국제사회는 한목소리로 대응하기는커녕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구도가 형성됐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문 대통령과의 첫 회담에서 15분 동안이나 일방적인 발언을 이어갔고 “중국과 북한은 혈맹 관계”라고까지 했다. 북한이 동북아 안정을 위협하는 특대형 도발을 하고도 북-중 관계 복원이라는 선물을 받는 국제정치 현실에서 한국 외교가 갈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당장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관·개인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우리가 여기에 동참 또는 지지할 경우 중국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시달린 우리에게 이를 헤쳐 나갈 힘이 과연 있는지 자문할 수밖에 없다.

강대국에 끌려다니는 외교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균형자’를 자처하며 줄타기 외교를 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통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의 어제 발언은 냉철한 현실론을 바탕으로 우리 외교가 어떻게 중심을 잡아가며 국익을 지켜낼지 고민할 때라는 주문일 것이다.
#한반도문제#북한 icbm 도발#한미일 대 북중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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