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동호회 톡톡]도전, 성취, 공감… 생활스포츠에 빠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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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 한 달 뒤면 올림픽이 시작됩니다. 어느 때보다도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 때죠. TV 너머의 엘리트 스포츠가 아닌, 우리가 일상에서 즐기는 생활 스포츠에도 관심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요? 나날이 늘어나는 스포츠 동호인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

몰입의 순간

“첫 비행을 잊을 수가 없어요. 함께 타 주는 분 없이 처음 상공에 혼자 떠 있는 순간이었죠. 혼자인데도 누군가가 저를 포근히 안아 주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기분이 좋아서 술을 정말 많이 마셨어요. 그 짜릿함을 잊지 못해 지금껏 비행하죠. 동호회 사람들은 그 경험을 공감해 줄 수 있는 존재랍니다.”―김수진 씨(43·회사원·미래항공패러글라이딩 동호회 회원)

“자전거 타기에 집중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멀리 가게 돼요. 한 번은 저희 집이 있는 경기 의정부에서 한없이 달렸는데 어느새 서울 반포대교 남단에 이르렀죠. 다시 집에 가니 왕복 60km였네요.”―홍성수 씨(56·사업가·자전거평상복라이딩 동호회 회원)

“몽골 초원에서 말을 처음으로 타 봤어요. 그 경험을 잊지 못해 승마 동호회를 시작했죠. 아무것도 없이 넓게 펼쳐진 초원을 한 시간 이상 말을 타는 건, 정말 상상을 초월한, 가슴이 탁 트이는 그런, 시원한 맛이 있어요. 그걸 잊지 못해서 승마 동호회에 들어왔습니다.”―전영숙 씨(61·중학교 교장·교총 승마 동호회 회원)

“다른 스포츠들을 해 오다가 또 다른 도전을
위해 30대 중반에 패러글라이딩을 시작했어요. 하고 싶다, 하고 싶다 말만 하지 않고 정말 해 보는 삶을 살고 싶었죠. 40세에 중년을 아름답고 의미 있게 보내는 법을 찾았고 결국 직업도 바꿨답니다.”―김광식 씨(47·패러글라이딩 강사)

“말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순간, 즉 ‘인마일체(人馬一體)’의 순간이 있죠. 승마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살아 있는 생명체와 함께하는 운동이잖아요. 말과 호흡이 잘 맞을수록 즐거워집니다. 오늘은 말의 리듬을 제가 좀 안 것 같아 느낌이 좋네요. 제가 땀이 잘 안 나는 체질인데 이렇게 등이 흠뻑 젖었잖아요. 운동을 하면서 누군가와 교감할 수 있어 좋습니다.”―이희원 씨(60·중학교 교장·교총 승마 동호회 회원)

몸과 마음을 돌보다


“론볼(론볼링)은 영국 왕실 스포츠인데 한국에선 장애인이나 노인들이 많이 합니다. 몸보다는 머리를 더 많이 써요. 휠체어를 타게
된 뒤로 소화제 진통제 소염제 등을 한 움큼씩 먹었는데 론볼을 시작한 뒤엔 약을 끊었죠. 병원을 안 가 보험료 환급까지 받았는걸요. 동호회에 와서 좋은 휠체어 고르는 법 등의 정보도 교환하고 심리적으로도 위안을 받아요. 운동 전엔 가족들에게 화도 많이 냈는데 이젠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잡니다. 가족들도 좋아해요.”―백영수 씨(65·서울장애인론볼연맹 회원)

“자전거로 28kg 감량한 사람도 있어요. 저도 3개월 만에 지방간 수치가 확 좋아졌어요. 혼자라면 못해냈을 거예요. 배 둘레도 많이 줄었고요.”―최재헌 씨(58·자동차 회사 관계자·자전거 동호회 회원)

“화요일마다 지적장애 아이들이 승마를 해요. 처음엔 말에서 뛰어내리고, 안 타려고 도망가곤 했어요. 이젠 많이 달라졌어요.
승마는 말과 교감을 해야 하는 데다 자신의 몸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심신의 건강을 찾을 수 있는 스포츠거든요.”―박월자 씨(59·동서울승마클럽 운영)

자전거로 전국을 X자로 횡단

“전국을 X자로 가보자는 목표를 세웠죠. 작년엔 서울∼부산을, 올해엔 강릉∼목포를 횡단했어요. 밤 12시 강릉에서 출발해 무주에서 하루 묵고, 다음날 오후 9시에 목포에 도착했어요. 혼자면 이렇게까지 못했을 겁니다. 사람들이 서로 끌어 주니 가능했어요.”―송창현 씨(31·엔지니어·자전거 동호회 회원)

“저희는 전국 명산 100개를 정해 놓고 가기로 했어요. 매년 10개 산을, 10년간 총 100개 올라보는 ‘10년 프로젝트’지요.”―이성화 씨(53·정보기술 전문가·컴퓨터 회사 사내 동호회 회원)

“경기 청평에서 가평까지 15km를 롱보드를 타고 이동했어요. 코스 절반이 오르막에 뙤약볕이었어요. 터널이 나왔는데, 거기도 오르막인 거예요. 하지만 터널 끝에서 내리막이 시작됐죠. 심지어 빛까지 들어와 마치 구원받는 기분이었습니다. 보드는 도전과 성취감, 짜릿함이에요.”―정기현 씨(25·선박시스템 설계사·보드 동호회 회원)

“보드가 위험할 때도 있어요. 보드가 날아가 버리면 뇌진탕을 일으키기도 해요. 보드를 던지는 기술을 쓰다가 정강이에 맞아서 금이 가기도 하죠.”―김설희 씨(26·디자이너·보드 동호회 운영진)

동호회 연애, 마냥 좋지 않아

“동호회에서 만나 결혼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흰 4쌍을 배출했죠. 결혼하고 자녀를 낳으면 차츰 안 나오는데, 총 8명이니 회원이 확 줄었어요. 심지어 짝사랑했던 분들도 그만두니까요. 운영자로선 회원들의 연애를 원치 않아요. 하하.”―백준현 씨(53·패러글라이딩 강사)

“승마를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해요. 가족끼리 승마 이야기만 해도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여행 가도 먹는 것 말고도 할 일이 많이 생겼어요.”―홍정기 씨(41·건축자재회사 운영·승마 동호회 회원)

“20대 아들이 아버지를 모시고 저희 동호회에 왔어요. 저희는 아버지 또래들이 많으니까요. 아들이 아버지 운동복도 사 주고…. 멋진 친구죠.”―이성진 씨(42·사업가·자전거 동호회 회장)

“일산에서 축구 동호회 수가 250∼300개는 될 거예요. 근데 경기장은 부족하죠. 실내 체육관을 짓는 추세이다 보니까 실외 운동장은 점점 줄어드네요.”―임익성 씨(53·일산축구연합회 부회장)

“미래사회에선 즐거움과 재미가 핵심 요소인데 스포츠야말로 이를 충족하기 좋은 수단이죠. 사회가 성숙할수록 생활체육의 인기가 높아질 겁니다.”―김범식 씨(63·성균관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스포츠를 함께하는 이유

“저희는 초중고교를 모두 함께 다닌 친구죠. 재미삼아 축구하다가 잔디 있는 구장에서 차고 싶어서 동호회로 조직화했어요. 풋살은 12명이 있어야 하는데 친구끼리만 하면 인원이 모자랄 수 있거든요. 인터넷 게시판에 ‘오늘 같이 뛰실 분’이라는 글을 올려 ‘용병’을 구할 때도 있어요. 마음 맞으면 이분들도 동호회로 들어오는 거죠. 직장인이라 밤이나 새벽에도 경기를 해요. 영화 독서 말고 다른 취미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주말에 술 안 마시고 운동해서 너무 좋거든요. 이 동호회, 죽을 때까지 할 거예요.”―김기남 박세찬 한재영 씨(28·풋살 동호회 회원)

“사내 동호회는 마케팅, 기술, 영업 등 다양한 조직에서 참여합니다. 입사하면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부서만 아는데, 여기선 다양한 사람들을 접해 업무에도 빨리 적응할 수 있어요.”―이성화 씨(53·정보기술 전문가·사내 등산 동호회 회원)

“보드에 미쳤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지만, 혼자 30분 이상 타기 힘들어요. 하지만 같이 타는 사람들만 있으면 5시간도 타죠. 모르는 사람이어도 보드 타고 있으면 불쑥 말을 걸 용기가 납니다.”―이준용 씨(26·취업준비생·보드 동호회 회원)

“나이 들면 가족하고 따로 살잖아요. 동호회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두 차례는 만나니 가족보다 더 자주 보죠. 이해관계도 얽혀 있지 않고 남녀노소 구별도 없으니 거침없이 친해져요.”―조경주 씨(47·패러글라이딩 동호회 회원)

“저희는 20대부터 60대까지, 대기업 임직원부터 목사, 지휘자, 자동차 정비사, 운송업체 직원, 여행사 직원에 이르기까지 연령과 직업이 다양해요. 자전거를 타려 할 때 장비 부담이 많은데 저희는 평상복을 입고 타서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게 문턱을 낮췄죠. 네이버 밴드 커뮤니티로 평상시에도 일상을 나눕니다.”―최재헌 씨(58·자동차 회사 직원·자전거평상복라이딩 동호회 회원)
 
오피니언팀 종합·조혜리 인턴기자 성균관대 의상학과 4학년
#스포츠 동호회#승마#패러글라이딩#동호회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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