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화면에 내 얼굴이 나왔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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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협과 함께 하는 꼭 알아야할 법률상식]

거리나 공원 등 개방된 공간에서는 본인이 촬영 사실을 인지하고 명백히 반대 의사를 밝힌 경우가 아니라면 초상권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동아일보DB
거리나 공원 등 개방된 공간에서는 본인이 촬영 사실을 인지하고 명백히 반대 의사를 밝힌 경우가 아니라면 초상권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동아일보DB
김혜진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사무차장
김혜진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사무차장
최근 대학생 A 씨는 부모님과 함께 뉴스를 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기자가 추워진 날씨를 보도하며 길거리 시민을 인터뷰하는 장면에서 그 옆을 지나가던 자신과 남자친구의 얼굴이 잠시 화면에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평소 서울 곳곳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A 씨는 기자들이 취재하려고 거리에 나와 촬영하는 것을 가끔 목격했기에 그날도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막상 자신의 얼굴이 텔레비전 화면에 나오는 것을 보고 당황했습니다.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없을까요?

○ 초상권과 퍼블리시티권은 달라

A 씨 사례에서 문제되는 것은 ‘초상권’입니다. 초상권이란 사람이 자신의 초상에 대해 갖는 인격적, 재산적 이익으로서 자신의 얼굴이나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이 함부로 촬영되거나 영리적으로 이용되지 않을 권리를 말합니다. 헌법적으로 보장되지요.

흔히 연예인들에게서 문제되는 ‘퍼블리시티권’은 초상권과 유사하지만 구별되는 권리입니다. 초상권이 인격적 이익 자체를 보호하는 추상적 권리에 가깝다면 퍼블리시티권은 재산권적 성격을 갖습니다. 즉 유명 연예인, 운동선수 등이 노력해서 자신의 이름, 얼굴 등을 통해 상업적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면 이때 그 인격적 표지가 파생시킨 상업적 가치는 퍼블리시티권을 통해 독점적으로 보호받습니다. A 씨 사례에서는 언론사가 그의 지명도를 무단으로 이용해 경제적 이익 등을 얻은 것은 아니므로 퍼블리시티권은 문제되지 않습니다.


○ 침해 여부는 구체적 상황으로 판단


언론보도상의 초상권 침해와 관련해서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일부 규율하고 있긴 하지만 구체적 권리 내용이 일반 법률로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초상권의 의미와 그 침해 여부 등은 기존 판례를 고려해 구체적 상황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초상권에서 핵심은 본인의 동의 여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거나 반대 의사를 밝혔는데도 사진을 찍거나 사용했다면 초상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판례는 일반적으로 사적 공간이 아닌 거리 공원 등 개방된 공간에서는 당사자가 촬영 사실을 의식하고 명백히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동의 없는 촬영이라도 쉽게 초상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특히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취재 등 공익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사생활 자유 제한은 용인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부정적이고 악의적인 기사에 동의 없이 자신의 사진이 사용됐다면 얘기가 다릅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뉴스위크사가 1991년 한국의 과소비 풍조 등을 비판한 ‘너무 빨리 부자가 되다’ 기사를 게재하면서 ‘돈의 노예들’이라는 부제로 이화여대 정문을 나서는 여대생들의 사진을 동의 없이 무단으로 실어 초상권 침해 및 명예훼손으로 손해를 배상한 적이 있습니다. 이 사건은 이후 국내에서 초상권 논의를 본격화시킨 계기가 됐지요.

○ 초상권 침해하면 위자료 청구 가능

초상권을 침해당했다면 민법상의 불법행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초상권은 인격권이므로 정신적 손해배상, 즉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앞서 봤던 퍼블리시티권과 또 다른 점이 이것입니다. 퍼블리시티권은 인격적 표지가 가진 상업적 가치를 보호하므로 침해당했을 때 보통 재산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됩니다. 다만 관련법이 없는 상태에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것인가는 법원 해석이 엇갈리고 있지요.

사례에서 A 씨와 남자친구는 초상권 침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카메라에 찍힌 곳이 개방된 길거리였을 뿐 아니라 A 씨 역시 촬영 사실을 알았는데도 문제 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특별히 부정적인 내용의 보도에 A 양과 남자친구의 모습이 부각돼 이용된 것도 아니었고 다만 공공의 알 권리를 위한 날씨 보도의 한 장면에 부수적 배경처럼 드러난 정도였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마트폰 이용 등이 활성화하면서 초상권 문제도 늘어나고 있으나 현재는 명확한 법규가 없고 판례도 사안마다 달라 법적 안정성이 갖춰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따라서 명백한 기준을 통해 법제화가 되기 전까지는 각자가 초상권이라는 권리의 개념을 제대로 인식하고 사진을 찍을 때 최대한 동의를 받는 등 조심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김혜진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사무차장
#초상권#퍼블리시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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