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응답하라 6070! 우리가 사랑한 노래와 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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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중음악사 산책/김형찬 지음/568쪽·5만8000원·알마

알마 제공
알마 제공
규모가 방대하다. ‘산책’이란 제목은 너무 겸손하다.

대중음악평론가가 쓴 이 책은 1950년대 가수 한복남이 시도한 최초의 현대적 음반 녹음부터 1975년 연예계 대마초 파동까지를 다룬다. 지금껏 나온 한국대중음악사 서적을 이 책이 훌쩍 뛰어넘는 지점은 넘쳐나는 이미지 자료다. 일간지 광고, 잡지 화보, 음반 표지가 그림책 수준으로 범람한다. 글만 있는 페이지는 찾을 수 없을 정도다.

이미자, 윤복희, 차중락, 배호, 나훈아, 남진, 쎄시봉, 아리랑브라더스, 트윈폴리오, 최동욱, 조영남, 한대수, 신중현, 펄시스터즈, 김추자, 클리프 리처드, 김민기, 청개구리, 청평페스티벌, 미도파살롱, 고고클럽, 나이트클럽, 닐바나, 코스모스살롱, 미니스커트, 장발족….

시대별 키워드를 따라 맥락과 의미를 짚되 시시콜콜한 야사까지 늘어놓아 옛날 얘기 같은 재미가 있다. 베갯머리에 두고 조금씩 읽을 만하다. 남진-나훈아 라이벌전을 생생하게 그리면서 서울 시내 살롱에서 두 사람의 대결을 기획했다가 무산된 일, 나훈아의 피습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자주 삽입되는 ‘선데이서울’을 비롯한 당대 주간지 기사들이 과장된 문체로 흥미를 더한다.

풍성한 사진 자료는 이를테면 펄시스터즈 부분에서 빛을 발한다. 당시 서울 명동 ‘노라노 부티크’의 제품을 비롯해 다채롭고 파격적인 의상을 입은 두 여인의 이미지가 넘실댄다. 재밌는 사진은 파격적으로 키우는 편집은 시원시원하다. 진지하게 음악사를 들여다볼 학구파 말고 ‘맞아, 맞아. 그땐 그랬지’ ‘이 사진 이상하게 기억나’ 하며 손뼉 치실 어르신을 위한 선물로도 좋을 것 같다.

책에 쓰인 수많은 사진에 출처가 명기되지 않은 점은 크게 아쉽다. 출판사 측은 “사진이 수록된 간행물이 폐간됐거나 저작권자 미상인 경우 연락이 닿는대로 게재 허가를 구하겠다”고 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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