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자가 마이크 잡고… 방송기자는 지면을 수놓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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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뉴스룸]
‘신방겸영’ 선봉에 선 동아일보-채널A 기자 4인

《 “그 사건을 내러티브 스타일로 써보면 어떨까?” “싱크 땄니? 그림은? 스탠딩은 어디서 하지?” 신문기자는 글로, 방송기자는 그림으로 말한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동아미디어센터 통합뉴스룸은 신문과 방송 뉴스장이들의 ‘업계’ 용어가 뒤섞여 오가는 시끌벅적한 공간이다. 동아일보와 채널A 기자들은 같은 공간에서 정보를 공유하며 그날 다뤄야 할 주요 뉴스와 굵직한 사건의 전개 전망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박근혜 정부 인사 검증’처럼 장기간 취재가 필요한 탐사보도는 신문과 방송 기자들이 공동 취재팀을 꾸려 함께 달려들기도 한다. 중요한 사건이 터지면 담당 기자는 신문 방송 가리지 않고 분석 기사를 쓰고 생방송 스튜디오에서 마이크를 잡는다. 세계적으로 성공 사례를 꼽기 힘든 통합뉴스룸을 실험하며 전례를 만들어가는 현장을 신방겸영의 선도병 4명의 이야기를 통해 소개한다. 》  

동아일보 정치와 국제 뉴스를 맡았던 김승련 앵커. 요즘은 채널A ‘뉴스TOP10’과 주말 메인 뉴스를 진행한다.
동아일보 정치와 국제 뉴스를 맡았던 김승련 앵커. 요즘은 채널A ‘뉴스TOP10’과 주말 메인 뉴스를 진행한다.
▼ 김승련 채널A 뉴스TOP10 앵커 ▼
“신문서 익힌 균형감 방송에 큰 도움… 드라마-예능도 챙겨보며 이슈 커버”


“방송에서 ‘성장담론’이라는 말을 썼다가 작가에게 ‘먹물 용어’라는 핀잔을 듣고 아차 했죠. 신문기자에서 방송 진행자가 된 건 대학교수가 지역구 정치인이 되는 것과 비슷해요. 거리의 언어와 정서를 익히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채널A 생방송 시사 프로그램인 ‘뉴스TOP10’(오후 6시)의 김승련 앵커. 그는 이 프로의 진행자이자 총괄책임자(CP)다.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과 청와대 출입기자를 지낸 신문기자 출신.

‘뉴스TOP10’은 매일 주목할 만한 뉴스 10가지를 선정해 소개하고 해설하는 보도 프로그램. 패널로 나온 동아일보와 채널A 기자들이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풍성한 이야기를 풀어내도록 유도하고 조율하는 것이 김 앵커의 역할이다.

그는 “신문기자로 일하며 훈련받은 균형 감각이 생방송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연출자인 정동욱 PD도 “생방송이라 출연자에게 돌발 질문을 던져야 할 때가 많다. 김 앵커는 취재 현장과 신문기자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 이런 상황에 순발력 있게 대처한다”고 평가했다.

김 앵커는 팀원들과 하루 두 차례 회의를 하면서 방송 내용을 구성한다. “‘보이는 라디오’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시각적인 요소에 신경을 많이 쓰죠. 어떤 자막과 컴퓨터 그래픽을 넣을지, 어떤 음악을 쓸지 고민을 많이 합니다.”

신문에서 TV로 활동무대를 바꾼 2년간 외모도 많이 달라졌다. 6개월 만에 살을 13kg 뺐고, 머리숱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특히 ‘범생이’ 티를 벗기 위해 애쓴다고 했다. “예전엔 정치와 국제 문제를 주로 다뤘지만 요즘은 모든 이슈를 알아야 해요. TV 드라마와 오락 프로를 챙겨보면서 유연해지려고 노력합니다.”   
야당 속사정을 시원시원하게 전하는 조수진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는 ‘동교동계 수지’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야당 속사정을 시원시원하게 전하는 조수진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는 ‘동교동계 수지’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 조수진 동아일보 정치부 차장 ▼
“야당팀 이끌며 짬짬이 생방송 준비… 18년 취재현장 경험은 든든한 자산”


조수진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는 야당 팀장이다. 하지만 채널A 시청자들에게는 정치 사회 분야를 똑 부러지게 설명하는 ‘시사평론가’로 친숙하다. 그는 데일리 생방송 프로그램인 ‘정치이야기 시시비비’(오전 10시 50분)와 ‘뉴스TOP10’(오후 6시)에 매주 2, 3회 패널로 출연한다. ‘채널A 종합뉴스’(오후 9시 40분)에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얼굴을 내민다.

“신문의 야당 팀장을 하면서 짬짬이 방송 준비를 하고, 신문기사 마감 후 생방송에 출연했다가 다시 신문사 편집 회의에 들어가죠. 시간과의 전쟁이에요.”

‘두 집 살림’을 하다 보니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 산다. 방송용 의상으로 갈아입는 시간을 줄이려고 책상 옆에 각기 다른 색의 정장 재킷을 걸어두었다.

그는 채널A 시사프로 제작진이 가장 선호하는 출연자다. 기자 생활 18년간 사회부와 정치부 취재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은 큰 자산이다. 무수한 특종을 발굴하는 동안 ‘한국신문대상’ ‘최은희 여기자상’ 등 굵직한 상을 수상했고, 이보다 더 귀한 고급 취재원들을 얻었다.

사회부 법조기자 시절 알게 된 검찰총장들과는 지금도 1, 2개월에 한 번씩 만난다. 정치부 초년병 시절 취재했던 당시 새천년민주당 사람들과는 지금까지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들은 조 기자를 ‘동교동계 수지’라고 부른다. 방송에 출연해 특정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깨알 같은 뒷얘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비결도 탄탄한 취재원 네트워크 덕분이다.

“신문이든 방송이든 현장에 대한 ‘감’을 유지하는 게 가장 큰 자산이죠. 몸은 고되지만 방송을 하면서 취재원들이 먼저 연락해 올 때도 많고 그래서 얻게 되는 정보도 적지 않아요. 시너지란 이런 거겠죠?”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차지완 기자는 동아일보 시경 캡을 지낸 데 이어 채널A에서도 시경 캡을 맡아 사건팀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차지완 기자는 동아일보 시경 캡을 지낸 데 이어 채널A에서도 시경 캡을 맡아 사건팀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 차지완 채널A 사회부 차장 ▼
“신문-방송 오가며 사건팀 진두지휘… 수습때부터 양쪽 언어 함께 가르쳐”

신문, 방송을 막론하고 사회부 사건기자의 ‘꽃’은 ‘시경 캡’이다. ‘시경 캡’은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입하는 기자를 칭하는데 ‘캡’은 ‘캡틴’의 줄임말이다. 서울 시내 각 경찰서를 출입하는 사회부 사건기자들을 총괄하는 사건팀장이다. 보통 10년 넘은 평기자가 맡는데 취재 현장 일선에서 사건팀을 진두지휘하고, 신참기자의 수습 교육을 책임지는 자리다.

지력과 체력 소모가 심해 1년 이상 하기 힘든 이 일을 1년 9개월째 하고 있는 기자가 있다. 차지완 채널A 시경 캡이다. 그는 채널A로 옮겨가기 직전 동아일보에서도 시경 캡을 지냈다.

“캡, 유팩 반제로 할까요?” “유팩은 뭐고 반제는 뭐냐.”

같은 시경 캡이지만 방송으로 막 옮겨왔을 땐 기자들이 쓰는 용어가 외국어인 양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유팩’은 카메라에 담은 영상과 오디오를 스튜디오로 전달하는 송신장치, ‘반제’는 일부는 사전 제작, 일부는 생방송으로 리포트하는 것을 뜻한다.

“기사 판단 기준도 달라요. 신문기자가 디테일에 집착한다면, 방송기자는 그림(영상) 우선주의죠. 같은 스마트폰 절도 사건이어도 신문에서는 수법이 새로울 게 없으면 킬(kill)하지만 방송에선 중국 브로커와의 생생한 접선 장면이 있으면 보도합니다.”

차 캡은 이성호 동아일보 시경 캡과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양사의 기자 초년병들은 현재 신문과 방송 양쪽에서 수습기자 교육을 받는다. “어린 아기가 이중 언어를 배우듯이 신문과 방송 언어를 동시에 배우고 있어요. 신문과 방송을 자유롭게 오가며 보도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거죠.”

차 캡은 매주 일요일 오후 5시 ‘주말 뉴스TOP10’ 진행도 맡았다. “14년간 펜 기자로 살다 보니 말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절감합니다. 아, 그, 저, 좀이라는 쓸데없는 말 안 쓰려고 무지 노력하고 있어요.”  
방송기자로 입사해 신문 기사도 같이 쓰고 있는 황수현 통합 소비자경제부 기자.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방송기자로 입사해 신문 기사도 같이 쓰고 있는 황수현 통합 소비자경제부 기자.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황수현 통합 소비자경제부 기자 ▼
“매체 구분없이 기사 발제하고 취재…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면 설마 해요”


황수현 소비자경제부 기자는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채널A 공채 2기 수습기자로 입사했지만 요즘은 신문 기사도 쓴다. 소비자경제부가 양쪽 매체의 뉴스를 모두 제작하는 통합 부서이기 때문이다. 그는 “신문 방송 구분 없이 기사 아이템을 발표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한다”며 “우리 부서는 신문과 방송 간의 벽이 이미 허물어졌다”고 말했다.

황 기자는 신문과 방송을 모두 경험하는 것이 기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본다. “방송 기자는 현장 스케치를 많이 해요. 신문 기사를 쓸 때 현장을 풍부하고 생생하게 묘사하는 데 도움이 되죠. 신문 기사를 쓰면 사안을 깊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방송 뉴스보다 취재량이 많아야 하거든요.”

같은 뉴스가 신문과 방송으로 보도되면 뉴스의 파급력도 커진다. 지상파 방송을 비롯해 국내 각 언론이 소비자경제부의 특종을 뒤늦게 따라 보도하는 일도 있다. 지난해 8월 한국맥도날드의 배달 직원이 고객에게 “(햄버거에) 침 뱉은 거 잘 먹었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일명 ‘침버거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황 기자는 방송과 신문 기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다름을 절감한다. “방송기자는 리더가 돼야 해요. 카메라기자, 편집기자, 차량 운전사와 함께 팀을 이루어 일하거든요. 신문기자는 취재원이 마음을 열고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도록 잘 들어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소한 디테일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요.”

2011년 미스코리아 인천 선 출신인 황 기자는 국내 유일의 미스코리아 출신 신문기자다. 지난해엔 미스코리아 진선미 수상자를 인터뷰해 “미코가 미코를 인터뷰했다”며 화제가 됐다. “미코가 좋은 스펙이라고요? 취재원들은 제가 미코 출신이라고 하면 안 믿는걸요.”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승련#조수진#차지완#황수현#신문기자#방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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