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맨해튼 택시에 꽃무늬 그려넣으니, 도시에 꽃이 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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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디자인/유인경 박선주 지음/220쪽·1만5000원·지콜론북

2007년 뉴욕 맨해튼에 화사한 꽃무늬를 수놓은 ‘가든 인 트랜싯’ 프로젝트. 병원 환자들이 꽃을 그리고 택시운전사들의 운전으로 완성된 대규모 협업 디자인이다. 지콜론북 제공
2007년 뉴욕 맨해튼에 화사한 꽃무늬를 수놓은 ‘가든 인 트랜싯’ 프로젝트. 병원 환자들이 꽃을 그리고 택시운전사들의 운전으로 완성된 대규모 협업 디자인이다. 지콜론북 제공
대도시에 살면서 소음, 매연, 교통혼잡 같은 공해에 시달리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괴로운 것이 디자인 공해다. 눈을 감고 다니지 않는 이상 요란한 간판과 촌스러운 광고물, 흉물스러운 건물을 피할 순 없으니까. 스트레스가 아닌 위로와 행복으로서의 디자인이 절실하다. 사용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하면서도 아름다움과 즐거움까지 주는 디자인이라면 도시인의 오염된 눈을 정화하고 위로마저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일상에서 위로를 주는 디자인, 영감과 웃음을 주는 디자인, 소통을 이끌어내는 디자인,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는 디자인을 32개의 소주제 아래 선보이고 저자들의 단상을 덧붙였다. 책에 담긴 디자인의 대상은 의자, 텐트, 이불 등 상업제품, 예술가의 퍼포먼스, 공공 프로젝트, 건축물 등 다양하며 주로 외국의 디자인을 소개했다.

북유럽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그린루프는 지붕 위에 기와나 나무 대신 식물을 얹어,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싱그럽게 한다. 빗물을 흡수하고 단열이 잘되게 해 도시의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기능도 있다. 영국의 디자인 브랜드 필드캔디에서 만든 텐트는 책을 읽다 엎어놓은 듯한 디자인, 초원의 양떼 사진을 담은 디자인 등으로 익살과 낭만을 선사한다.

2007년 9∼12월 회색빛 도시 미국 뉴욕 맨해튼에 화사한 꽃무늬를 수놓은 ‘가든 인 트랜싯’ 프로젝트도 흥미롭다. 프로젝트 그룹 ‘포트레이츠 오브 호프’의 주도로 뉴욕의 명물인 노란 택시들의 보닛과 트렁크 부분에 꽃그림을 넣은 것이다. 수많은 택시들은 맨해튼이라는 거대한 캔버스를 오가며 산뜻한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택시의 꽃그림은 병원에 입원한 어린이와 어른 환자 약 2만3000명이 참여해 만든 대규모 협업의 산물이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디자인을 향유하는 사람뿐 아니라 디자인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의 마음까지 치유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혼자서 고독을 즐길 수 있도록 콘크리트 튜브를 개조해 동굴 모양으로 만든 호텔, 알프스의 마터호른 모형을 담은 술잔, 잠자리에서 책처럼 페이지를 넘겨가며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이불, 방치된 공공 화단에 꽃을 가꾸는 ‘게릴라 가드닝’ 프로젝트 등 기발한 상상이 디자인으로 탄생한 사례도 있다. 책 속 컬러 사진으로 창의적이고 자연친화적인 디자인을 접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디자인의 힘을 실감하게 한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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