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임지봉]선거사범 속전속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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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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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의민주주의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민주헌법들이 공통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헌법상의 기본원리다. 대의민주주의하에서는 국민대표인 국회의 뜻이 곧 국민의 뜻으로 추정되기에 그 성패는 민의를 대변하는 국민대표의 선출 과정인 ‘선거’가 얼마나 공정하게 이루어지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19대 선거사범 38% 급증

제19대 총선에서는 후보자 간 박빙 양상이 여러 곳에서 펼쳐지면서 폭로와 비방, 흑색선전과 허위사실 유포, 금품 살포 등이 기승을 부렸다. 그 결과 18대와 비교해 선거사범이 급증했다. 대검찰청의 발표에 따르면 18대 총선과 비교해 19대 때 입건된 선거사범은 792명에서 1096명으로 38.4% 늘었고, 선거사범 중에는 지역구 당선자가 77명이나 포함돼 있다. 300명의 국회의원 중 지역구 당선자가 246명이라고 보면 그중 3분의 1에 가까운 이들이 크고 작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는다는 얘기다.

선거법 위반 유형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흑색선전이 353명으로 전체의 32.2%를 차지하고 금품수수도 그 수치가 비슷해 두 가지가 3분의 2 정도를 차지한다. 근거 없는 말로 상대 후보에게 억울한 오명을 씌우고 돈과 향응으로 유권자를 매수하더라도 자신이 금배지만 달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맹목성이 번뜩이는 대목이다. 선거사범으로 수사받고 기소돼 법원에 의해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금배지를 잃는다. 그러면 무더기 보궐선거에 국민의 혈세와 시간이 낭비되고, 국회 원내의석 지형에도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선거로 국민의 선택은 끝났지만 검찰과 법원의 선택이 아직 남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면 왜 선거사범이 감소하기는커녕 갈수록 증가하고 혼탁선거가 계속 기승을 부리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검찰과 법원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 과거 검찰의 늑장 수사와 법원의 재판 지연으로 선거사범이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받기까지 2, 3년씩 걸리는 게 보통이었다. 국회의원 임기가 4년임을 감안하면 당선 무효형의 유죄판결이 난들 이미 임기의 상당 부분을 보낸 국회의원들에게 그런 처벌은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검찰은 최근 이번 선거사범에 대해 속전속결 수사에 나설 방침임을 밝혔고 법원도 목표 처리 기간을 1심과 2심 각각 2개월로 단축하겠다고 선언했다. 공직선거법이 공소 제기 후 1심은 6개월 이내에,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이내에 끝내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보다 서두르겠다는 뜻이다. 국민은 그 다짐이 이번에는 꼭 공염불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검찰과 법원을 주시할 것이다.

늑장수사-재판지연 있어선 안돼

그런데 신속성 못지않게 선거사범 수사와 재판에는 공정성도 중요하다. 특히 기소권을 독점하고 수사지휘권과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검찰은 이번 선거사범 수사에서 여당 후보와 야당 후보에게 적용하는 수사의 잣대가 다르다거나 당선자와 낙선자에게 적용되는 법의 엄밀성이 다르다는 말을 듣는 수사를 해서는 안 된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법원에는 법 적용의 엄중성을 주문하고 싶다. 그래도 국민이 직접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 아니냐는 생각에 100만 원 언저리의 벌금형이 하급심에서 선고되고 상급심으로 가서 80만 원 정도로 깎아주는 온정주의적 솜방망이 처벌로는 선거범죄를 근절할 수 없다. 일벌백계의 엄중한 판결만이 선거사범 증가와 혼탁 선거의 재연을 막으면서 선거범죄로 선거 결과가 왜곡되고 대의민주주의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법 적용임을 명심해야 한다. 검찰과 법원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거사범#민주주의#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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