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달리든 걷든 일단 밖으로… 맞춤 워킹화 신으면 ‘금상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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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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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4km 워킹출근 체험
3차원으로 발모양 측정 걷는 자세까지 교정해줘

폭설에 한파까지 겹쳐 3월이라곤 믿기지 않는 날씨 탓에 굼뜨기는 했지만 봄은 어느새 성큼 곁에 다가와 있었다. 아침저녁 코끝을 ‘싸∼’ 하고 스치고 지나가던 찬바람의 위세가 한풀 꺾이면서 겨우내 잔뜩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밖으로 나가자’고 아우성을 친다. 공원과 산에는 상춘객이 북적인다.

봄을 맞아 운동을 계획한 많은 이들에게 ‘걷기(워킹)’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운동이다. 몸에 가해지는 부담은 적은 반면 꾸준히 했을 때 운동효과는 격한 운동에 못지않다. 최근에는 걷기 운동의 기능성을 극대화한 워킹화 제품까지 쏟아져 나오면서 워킹 마니아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 걷기와 달리기는 달라

전문가들은 걷기와 달리기는 여러모로 확연히 구분된다고 말한다. 걷기 혹은 달리기는 일반적으로 착지, 발구름, 발디딤 등 3단계로 나뉘는데 걷기는 착지 순간에 발뒤꿈치 모서리가 닿는 데 비해 달리기는 발뒤꿈치 전체가 닿는다는 점이 다르다. 발이 땅을 딛는 시간도 달리기(약 0.2초)에 비해 걷기(약 0.6초)가 세 배가량 길다.

지면에 발이 닿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자연히 체중이 발, 특히 발의 뒷부분(후족)에 실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걷기용 신발은 긴 착지 시간 동안 가해지는 몸의 압력을 발 전체로 고르게 분산시키고 발목의 뒤틀림을 잡아주는 기능을 보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프로스펙스 워킹전문스토어 논현점 김지현 매니저는 “워킹은 러닝에 비해 발구름과 발디딤 동작에서 탄성이 떨어지고 발가락의 운동각과 운동량은 크다”며 “워킹화는 뒤꿈치 부분의 경사각을 높이거나 완충제를 넣어 충격완화 효과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한다. 아식스 풋웨어개발부 원석연 상품기획자는 “러닝보다 탄성이 떨어지는 워킹 동작은 발바닥의 추진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추진력과 접지력을 높이기 위해 신발 바닥 앞쪽에 홈을 추가로 새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 발을 알면 신발이 보인다


프로스펙스와 아식스 등 워킹화를 취급하는 일부 매장에서는 발 모양을 정밀 측정해 알맞은 워킹화를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자가 아식스 매장의 3차원(3D) 발 스캐너에 발을 집어넣자 컴퓨터 화면에는 금세 3D 발 이미지가 떴다. 양발의 정확한 길이, 발볼의 너비, 발등 높이 등 발의 특성을 나타내는 7가지 항목의 수치가 함께 표시됐다.

“뒷발볼이 상당히 넓으시네요. 새 신발을 사면 뒤축부터 닳지 않나요? 워킹화도 볼이 넓은 걸로 골라야 할 겁니다” 기자의 발 스캐닝 자료를 분석한 아식스 김원준 대리의 얘기다. “오른발 길이는 250.5mm인데 왼발은 이보다 7mm쯤 기네요. 왼쪽 엄지발가락은 11도 정도 안으로 휘었는데 오른쪽은 1.5도밖에 안 휜 것도 그렇고…. 오른발 크기에 맞춘 신발을 신으면서 상대적으로 긴 왼발이 휘어진 걸로 보입니다. 왼발이 고생깨나 했겠는데요. 앞으론 왼발 길이를 기준으로 신을 고르세요.”

왼발바닥의 아치(발 안쪽의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가 오른쪽보다 낮아서 나이가 들면 지지력이 떨어져 발을 끌면서 걸을 수 있으니 아치 유지를 돕는 깔창을 까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조언을 들었다.

발 측정 자료에 평소 워킹을 하는 시간, 장소, 코스 특성 등을 입력하자 내 발에 맞는 워킹화를 추천받을 수 있었다. 올바른 워킹 동작에 대한 조언도 있었다. 발뒤꿈치부터 부드럽게 착지하고 발바닥 전체로 땅을 밀고 나가되 양발의 모양이 계속 11자를 유지하는 것이 좋은 워킹 자세다. 프로스펙스W 홈페이지에서는 워킹 마니아들이 추천하는 걷기 좋은 코스 정보도 검색이 가능하다.

○ 걷기로 출근길 도전

내친김에 워킹 출근에 도전하기로 했다. 이날 출근지는 지하철 3호선 신사역과 7호선 논현역 사이에 있는 한국야쿠르트 기자실. 3호선 남부터미널역 인근에 있는 기자의 집에서 직선거리로 약 4km 떨어진 곳으로 지하철을 타면 역까지 걷는 시간을 포함해 25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다.

사실 걸어야 할 거리보다는 복장과 신발의 미스매치에 신경이 더 쓰인다. 감색 슈트에 검은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흰색 워킹화를 신자 영락없는 ‘바바리맨’의 모습이다. 갈아 신을 구두를 넣은 쇼핑백 때문에 짐이 늘어난 것도 반갑지 않다. 오전 8시 반 도착을 목표로 현관을 나선 것이 7시 15분. 처음엔 지나는 이들이 모두 내 신발만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아무도 내 차림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중간 기점인 강남역 사거리에 다다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20분. 차량 배기가스 때문에 공기가 썩 상쾌한 느낌은 아니지만 신분당선 지하철 공사로 좁아진 도로 위에 늘어서 있는 출근길 차량들을 앞지르는 쾌감은 쏠쏠하다. 지하철 출근 때보다 지하보도를 한 번 더 오르내리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오르막은 에스컬레이터가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니다.

목적지에 도착해 시계를 보니 집을 나선지 45분 만인 정각 8시. 가방에 쇼핑백까지 들고 지하도와 신호등을 여러 개 지나친 것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빠른 도착이다. 유일한 단점은 등줄기에 축축이 배어난 땀을 말끔히 씻어낼 샤워장이 없다는 것. 매일 상황에 따라 출근처가 달라지는 기자직의 특성상 퇴근까지 이동할 때마다 운동화를 담은 쇼핑백을 지참해야 한다는 점도 불편하다. 왠지 전날 매장에서 본 신사화의 외양에 워킹 기능이 보강된 신발에 ‘지름신’이 강림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힘껏 달려봤더니 “속도 유지하세요”▼

아디다스 ‘마이코치’ 프로그램
체력에 맞춰 실시간 러닝 지도


독일의 전 외교부 장관 요슈카 피셔는 달리기로 인생을 바꾼 인물로 회자된다. 달리기만으로 112kg이었던 몸무게를 수십 kg이나 감량해 21세 연하의 미녀와 재혼한 것도 모자라 유럽의 강국 독일의 외교부 장관과 부총리에 올랐다. ‘나는 달린다’라는 그의 저서를 읽다 보면 ‘나도 달리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는다.

역시 문제는 부족한 끈기와 약한 의지다. 비싼 돈을 들여 피트니스센터 이용권을 끊어 놓고도 열심히 다니는 것은 길어야 한 달. 띄엄띄엄 운동을 하다 보니 실력 향상은 더디고 눈곱만큼 향상된 실력도 확인할 길이 없어 첫날의 비장한 각오는 어느새 사라지고 흐지부지 운동을 접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최근 아이다스가 러닝 입문자들을 위한 맞춤형 러닝 트레이닝 시스템 ‘마이코치’를 출시했다고 해서 체험해 봤다. 마이코치 시스템은 가슴에 차는 심박센서, 신발에 붙이는 보폭센서, 그리고 이들 센서가 보내는 무선신호를 받아 달리는 동안 실시간 음성으로 적정속도와 보폭 등을 지시하고 소비열량과 평균속도 등을 안내해주는 페이서로 구성돼 있다.

아디다스의 마이코치 홈페이지(adidas.com/micoach)에 내 키와 몸무게 등 기본 신체정보를 입력한 뒤 러닝 프로그램을 선택해 컴퓨터와 연결한 페이서로 내려받으면 운동 준비 끝이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가벼운 러닝부터 살 빼기나 풀코스 마라톤 완주 목적까지 다양한 러닝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5km 마라톤 완주 프로그램을 택해 현재의 체력 수준(15분 달리기 가능)을 입력하자 주 3회씩 하는 14주 러닝 프로그램을 추천해 준다.

체험을 위해 페이서를 차고 주말 양재천으로 나섰다. 페이서의 전원을 켜고 러닝을 시작한다. 오랜만에 하는 운동에 의욕이 앞서 속도를 높이자 페이서와 연결된 이어폰에서 ‘블루존을 유지하세요’라는 실시간 음성 안내가 나왔다. 5분여쯤 달리면서 조금씩 몸에 땀이 날 무렵 ‘그린존까지 속도를 높이세요’라는 안내가 나온다. 마이코치 시스템은 운동강도를 심박수를 기준으로 파랑, 녹색, 노랑, 빨강 등 4가지 색으로 표시해 구간별로 지시해 준다. 페이서는 기종에 상관없이 모든 MP3플레이어와도 연결이 가능해 음악감상과 음성안내를 동시에 받을 수도 있다. 센트럴파크를 달리는 뉴요커라도 된 듯한 기분이다. 운동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와 페이서를 컴퓨터와 연결하자 오늘의 운동량과 강도, 거리 등을 그래프와 차트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여준다.

저렴하다고는 볼 수 없는 마이코치 시스템(17만9000원)은 달리기는 나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진지한 러너들에겐 어른을 위한 장난감 정도로밖에 비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스로 러닝 프로그램을 짜거나 운동량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은 러닝 초심자에게는 달리는 즐거움에 눈뜨게 해줄 좋은 코치로 삼기에 무리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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