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민동용]신당, 말로만 “기득권 포기” 언제까지

  • 입력 2007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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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親盧·친노무현) 진영에 속하는 대통합민주신당 이화영 의원은 24일 한 신문 대담에서 “지금 우리가 당을 잘 추슬러서 그 안에서 과감하게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에서 참패한 뒤 진로를 놓고 진통을 겪는 대통합민주신당에서는 이처럼 ‘기득권 포기’라는 말이 다시 오르내리고 있다.

여기서 ‘다시’라는 표현을 쓴 것은 대통합민주신당이 그 전신이나 마찬가지인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위기나 고비마다 ‘기득권 포기’를 입에 달고 지냈기 때문이다. 지난해 5·31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뒤부터 옛 열린우리당은 대선 승리를 위해 민주당 및 범여권의 통합을 주장했다. 당시 열린우리당 지도부 및 핵심 의원들은 고건 전 국무총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의 합류를 호소하며 “기득권을 버리겠다”고 말했다.

올해 초 열린우리당을 순차적으로 탈당한 의원들의 탈당의 변에서도 ‘기득권 포기’라는 말이 빠지지 않았다. 8월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하고 민주당과 통합을 시도할 때도 대통합민주신당 사람들은 “대의를 위해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나 기득권에 대한 해석이 달라서인지 모르지만 그토록 ‘기득권을 버리겠다’던 이들이 정말 기득권을 버리거나 아니면 버리는 시늉이라도 한 적은 손에 꼽을 만큼도 되지 않는다.

올해 초 대선 후보 영입을 위해 고 전 총리, 정 전 서울대 총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을 찾았던 몇몇 386의원에게 기자가 ‘386의원 10여 명이 18대 총선 불출마 선언이라도 해야 돌아선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을 때 이들은 “지금 그런다고 무슨 영향력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지난달 12일 정동영 대선 후보가 민주당과 합당선언에 합의하고 돌아왔을 때 ‘50 대 50 지분 분할’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히 반대해 민주당과의 통합을 사실상 무산시킨 당내 각 계파 수장도 틈만 나면 ‘기득권 포기’를 말했다.

6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근태 의원과 11월 18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며 탈당한 김영춘 의원 정도가 그나마 ‘기득권 포기’를 행동으로 보인 드문 사례일 뿐이다. 이제 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이들의 진의가 혹시 자신이 아니라 상대에게 기득권을 버리라는 뜻은 아닌지 궁금하다.

민동용 정치부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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