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항암제 개발? “한국서 판단해주오”

  • 입력 2007년 7월 3일 03시 02분


코멘트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최근 잇달아 항암제 개발을 위한 임상 1상 시험을 한국에서 시작했거나 계획하고 있어 한국이 세계적 임상시험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항암제 1상 시험을 진행한다는 것은 국내 의료진과 임상센터의 실력이 세계적 수준임을 인정받은 것으로 신약 개발의 주도권 확보와 함께 경제적 실익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다국적 제약사, 한국서 임상시험=미국계 다국적 제약사 머크가 지난달부터 한국에서 최초로 항암제 개발을 위한 1상 시험에 들어갔다고 2일 밝혔다. 영국계 다국적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도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부터 1상 시험을 시작한다.

1상 시험은 동물실험에서 효과를 보인 약물이 사람에게도 같은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는 첫 단계의 시험으로, 그 결과에 따라 신약으로 개발할지 여부를 판가름하게 된다.

지금까지 1상 시험은 주로 미국, 유럽 등지에서 이뤄졌으며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머크의 한국법인인 한국MSD는 “지난달 26일부터 위암 표적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1상 시험 지원자 모집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표적치료제는 기존의 항암제가 정상세포도 공격하는 것과는 달리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새로운 개념의 항암제다. 머크가 개발 중인 위암 표적치료제는 ‘C-met’이라는 암 유전자의 단백질 부산물을 표적으로 삼아 공격하는 것으로 개발 초기 단계에 와 있다.

임상시험을 주도하는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방영주 교수는 “일본의 국립암센터와 함께 진행 중이며 현재로선 특정 형태의 위암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GSK는 신장암 유방암 등의 치료제로 시판 중인 ‘하이캄틴’을 간장과 신장 기능이 나빠진 암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1상 시험을 한국 네덜란드 미국에서 이달부터 동시에 진행한다.

▽한국 기술력 인정-실익도 많아=머크연구소 스티브 프렌드 수석 부사장은 “서양과 달리 한국 등 아시아 국가는 위암 환자가 많아 이 분야의 의료기술이 발달했다”고 말했다.

1상 시험을 국내에서 하게 되면 기존 항암제로 치료에 실패한 암 환자들이 새 치료법으로 무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말기 암 환자들에게는 한 가닥 희망이 될 수도 있다.

또 국가 인지도가 올라가면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국내에서 시행한 1상 시험 결과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도도 높아진다.

서울대 의대 약리학교실 장인진 교수는 “요즘은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신약 개발의 실패 확률을 줄이고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1상 단계부터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며 “임상시험에 수십억∼수백억 원이 드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적 실익이 크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