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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스키를 타지 말고 첨단 과학을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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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스키를 타지 말고 첨단 과학을 타라

입력 2007-01-27 03:11수정 2009-09-28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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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는 과학이다.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분명한 사실을 모르는 스키어가 아직도 많다. 첨단과학으로 무장된 스키를 몇 년째 신고도 말이다. 그 스키를 구성한 과학의 실체. ‘카빙 스키’를 통해 파헤쳐 보자. 올겨울은 국내에 카빙 스키가 들어온 지 열한 번째 되는 시즌. 단순한 모양 변화의 ‘셰이프트 스키(Shaped ski)’에서 전자제어방식의 ‘시스템 스키’까지 지난 10년간 이뤄낸 스키의 혁명적 발전을 되짚는다.》

1993년 여름. 스키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사건’이 펼쳐졌다. 스키메이커 엘란이 발표한 새로운 스키 ‘패러볼릭(Parabolic)’이다. ‘패러볼릭’은 포물선 모양을 뜻한다. 플레이트 앞부분이 숟가락처럼 둥그렇게 과장되고 중간 허리부분은 잘록하며 팁(뒷부분)은 다시 넓힌 독특한 외관을 두고 붙인 이름이다. 지금은 모두 이런 모양이어서 특별하지 않지만 젓가락 모습의 전통스키 뿐이던 당시는 달랐다.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했다.

숟가락 모양의 셰이프트 스키. 그것은 이렇게 태어났다. 그후 14년. 이제 전통스키는 상품 진열대에 없다. 모든 제조사가 셰이프트 스키만 생산한다. 국내에 수입되는 스키도 1999년 이후 전통스키는 없다. 간혹 스키장에서만 볼 수 있는 정도다.

셰이프트 스키. 그것은 ‘혁명’이었다. 스키어는 물론 스키업계에도. 혁명이란 한순간에 모든 것을 바꾼다. 셰이프트 스키도 마찬가지. 그 혁명적 변화를 실감한 이는 스키어다. 용을 쓰고 배워도 될까 말까 한 패럴렐 턴을 누구나 손쉽게 구사하게 만들었기 때문. 이제 스키는 배우기 어려운 스포츠가 아니다. 덕분에 스키 인구는 늘었고 스노보드의 공세를 가까스로 막을 수 있었다.

그 혁명의 주역은 엘란. 엘란 연구팀의 성과는 지대하다. 스키의 어려운 기술로부터 스키어를 해방시킨 것이다. 누구나 쉽게 즐기도록 했다. 이후 스키시장은 셰이프트 스키로 재편됐다(5년 만에 전 세계 시장의 70%를 차지). 더불어 매 시즌 모래시계 모양을 베이스로 한 새로운 스키가 뒤를 이었다. 이는 동시에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이것이 ‘카빙 스키’다.

‘조각한다’는 뜻의 ‘카빙(Carving)’. 이것이 셰이프트 스키의 이름을 대신한 이유는 간단하다. 최고난도 기술인 ‘카빙’을 쉽게 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 카빙 테크닉은 플레이트의 날을 지면에 가파르게 세워 고속에서 샤프한 턴을 구사하도록 하는 고급기술. 전통스키로는 레이싱선수나 고수만이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셰이프트 스키는 신기만 하면 누구나 자유자재로 카빙턴을 할 수 있게 했다.

혁명적인 결과였지만 착안점은 간단했다. ‘사이드컷(Side cut)’이었다. 스키 플레이트를 내려다보자. 양면이 모두 둥그런 곡선인데 이것이 사이드컷이다. 곡선의 사이드컷은 스키의 회전 동력. 스키의 에지(사이드컷의 가장자리에 쇠로 씌운 날)를 세우면 사이드컷이 설면에 닿는데 곡선의 에지가 눈을 파고들면서 스키는 곡선의 호를 그리며 회전하게 된다. 사이드컷이 거의 없던 전통스키로는 회전하려면 플레이트 전체를 힘으로 돌려야 했다. 반면 신형 스키는 에지를 세우는 동작만 하면 회전이 된다. 혁명의 진원은 이렇듯 간단한 사실 하나였다.

그러나 장비가 아무리 좋아도 운영법을 모른다면 무용지물. 지금 스키장에는 카빙 스키를 갖고도 전통스키 기술로 타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카빙 테크닉을 모른다면 카빙 스키의 진정한 재미도 모른다. 스키란 중력을 거역하는 운동. 거기서 재미(스피드)도 느끼고 근력도 키운다. 그 중력에 저항(속도제어)하는 기술이 회전이고, 그 회전기술의 진수가 카빙 테크닉임을 안다면 카빙 스키로 카빙 기술을 구사함은 당연한 즐거움이다.

카빙 스키의 출현은 하향 곡선을 그리던 스키산업에 활력소를 불어넣었다. 새로운 투자가 이뤄졌고 그 결과 스키장비에 일대 혁신이 일어났다. 카빙 스키의 최고 매력은 고속에서 얻어지는 다이내믹한 회전. 그런 퍼포먼스를 가능케 하기 위한 방도가 강구됐고 덕분에 매 시즌 새로운 첨단제품이 쏟아졌다. 방향은 세 가지. 고속주행 시 일어나는 플레이트의 떨림 방지, 회전 시 속도와 힘의 유지(이상 플레이트 부분), 다이내믹한 스키타기로 인한 부상 방지(안전바인딩 개발).

떨림 방지를 위한 충격흡수장치(로시뇰의 VAS, 살로몬의 프로링크), 힘 전달을 위한 첨단소재의 플레이트(티타늄 판 삽입), 좌우상 세 방향으로 탈착되는 전방위 바인딩(살로몬의 스페릭)…. 최근 ‘헤드’는 리퀴드메탈이라는 첨단 신소재까지 플레이트에 접합했다. 리퀴드메탈은 플라스틱처럼 가공이 용이하면서도 티타늄보다 단단하고 힘 전달이 탁월한 금속이다.

최첨단 과학이 접목된 스키 이노베이션. 그 종합선물 세트가 최근 선보였다. ‘시스템 스키’가 그것. ‘안전과 기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면 ‘부츠+바인딩+플레이트’로 이뤄진 스키의 유기적인 3점 구조를 입체적으로 향상시켜야 하는데 그것을 염두에 둔 작품이다. 2000년 살로몬이 파일로트 시스템을 선보였고 이어 엘란이 퓨전 시스템을 발표했다. 그러나 어떤 것도 지난해 헤드가 내놓은 ‘전자제어식 운영시스템’보다 앞서거나 현란하지는 않다.

이 시스템은 탄성의 극대화를 실현한 리퀴드메탈 플레이트 속에 ‘인텔리파이퍼’라는 지능형 섬유를 심고 거기에 전자 칩을 연결한 첨단과학 장비. 주행 혹은 회전 시 플레이트에 전달된 힘을 전자신호로 바꾸어 칩에 흡수시킨 다음 플레이트 앞부분에 심어둔 인텔리파이버에 전달한다. 그리고 이 특수섬유의 첨단기능을 활용해 플레이트의 뒤틀림 현상을 되잡아 주도록 설계됐다. 그 효과는 플레이트의 에지그립(설면 접지력)과 주행 안정성의 놀라운 향상.

지난주 하이원 스키장에서 이 첨단스키를 테스트했다. 결과는 크게 만족할 만했다. 플레이트의 떨림이 현저히 적었고 어떤 회전에서도 플레이트의 반발력(리바운드)이 좋았다. 덕분에 다리와 허리를 이용한 힘 조절 의존도가 낮아져 좀 더 편안히, 부담 없이 회전을 즐길 수 있을 듯했다. 살로몬이 파일로트 시스템을 통해 시도했던 ‘회전 시 힘의 손실 없는 보존 및 전달’이 드디어 실현되기 시작한 느낌이다.

이제 스키는 단순히 눈을 지치는 스포츠에 머물지 않는다. 이노베이션과 첨단과학기술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세상의 안내자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앞으로는 스키로 첨단과학도 탈 줄 알아야 한다. 스키는 과학이기 때문이다.

○스키 정보

◇헤드 △홈페이지=www.head.com △수입공급=㈜코스모에스앤에프 02-580-6930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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