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선진 엘리트 교육의 현장(1)美 '초트 로즈메리 홀'

  • 입력 2003년 10월 21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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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네티컷주 월링포드의 명문사립기숙학교인 초트 로즈메리 홀의 전경.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다녔던 이 학교에는 미국 학생뿐 아니라 한국 등 전세계 50여개국의 학생들이 재학중이다. 월링포드=김진경기자 kjk9@donga.com

미국 코네티컷주 월링포드의 명문사립기숙학교인 초트 로즈메리 홀의 전경.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다녔던 이 학교에는 미국 학생뿐 아니라 한국 등 전세계 50여개국의 학생들이 재학중이다. 월링포드=김진경기자 kjk9@donga.com

# 전세계 영재 모여…한국학생 12명 재학중

미국 뉴욕에서 차로 95번 도로를 타고 북동쪽으로 2시간을 달리다 좌회전해 한적한 시골길을 10분 더 달리면 명문사립기숙학교(보딩스쿨) ‘초트 로즈메리 홀’ 간판이 나타난다. 교문도 없이 넓은 캠퍼스 위에 서 있는 160동의 건물들은 조그만 마을을 이루고 있다.

입구 오른편 영국 조지왕조양식의 건물 아치볼드는 입학처로 사용되고 있다. 현관문을 들어서자 미국의 중산층 가정에 들어선 듯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왼쪽 벽에는 35번째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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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 스톤 교원처 차장은 “케네디 전 대통령도 1935년 졸업생”이라는 설명과 함께 한국에서 온 기자에게 1989년 졸업앨범을 내밀며 ‘홍정욱’이라는 인물을 가리켰다. 영화배우 남궁원의 아들, 현 코리아헤럴드 사장이다. 홍 사장이 어려서부터 아버지 다음으로 케네디 전 대통령을 존경했으며 “그래서 케네디가의 형제들이 다닌 초트 로즈메리 홀을 택했다”고 쓴 글을 읽은 기억이 났다. 거실에서는 아이의 손을 잡고 온 학부모들이 얘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캘리포니아에서 왔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교죠. 우리 딸아이에게 적합한 학교인지 직접 확인해 보려고요.”

“뉴욕에서 왔습니다. 중등교육에서 기초를 닦지 않으면 나중에 대학에서 지식체계를 이룩할 수 없다는 이곳 에드워드 새나한 교장의 말에 공감합니다. 우리 아들에게 그 기초를 마련해 주고 싶습니다.”

마침 서울 신사중 출신의 남학생을 데리고 온 한국인 학부모는 “이곳에서는 중학교 성적으로 어떤 학생인가 평가하고 인터뷰를 통해 어떤 아이인가 알아본 뒤 합격여부를 결정한다”고 소개했다.

#전원 기숙사생활…부모대신 24시간 책임

“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요? 스트레스죠.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데 어떻게 스트레스가 크지 않겠어요?”

캠퍼스 중앙 언덕에 위치한 힐 하우스 2층 식당에서 만난 수학교사 존은 “교사들끼리 의논해 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중압감을 너무 느끼지 않도록 서로 숙제의 양을 조절하지만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인 유학생 조셉 윤군(12학년)은 “미국의 명문 사립고는 기본적으로 대학준비학교”라며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만 모아 놓았다는 의미에서 반영재학교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온 아이들이 12명 정도 되는데 잘 적응해요. 강의를 잘 쫓아갈 수 없다고 판단되면 학교에서 아예 받아들이지 않았겠죠? 부모 대신 학교가 하루 24시간 수준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곳이 바로 미국의 보딩스쿨입니다.”

금발의 여학생 애비양(12학년)은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24시간 함께 생활해 우정을 쌓을 수 있고 저녁 자율학습시간에 공부에 관해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금방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보딩스쿨의 장점을 늘어놓았다. 성이 ‘예일’이라는 대답에 예일대의 ‘예일’이냐고 다시 묻자 한국계인 엔젤 리양(12학년)은 “애비는 예일대 입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아침과 점심을 이곳 식당에서 먹는 기숙학생들은 강의가 없으면 회랑으로 연결된 도서관으로 향하지만 나머지는 강의를 듣기 위해 뿔뿔이 흩어진다. 수학강의가 있는 학생은 힐 하우스 옆 성 요한 홀로 걸어가고 과학강의가 있는 학생들은 언덕을 내려와 다리를 건너 칼 이칸 센터까지 가야한다. 체육은 체육관에서, 미술 음악 연기강의는 폴 멜로 아트센터에서 진행된다.

모든 강의는 15명을 넘지 않아 토론식으로 진행된다. 칼 이칸 센터에서 실험을 하지 않는 생물과목 강의인데도 교사는 끊임없이 “추론해 봐” “왜지?”라며 질문을 던졌다.

인문학센터에서 진행된 스티블 패럴의 고전문학시간. 학생들은 원탁테이블에 둘러앉아 15세기말 도덕극 ‘에브리맨’의 대사를 읊고 있다. 저마다 ‘죽음’ ‘세속적 가치’ ‘미’같은 역할을 맡아 연기한다. 500년 전 드라마가 살아 움직이는 텍스트가 되는 순간이다.

#“공부만 잘해서야…” 봉사활동도 장려

초트 로즈메리 홀에서는 학생들이 수준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교과과정이 모두 240개에 이른다. 이것은 학생들이 이곳을 졸업한 뒤 대학이나 사회에 진출했을 때 다양한 선택을 하고 각종 도전에 대처할 수 있는 기초실력이 된다.

뭐니뭐니해도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100% 대학진학’이란 수치보다 학생들이 어느 대학에 갔느냐에 관심이 모아진다. 학생들은 대학진학상담원을 수시로 만나 지원대학과 학과에 대해 의논한다. 상담원은 학생에게 알맞은 대학들을 제시하고 각 대학의 신입생 전형에 필요한 자료를 구해준다. 또 에세이 쓰는 요령이나 인터뷰기법까지 알려준다. 지난해 졸업생 220명 중 50명이 하버드 예일 등 아이비 리그에 입학했다.

대학진학상담처장 로지타 페르난데스 로조는 “대학에서도 적극적으로 좋은 학생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곳에 와 설명회를 개최한다”며 그 주에 잡혀있는 대학설명회 일정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 학교에는 일류대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모여서 시험공부만 하는 학교와는 다른 무엇이 있었다.

조셉 윤군은 “공부만 하면 시간이 남을 것”이라며 “각종 교외활동하랴 사회봉사하랴 24시간이 모자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팸플릿에 나와 있는 이 학교가 자랑하는 졸업생들의 직업에 퓰리처상 수상자, 영화배우, 작가, 대통령,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와 함께 해외의료봉사 활동으로 프루덴셜 금융회사가 수여하는 지역봉사상을 수상한 외과의사가 들어 있었다. 특수한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지도자가 아닐까?

월링포드(코네티컷)=김진경기자 kjk9@donga.com

●초트 로즈마리 홀은?

코네티컷주 월링포드에 있는 사립기숙학교. 여학교 로즈메리 홀과 남학교 초트 스쿨이 1974년 합병돼 오늘에 이른다. 9∼12학년의 고등학교 과정에 있는 830명의 학생이 생활하고 있다. 기숙사비를 포함한 학비는 평균 2만7000달러. 기숙사에서는 5∼15명당 1명의 교직원이 함께 생활한다. 영국의 사립학교 전통을 본떠 9학년을 서드 폼(form), 12학년을 식스 폼이라 부른다. www.choate.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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