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건조한 방공기 아침코피 부른다

  • 입력 2003년 1월 26일 17시 52분


코멘트
코피 흘렸을때 자세
코피 흘렸을때 자세
“겨울철 건조한 날씨가 코피를 더 부른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사는 이모씨(39·회사원)의 아들(5)은 한달 전부터 아침에 세수할 때마다 코피를 흘렸다. 이씨는 혹시라도 아들이 큰 병에 걸린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다행히 코피는 휴지로 막으면 금방 멈췄다.

동네 이비인후과 의사를 찾아가자 “건조한 공기 때문에 생긴 단순한 코피”라고 말해줬다.

최근 이씨의 아들처럼 코피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이비인후과에는 하루에 평균 10명 정도가 코피 때문에 병원을 찾는다. 하나이비인후과 이상덕 원장은 “겨울에는 코 안이 건조해져 코가 헐거나 점막이 부어 코피가 쉽게 난다”며 “비염이나 코가 휜 비중격만곡증 등으로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 열 명 중 한 명은 코피 증세를 동반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가 답답하거나 딱지가 앉은 것을 참지 못하고 후비는 습관이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발생 부위와 원인=코피가 가장 많이 생기는 부위는 콧속에 손가락을 넣었을 때 바로 딱딱하게 만져지는 부위. 이곳 점막은 상처받기 쉬운 가느다란 혈관이 많은 데다 혈관을 덮고 있는 점막의 두께도 얇다.

논밭이 마르면서 땅에 금이 가듯이 겨울에 건조한 공기로 코 안이 마르면 콧속 점막도 금이 간다. 이때 혈관이 같이 찢어지면서 코피가 난다. 특히 아침에 코피가 많이 나는 이유는 밤새 난방으로 인해 코 안이 매우 건조한 상태가 되기 때문. 코를 후비거나 세게 풀면 점막의 가는 혈관을 마구 건드려 코피가 더욱 쉽게 난다. 대부분의 코피는 전염되거나 유전되지 않는다.

이외에 감염, 고혈압, 코 안의 이물질, 알레르기, 종양, 혈액질환, 심장질환 등으로 인해 코피가 나는 경우도 있다. 또 혈액응고를 방지하는 ‘와파린’이나 ‘아스피린’ 등을 복용하는 경우에도 출혈이 잘 일어난다. 이런 경우 가벼운 외상으로도 심한 출혈이 생길 수 있다.

만성 코피로 고생하는 성인들 중에는 비중격만곡증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 굽은 쪽에서 피가 나며 평소에 딱지가 많이 생긴다. 건조한 겨울에 심하고 주로 아침에 세수할 때 피딱지가 코에 붙어 나온다.

백혈병, 혈우병, 혈소판감소증 등 혈액질환이 원인인 경우는 평소 몸 상태가 좋지 않고 피부에 보라색 반점이 나타나거나 잇몸에서 피가 나기도 하므로 단순한 코피가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피곤해도 코피가 잘 난다. 피곤하거나 긴장하면 흔히 ‘침이 마른다’고 말하는 것처럼 몸에 분비물이 줄게 되는데 이 때 콧속의 비점막도 마찬가지로 매우 건조해진다. 이 때는 휴식과 더불어 자주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코피 멈추기=똑바로 앉아있거나 서있는 자세에서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엄지와 검지로 콧망울을 잡고 5∼10분 정도 누르면 대부분 지혈이 된다.

눕힐 때는 베개를 사용해 머리부위를 심장보다 높은 위치에 둔다. 얼음을 코와 빰에 갖다 대면 혈관이 수축하므로 지혈에 도움된다.

코피가 심하게 나와 탈지면을 사용할 때는 코 안쪽 깊숙이 단단히 밀어 넣는다. 그런 다음 콧망울을 양쪽에서 압박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물베개나 얼음주머니, 또는 젖은 수건 등으로 이마와 콧마루를 차게 하는 것도 좋다. 코피를 흘린 뒤 무거운 것을 들어올리거나 고개를 숙이는 등의 행동은 혈압을 높일 수 있으므로 피한다.

만약 20분 이상 압박해도 지혈이 안 되거나, 구토 또는 구역질이 동반되고 어지러운 느낌이 든다면 병원을 찾아가 정확한 원인을 알아보는 게 좋다.

▽예방=코피는 코가 건조해서 생기는 경우가 가장 많으므로 바셀린 연고를 하루 한 번 정도 콧속에 발라 점막이 건조되는 것을 막는 것이 좋다. 이때 면봉이나 새끼손가락 끝을 이용해 적어도 코 안 중간부위까지는 바르도록 한다.

또 집안에서는 가습기를 틀어 공기가 건조해지는 걸 막는다. 식염수 스프레이를 이용해 코 세척을 하는 것도 한 방법. 코를 너무 세게 풀거나 후비지 않는 것이 좋다.

(도움말=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윤주헌 교수,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정승규 교수)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