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사이버언어 2350개…우리말 훼손 심각

  • 입력 2002년 1월 23일 18시 25분


인터넷 등 사이버 공간에서 우리말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5월부터 8개월간 한말연구학회(회장 김승곤)에 의뢰해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통신 언어를 조사 분석한 결과, 언어현실을 왜곡한 신조어가 생겨나 의사소통에 장애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조사에서 찾아내 분석한 사이버 공간의 통신언어는 약 2350개로 △형태변이 △의미전이 △새말 △통사변이 순이었다. 원말을 소리나는대로 적거나 숫자로 바꾼 형태변이(1592개) 사례는 ‘많이’를 ‘10002’로, ‘피본다’를‘P본다’로, ‘감사’를 ‘감솨’ 등이 있다. 기존의 말을 합성하거나 확대해석한 ‘새말’(253개) 중에는 게시판에 연속해서 글을 올린다는 의미로 ‘도배’와 ‘방’을 합성한 ‘도배방’, 가상공간의 동호회를 운영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카페지기’ 등이 있다.

기존의 의미를 변용해 사용하는 단어(77개)도 있다. 게시판에 오른 글에 의견을 올리는 것을 ‘꼬리’로, 인터넷으로 대화를 나누다 갑자기 만나는 것을 ‘번개(벙개)’로, 인터넷 게임에서 편을 가르는 것을 ‘줄서다’로 표현하는 식이다. ‘님’같은 접미사를 ‘님들 소개해줘영∼’처럼 2인칭 대명사로 사용하는 품사의 통사 변이(5개) 사례도 있었다.

한말연구학회의 한 관계자는 “과거의 통신언어는 대화방에서 빨리 입력하기 위해 타수를 줄이는 수준이었으나 이제는 단어를 합성 변형 축소하면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 와있다”며 “최근에는 청장년층까지 사용자가 넓어지면서 언어 파괴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관광부 국어정책과 맹영재 서기관은 “바람직한 통신언어의 확립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과 관련기관 시민단체들과 협조해 언어 교육과 계몽작업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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