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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 한두 알로는 잠 못드는 당신… 중독 의심을[홍은심기자의 낯선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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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 한두 알로는 잠 못드는 당신… 중독 의심을[홍은심기자의 낯선바람]

홍은심 기자 입력 2019-12-26 03:00수정 2019-12-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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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 중독

약물중독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가 최근 5년간 7만70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와 20대, 80세 이상에서 약물 오남용이 심각했다. 진정제·수면제에 의한 중독은 2만5217명. 증가 속도도 청년과 고령층에서 빨랐다. 80세 이상이 2014년 1032명에서 지난해 1234명으로 19.6% 늘어 증가세가 가장 빨랐고 10대(15.72%)와 20대(14.18%) 환자도 늘었다.


“업무 스트레스도 너무 심하고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돌이켜 보면그랬다. 잠이 오지 않아 수면제라도 먹어볼 요량으로 병원을 찾았다. 처방받은 약을 한 알 삼키고 잠자리에 든 날, 숙면을 취했다.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실컷 자고 일어나니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 같다. 지긋지긋한 피로도 말끔히 풀린 느낌이다. 아주 오랜만에 개운한 아침이었다.

언제부턴가 수면제 한 알 정도로는 예전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약을 먹고 나서도 대여섯 시간은 뒤척이다가 잠이 든다. 결국 의사가 권고한 것보다 몇 알을 더 먹기 시작했다.


겨우 몇 시간을 잤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아침에 일어나니 주방이 난장판이다. 냉장고 문은 열려 있고 반찬 그릇은 식탁에 어지럽게 널려 있다. 내가 집에 와서 저녁을 먹은 것일까. 기억이 나질 않는다. 방 안에는 언제 먹었는지 모르는 수면제 봉투가 여러 개 뜯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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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어제 나와 통화한 이야기를 하는 거 같은데 무슨 말을 하는지 통 모르겠다. 우리가 통화를 하긴 한 걸까. 또 슬슬 짜증이 난다. 기억나지도 않는 말을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친구에게 결국 화를 내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수면제를 먹기 시작한 지 2년이 돼간다. 불면증은 더 심해지는 거 같다. 이제는 약 없이는 불안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아침부터 수면제를 한 움큼 집어먹고 나서야 조금 편안해졌다.

회의 시간에 졸았다고 상사한테 꾸지람을 들었다. 출근길에는 신호등에서 앞 차를 들이박는 교통사고를 냈다. 아침 내내 이 일을 처리하느라 가뜩이나 기분이 안 좋은데 오늘은 여러 가지로 신경질 나는 하루다. 요즘 이상하게 차 사고를 많이 낸다. 대부분은 내 실수다. 잠을 제대로 못 자니 자주 멍해지고 집중력도 떨어져서다. 어제도 한참을 잠 못 들다가 결국 수면제 몇 알을 입에 더 집어넣고 나서야 겨우 잠들었다.

가지고 있던 수면제가 떨어졌다. 약을 먹지 않으면 몸이 떨리고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 이상하게 예민하고 자주 화가 난다. 졸피뎀을 처방받았는데 병원에서 한 달 치밖에 줄 수 없단다. 하루에 한두 알 가지고는 안 된다고 의사에게 사정도 해보고 협박도 해봤는데 소용이 없다. 하는 수 없이 친구에게 병원에 가서 대신 수면제 처방을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나도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지만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절박하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스스로 양 줄이지 못할 땐 반드시 병원 찾아야 ▼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 중에는 잠을 자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 수면제를 처방받기도 한다. 하지만 약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면 약으로 이루고자 했던 ‘숙면’이라는 목표는 사라지고 어느 순간 ‘약을 구하고 먹는 것’에 집중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약으로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먹지 않았을 때 느끼는 스트레스, 긴장감 등을 견딜 수 없어 한다.

약을 줄여 보려고 노력했는데 성공하지 못했거나, 자신이 약을 복용하는 것에 대해 주변 사람들의 조언이 기분 나빴거나, 일어나자마자 약을 생각한 적이 있다면 혹시 수면제 중독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수면제의 의존도를 줄이고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 치료법들은 많다.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신경 적응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 시기 발생할 수 있는 금단 증상과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도 있다. 수면제 중독은 치료가 가능한 만큼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아야 한다.

도움말 김장래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헬스동아#건강#의학#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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