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한 광화문광장이 되길[벗드갈의 한국 블로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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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대학원행정학과재학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대학원행정학과재학
한국에 살면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한국인들이 하나같이 잘 뭉친다는 점이다. 주변에 어려운 일들이 생기면 함께 극복하기 위해 행사를 주기적으로 꾸준히 한다. 제일 놀라운 것이 수십만 명이 모이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사고 없이 잘 마무리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모두 태극기를 손에 쥐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함께한다는 점에서 감탄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며칠 전 한국어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친구들과 함께 세종대왕 동상을 찾아가서 사라진 한글 발음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역시 ‘가는 날이 장날’이란 말이 있듯 그날따라 시위가 있었고, 몹시 사람이 많아 구경은커녕 걷기도 힘들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이 있다. 멀리서 세종대왕께서 자신이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백성들이 매번 사는 게 힘들다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달라며 수십만 명이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까 하는 것이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생각일 수도 있지만 재미로 떠올려봤다.

몽골에도 광화문광장 같은 광장이 존재한다. 이 광장에서 사람들은 시위를 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시위보다는 다양한 행사가 많이 열린다. 예를 들면 결혼식을 올리는 새신랑과 신부가 웨딩홀에서 법적 부부가 되었다는 서류에 사인하고, 그 다음에 칭기즈칸광장에 가서 동상 앞에서 예의 바르게 인사를 올린다. 칭기즈칸광장에서 사람들은 결혼식 같은 행사뿐만 아니라 일생에 몇 안 되는 소중한 시간도 보낸다. 두 나라에 존재하는 광장이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어 신기하기만 하다.

필자는 궁금한 것이 있다. 왜 굳이 사람들이 광화문에서 모일까 하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보다 효율적인 시위 방법은 문제와 가장 밀접한 기관 앞에서 시위를 하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다면 스마트폰 하나로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축제처럼 모두가 행복한 행사라면 뭐든 좋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느낄지 몰라도 광장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웃음, 행복, 축제, 기쁨 등의 긍정적인 단어들이 주로 떠오른다. 최근 한국사회에 문제가 많이 발생하면서 광화문광장은 열기가 넘치고 있다. 매일 광화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라면 옆 사람과 대화를 해도 들리지 않을 정도의 소음과 불편을 겪어봤을 것이다.

외국인이 왜 남의 나라 광장 타령이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필자는 한국을 사랑한다. 특히 광화문광장만큼은 지키고 싶은 장소다. 광화문광장을 구경하러 오는 외국인 관광객도 무척 많고 그들이 한국을 이해를 하는 데 광장이 큰 도움이 된다. 세계적으로 한국은 케이팝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특히 젊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어교육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유학생에게 “어떻게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됐느냐”고 물어보면 10명 중 8명 이상은 케이팝 때문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중 한 명과 광화문에 놀러갔던 적이 있는데 그날의 결과는 큰 실망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성숙한 분위기로 집회가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글날에도 여전히 광화문광장은 바빴다. 한쪽에서 현직 대통령을 “스톱(STOP)”하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한글날을 기념하면서 한글을 사랑하는 외국인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축제를 치르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어쩌면 한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제는 조금 더 성숙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시위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특히 광화문 주변인 서울역, 시청역, 명동역, 회현역, 종로1가부터 3가까지 매주 주말 교통마비를 겪는 게 벌써 몇 년째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외국인으로서 한국을 찾아오는 관광객에게 광화문광장은 행복의 광장 그리고 추억의 광장이 되었으면 한다. 광장이 이제 국민에게는 훌륭한 세종대왕 동상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내는 장소가 되면 어떨까 싶다.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대학원행정학과재학
#광화문광장#한글날#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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