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주 52시간 보완”, 기업 활로 열 실질 대책 나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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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일 대한상의 경총 중기중앙회 무역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장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주 52시간제와 관련해 “정부도 기업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의 보완책을 마련해 곧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경제단체장들이 최근 기업들이 처한 어려움을 전하면서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300인 미만 기업 대상 주 52시간제를 유예해 달라고 건의한 데 따른 것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주 52시간제 내년 적용과 관련해 중기중앙회 조사로는 대상 기업 가운데 56%가 준비가 덜 돼 있고, 고용노동부 조사로도 40%가량이 뚜렷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법 위반을 하지 않고 생산 물량이나 납기일을 맞추려면 사람을 더 뽑아야 하는데 인력 충원이 쉽지 않다는 게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다.

대통령이 이달 중 발표하겠다고 한 보완책이 무엇인지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시행은 일정대로 하되 처벌을 3개월 정도 유예하는 계도기간 부여 방안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고 한다. 시행시기 유예는 법 개정 사항인데 국회가 탄력근로제 6개월 연장 개정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한 대로 처벌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포함해 기업 활력을 살릴 수 있는 대책들이 함께 나오기를 바란다. 예컨대 고용부 장관 인가와 근로자 동의를 받으면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도록 특별히 허용해주는 특별연장근로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지금은 재해·재난 등 매우 한정된 경우에만 적용하고 있는데 기업의 급박한 사정을 좀 더 유연하게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

지금 나라 안팎으로 경제 여건이 대단히 좋지 않다. 정부가 돈을 푸는 것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기업의 분발이 요구되는 때다. 이런 시기에 대통령이 모처럼 기업인들을 만나 애로를 청취하고 보완책을 내놓겠다는 약속을 했다. 대통령이 경제4단체장을 만나 애로를 청취한 다음 나온 대책이 계도기간 부여에 그치고 경제 활력을 살리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들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번에도 역시’라는 좌절감만 깊어질 것이다. 대통령을 만나고 나서 힘을 얻기는커녕 낙담만 더 키우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주 52시간제#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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