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중심이 까맣게 보이는 ‘황반변성’, 매년 10%씩 증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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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증상 없어 50대부터 주의해야… 노년층은 실명할 수도 있어
예방은 자외선 차단, 시금치 섭취

황반변성 환자 눈에 비친 모습. 시신경 중심부 손상으로 가운데가 까맣게 보이거나 물체가 휘어 보이게된다. 동아일보DB
황반변성 환자 눈에 비친 모습. 시신경 중심부 손상으로 가운데가 까맣게 보이거나 물체가 휘어 보이게된다. 동아일보DB
회사원 김성진 씨(54·서울 은평구)는 최근 운전 중 습관적으로 눈을 비빈다. 반듯하게 보이던 차선이나 주변 건물이 갑자기 구부러지거나 찌그러져 보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과로와 눈의 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 병원을 찾았더니 ‘황반변성’이란 진단을 받았다.

‘황반변성’은 망막질환의 하나로 망막의 시세포가 집중된 황반(黃斑)이라는 신경조직에 변성이 생긴 것이다. 시력이 나빠지고 물체가 찌그러져 보이는 증상을 동반한다. 노년층은 실명할 수도 있다.

황반변성 환자는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다. 2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빅데이터에 따르면 황반변성 환자는 2011년 9만1000명에서 2016년 14만6000명으로 5년간 61.2% 늘었다. 연령별로는 70대 이상이 7만9636명(54.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60대 3만8879명(26.5%) △50대 1만996명(13.0%) △40대 6024명(4.1%) 순이었다. 50대 이후에는 누구든 황반변성을 주의해야 한다는 의미다.

시세포가 모여 있는 황반은 전체 시력을 담당한다. 황반은 망막 중심에 위치한 중심시력으로 사물을 제대로 보이게 한다. 하지만 노화가 진행되면 망막하층과 황반에 노폐물이 축적돼 손상된다. 황반변성은 크게 ‘비삼출성’(건성)과 ‘삼출성’(습성)으로 나뉜다.

비삼출성은 드루젠이라는 세포 노폐물이 황반 아래 쌓이는 것으로 대부분 시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신생혈관이 터지면서 혈액과 물이 새어 나오는 ‘삼출성’은 황반 부위에 심각한 손상을 입혀 수개월 뒤 시력을 잃게 만든다.

문제는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질환이 꽤 진행된 뒤에야 변성 현상이 생겨 선이 굽어 보이거나 심한 경우 사물의 중심이 까맣게 보인다. 아예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50대 이상은 단순한 노안으로 착각해 치료 시기를 놓치곤 한다. 이런 증상을 보이면 바로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한다. 황반변성에 대한 완전한 치료법은 없다. 신생혈관 생성을 줄이기 위해 주사요법을 사용하는데, 이는 시력을 유지하거나 개선하는 정도밖에 효과가 없다.

그만큼 예방이 중요하다. 황반 건강을 유지하려면 자외선 차단을 위해 선글라스 착용을 습관화해야 한다. 휴대전화나 노트북을 장시간 보는 것도 자제하는 게 좋다. 시금치 등 녹황색 채소와 달걀 노른자, 오렌지, 노란 호박 등에는 황반색소 물질인 루테인이 풍부하다.

노화 외에도 유전적 요인, 염증, 비만, 영양 부족, 심혈관계 질환 등도 황반변성의 원인이 된다. 특히 흡연이 큰 영향을 미친다. 정은지 일산병원 안과 교수는 “황반변성은 선진국에서 60세 이상 인구의 가장 흔한 실명 원인”이라며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황반변성#시신경 중심부 손상#황반변성 초기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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