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모’는 마지막 생명줄? 환자 생존율 44%→60%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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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목받는 에크모 치료

《 2년 전 폐가 딱딱하게 굳는 ‘특발성 폐섬유증’ 진단을 받은 심모 씨(64)는 올해 7월 급성 호흡곤란 증세를 겪으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다.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에서 의료진은 심 씨에게 에크모(ECMO·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시행을 결정했다.

에크모는 심장과 폐가 정상 기능을 사실상 거의 할 수 없을 때 그 기능을 대신해 주는 의료 장치다. 이산화탄소를 다량 함유한 정맥혈을 사타구니 쪽에서 뽑아낸 뒤 산소공급기에서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교환하고, 산소를 녹인 피를 동맥혈로 다시 집어넣어 주는 게 에크모의 작동 원리다. 인공호흡기를 통한 산소 공급으로는 환자의 생명 유지가 어려울 때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에크모로 19일간 버틴 끝에 심 씨는 뇌사자로부터 폐를 기증받았고 현재는 퇴원해서 외래를 다니며 회복 치료를 받고 있다.》


○ 급성심근경색과 호흡곤란증후군에 주로 적용


심 씨 사례처럼 최근 에크모를 이용한 치료 성공 사례가 잇달아 소개되면서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에크모는 심각한 심장과 폐 질환에 주로 쓰인다. 심장 질환과 관련해선 △급성 심근경색 △심근염 △심실성 부정맥 △심인성 쇼크 환자에게 많이 적용된다. 폐 질환의 경우 △급성 호흡곤란증후군 △기관지 손상 △기흉(폐에 구멍이 생겨 공기가 새는 질환) 환자에게 주로 쓰인다.

심한 호흡곤란 증세를 동반하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치료에도 에크모가 유용하게 쓰였다. 위중한 상태에 빠졌던 메르스 환자 중 많은 이가 에크모의 도움을 받았다.

여기에는 젊은 나이에 기존에 앓던 질환도 없었던 상태에서 위독했다 현재는 메르스를 이겨내고 회복 치료를 받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의사 출신인 35번 환자(38)도 포함돼 있다. 보건당국은 35번 환자가 에크모 치료를 통해 상태가 크게 개선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과거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시행

6, 7년 전만 해도 에크모는 단순히 생명을 조금 더 연장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에크모를 이용한 치료 노하우가 크게 개선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에크모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조양현 삼성서울병원 성인 에크모팀장(흉부외과 교수)은 “요즘은 생존 가능성이 50% 미만일 때부터 에크모 시행을 검토한다”며 “인공호흡기나 진정제 투여보다 훨씬 더 좋은 효과를 보일 때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에크모 시술 1000건을 달성하는 등 국내에서 가장 많은 에크모 시술을 진행한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2012년 에크모 치료를 받은 환자의 생존율은 44%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1∼6월)에 에크모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생존율은 60%까지 올라갔다.

특히 최근에는 기도에 관을 넣고 인공호흡기를 활용하는 ‘기도삽관’ 치료보다 △감염에 의한 패혈증 △폐 손상 △호흡 근육 약화 같은 부작용을 훨씬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조 교수는 “국내외에서 에크모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와 임상 시도가 되고 있고 다양한 장점이 확인되고 있다”며 “머지않은 시기에 신장 투석이나 인공호흡같이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표준 치료’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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