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수면제 오래 먹으면 치매 온다? 멜라토닌 성분이면 괜찮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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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와 치매의 상관관계

벤조디아제핀 계열 수면제… 뇌 중추신경에 직접 작용해 잠 유도
중독성 강하고 기억력 감퇴 오기도… 장기복용 할수록 치매 발병률 높아

非향정신성 수면제 ‘서카딘’…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 성분으로
잠의 질 개선해 불면증 근본 치료… 1회에 13주까지 장기처방 가능

모든 수면제가 치매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엔 비향정신성 계열의 멜라토닌 성분 불면증 치료제도 나와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동아일보DB
모든 수면제가 치매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엔 비향정신성 계열의 멜라토닌 성분 불면증 치료제도 나와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동아일보DB
수면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치매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와 눈길을 끌었다. 온라인상에서도 치매와 수면제의 상관관계를 묻는 질문들이 쏟아지고 있다.

‘수면제를 장기 복용하면 치매에 걸린다는데 사실이냐’ ‘수면제의 장기복용으로 인한 치매의 증상악화 여부를 알려달라’ 혹은 ‘치매노인이 지속적으로 수면제를 복용해도 되느냐’와 같은 질문들이 그 예다. 그러나 실제로 정말 그럴까? 전문가들은 모든 수면제가 치매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벤조디아제핀 계열 수면제, 치매 발병률 높여


올해 9월, 프랑스 보르도대와 캐나다 몬트리올대 연구팀은 65세 이상 노인 8980명을 대상으로 수면제, 진정제와 알츠하이머 발병의 관련성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대상 가운데 1796명은 알츠하이머병에 이미 걸린 환자였고, 나머지 7184명은 증세가 없는 환자였다. 두 그룹을 비교 분석한 결과, 수면제의 한 종류인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을 복용한 노인은 최대 50%까지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복용 기간이 3개월 이상으로 길수록 발병률이 높았다.

벤조디아제핀은 불면증과 우울증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데 대부분 노인층이 복용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알츠하이머학회의 수석 연구원인 제임스 피케트 박사는 “이 약을 장기간 사용하면 치매 위험이 증가한다는 증거가 분명하다. 이 약의 사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향정신성수면제, 기억력 감퇴 부작용 많아


불면증 치료에 사용되는 기존 수면제는 크게 벤조디아제핀 계열과 비(非)벤조디아제핀 계열로 나뉜다. 이번에 치매 발병률을 높인다고 지목된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수면제는 약물 의존성이 강해 주로 불면증의 단기 치료에 사용된다.

비벤조디아제핀 계열 수면제는 최근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졸피뎀’ 성분의 불면증 치료제다. 벤조디아제핀에 비해 의존성이 낮은 편이나 기억 혼돈·환각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두 계열의 기존 수면제는 모두 향정신성수면제의 일종이다. 향정신성수면제란 환각·각성 및 습관성·중독성이 있는 수면제를 뜻한다. 향정신성수면제는 뇌에서 중추신경의 GABA 수용체에 직접 작용하여 수면을 유도한다. 뇌를 마취시키는 것과 같이 작용하기 때문에 숙취효과, 낮시간대 무기력증, 기억력 감퇴, 중독성 등의 이상반응이 생길 수 있다.

코슬립수면센터 신홍범 박사는 “기존 수면제는 적절히 단기간 처방하지 않고 장기간 복용할 때 각종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또 모든 수면제가 치매와 무조건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계열과 성분이 무엇인지 봐야 한다”면서 “최근엔 비(非)향정신성 계열의 멜라토닌 성분 불면증 치료제가 나왔는데, 이는 뇌에 직접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기억력 감퇴나 중독성의 위험이 덜해 보다 안전하다”고 말했다.

비(非)향정신성 착한 수면제 나와

최근엔 향정신성수면제와는 기전이 다른 비(非)향정신성 의약품도 나오고 있다. 수면호르몬 멜라토닌 성분의 ‘서카딘’이다. 서카딘의 주성분인 멜라토닌은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노화에 따라 그 분비가 감소되기도 하는데 이 물질이 분비되지 않거나 적게 분비되면 불면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향정신성의약품인 기존 수면제들이 수면의 질을 저하시키는 데 비해, 서카딘은 뇌에 직접 작용하지 않는 비향정신성의약품으로 근본적인 수면의 질을 개선하여 뇌와 신체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제제다.

또 기존 수면제들에서 복용 금기가 있는 다른 질환을 가지고 있어도 안전한 약물이다. 기존 수면제들은 근육을 이완시켜 수면 중 기도를 좁히기 때문에 수면무호흡증, 호흡기질환, 중증근무력증 환자에게 사용이 금지되어 있고 급성간부전이나 정신질환 환자에도 사용이 금지돼 있지만 서카딘은 이러한 질환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이와 같은 안전성으로 기존 수면제들이 1회 3∼4주로 처방이 제한되어 있는 데 비해, 서카딘은 1회 13주까지 장기처방이 가능하다.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중 교수(대한수면의학회 이사장)는 “해마다 불면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병원에 와서 상담을 하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는 않는다”면서 “잠이 사람들의 하루하루 삶의 질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불면증 치료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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