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박인호의 전원생활 가이드]<15>번듯하지 않아도 전원 보금자리는 많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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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부담이 큰 주택만 고집하는 것보다는 일정기간 임시 주거시설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도 전원에 연착륙하는 좋은 방법이다. 농지에 소형 농막을 설치하는 모습. 박인호 씨 제공
경제적 부담이 큰 주택만 고집하는 것보다는 일정기간 임시 주거시설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도 전원에 연착륙하는 좋은 방법이다. 농지에 소형 농막을 설치하는 모습. 박인호 씨 제공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2012년 강원 인제군의 오지에 땅을 마련한 S 씨(50·경기 안산시)는 이듬해 작은 이동식 주택(23m²·약 7평)을 들여놓았다. 나중에 정식으로 집을 지을 때까지 임시 주말주택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2013년 충북 음성군에 작은 터를 구한 K 씨(58·서울 서초구)는 아예 상주할 전원 보금자리로 경제적 부담이 적은 50m²(약 15평) 규모의 이동식 목조주택을 설치했다.

S 씨와 K 씨의 사례처럼 건축비 부담이 큰 번듯한 집을 짓기보다는 소형 이동식 주택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수요자는 공장에서 다 만들어진 이동식 주택을 가전제품 쇼핑하듯이 골라 구매한다. 주문한 주택은 대형 트럭으로 옮겨 설치한다.

이동식 주택은 비록 크기는 작지만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필수 주거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평당가(3.3m² 기준)가 저렴하고 총 비용도 적게 들어간다는 것이 장점이다. 건축 자재를 대량으로 조달해 한곳에서 생산하다 보니 현장에서 짓는 것보다 제작 단가가 20∼30% 적게 든다. 사용하던 집은 나중에 중고로 팔 수도 있다.

주택 유형은 목조주택을 비롯해 경량 철골조, 목구조+경량 철골조, 컨테이너하우스 등 다양하다. 목조주택은 3.3m²당 250만∼270만 원 선, 나머지는 150만∼250만 원 선이다. 통상적으로 짓는 일반 전원주택 건축비(3.3m²당 300만∼400만 원 선)보다 낮다. 다만 이동식 주택도 고급화되고 있어 점차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동식 농막도 주말주택을 대신하는 ‘대안 주거시설’로 많이 활용된다. 원래 농막은 농기구 농약 비료 종자를 보관하거나 잠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용도로 허용된 농업용 창고다. 따라서 농지전용허가 절차 없이 해당 농지 소재 면사무소에 20m²(약 6평)까지 신고만으로 설치할 수 있다. 다만 농막은 본래 용도가 창고이므로 주택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만약 주택으로 쓰려면 20m² 이하라도 농지전용허가 및 건축신고를 한 후 사용승인(준공)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농막 또한 거의 주거용으로 전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2년 11월 농막 내 간단한 취사나 샤워를 할 수 있도록 전기·수도·가스시설 설치를 허용(화장실·정화조는 금지)한 이후 더욱 그렇다. 20m² 이하 농막을 놓고 순수 농막이냐, 주거용이냐에 대한 판단 기준은 지자체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어 사전에 알아봐야 한다.

농지와 농가주택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비 귀농인들을 돕기 위한 ‘대안 주거시설’도 있다. ‘귀농인의 집’과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가 바로 그것이다.

귀농인의 집은 귀농·귀촌 희망자가 영농기술을 배우는 한편 거주할 집이나 농지 등 영농기반을 마련할 때까지 머물 수 있는 임시 거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09년 총 30억 원을 들여 빈집 리모델링을 통해 전국에 귀농인의 집 100곳을 마련했다. 또 2015∼2017년 매년 100개소씩 총 300개소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입주자는 월 10만∼20만 원의 임차료만 부담하면 된다.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는 예비 귀농인들을 대상으로 농촌 이해, 농업 창업과정 실습, 체험 등 원스톱 지원체제를 갖춘 곳으로 센터 안에는 30가구 규모의 주거단지가 조성된다. 이곳에서 예비 귀농인들은 가족과 함께 1년간 체류하면서 농촌 정착 준비를 한다.

농식품부는 주요 거점별로 각 80억 원을 들여 총 8개소를 건립해 운영할 계획인데 현재 5곳의 사업지가 선정된 상태다. 이 중 충북 제천과 경북 영주는 2014년 하반기 입주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강원 홍천, 전남 구례, 충남 금산 등 3곳은 2015년 하반기 입주 계획이 잡혀 있다. 홍천군의 경우 서석면 검산리 일원에 3만4307m² 규모로 조성된다.

전원에 내 집을 지으려면 당초 계획한 자금보다 30∼50% 더 들어가는 게 상례다. 섣불리 경제적 부담이 큰 집을 짓기보다는 이동식 주택이나 농막, 임시 주거시설 등 자신에게 적합한 대안 주거를 잘 활용하는 것도 전원 연착륙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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