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승호]동물 학대와 보호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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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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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옷 반대는 동물보호단체들의 단골 메뉴다. 그래서 모피옷을 입은 유명인사를 공격하기도 한다. 그런데 퍼뜩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 있다. 같은 논리로 가죽옷도 반대해야 하는데 그런 뉴스는 들어본 적이 없다.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가죽옷까지 반대하면 적이 너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핸드백 지갑 허리띠 등 가죽제품을 하나라도 안 가진 사람이 어디 있겠나. 가죽을 공격하다가는 동물보호운동의 존립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작년 4월까지만 해도 서울 청계천에서는 관광마차가 달렸지만 동물 학대 반대 시위가 잇따르자 서울시는 운행을 금지했다. 그 말들은 어떻게 됐을까. 16필 중 2필은 전북의 야산에서 나무에 묶인 채 눈비를 맞으며 지내고 있다. 마사(馬舍) 지을 돈이 없어서다. 1필은 작년 가을 영양실조로 죽었다. 마주가 건초 값을 대지 못한 것이다. 1필은 도축됐다. 강원도의 한 목장에 사실상 방치된 8필도 미래가 불투명하다. 4필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는다. 말들은 과연 보호받은 것일까. 그리고 말이 마차를 끄는 게 학대라면 소가 수레를 끄는 건….

▷동물보호운동가 중엔 프랑스의 영화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는 특히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개고기 식용 문화를 집요하게 비판해 왔다. 한 필리핀 정치인이 일갈했다. “바르도는 개를 동정하기에 앞서 과거 프랑스가 식민지 사람들에게 행한 잔혹행위에 대해 먼저 사죄하라”고. 그렇잖아도 바르도는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발언을 반복해 1997년 이후 최근까지 다섯 번이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동물사랑단체의 한 간부가 주말농장에서 사육하는 개를 ‘구출’하다 절도죄로 처벌됐다. 개를 가둔 철장 안에는 배설물이 가득했고 녹슨 밥그릇에는 먹을 것이 없었다. 오전 3시에 같은 단체 회원 3명과 절단기를 들고 농장으로 들어간 그는 개 5마리와 닭 8마리를 꺼내 경기 포천시의 동물보호소로 옮겼다. 사건은 대법원까지 갔지만 재판부는 일관되게 유죄를 선고했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아름답지만 그 실천은 법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는 게 판결 요지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동물보호단체#동물 학대#동물보호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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