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20>국사무쌍(國士無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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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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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 나라 국 士: 선비 사 無: 없을 무 雙: 쌍 쌍

빼어난 인재를 의미하는 말이다. 한나라 개국공신 한신(韓信)의 어린 시절은 수모의 연속이었다. 긴 칼을 차고 다니다가 동네 불량배들의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수모를 겪기도 했고, 빨래하는 아낙의 밥을 빌어먹기도 했다. 진나라 말, 진승의 모반에 반기를 든 항량과 항우에게 번갈아 몸을 의탁했지만 자신의 존재가치를 알아주지 않자 다시 유방에게 달아나게 된다.

그런데 유방 역시 여전히 그를 중용하지 않았다. 거들떠보지도 않는 유방 곁에는 한신의 존재가치를 눈여겨본 유방의 친구요 핵심 측근 소하(蕭何)가 있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한신은 다시 자신의 길을 떠나버렸고, 그런 한신을 소하가 쫓아가 데려오자, 유방은 노여움과 기쁨이 뒤섞여 소하를 꾸짖었다. “그대는 어째서 도망쳤소?” “도망친 게 아니라 도망친 자를 뒤쫓아 갔습니다.” “그대가 뒤쫓은 자가 누구요?” “한신입니다.” 유방은 다시 꾸짖었다. “장수들 가운데 도망친 자가 수십 명이나 되는데도 그대는 쫓아간 적이 없소. 한신을 뒤쫓았다는 것은 거짓말이오.” 그러자 그는 한신의 존재가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여러 장수들은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한신과 같은 인물은 나라에 둘도 없는 선비입니다. 왕께서 계속 한중의 왕으로 만족하신다면, 한신을 문제 삼을 필요는 없습니다만, 반드시 천하를 놓고 다투려 하신다면, 한신이 아니고서는 함께 일을 꾀할 사람이 없습니다. 왕의 생각이 어느 쪽에 달려 있는가를 헤아려 보십시오.(諸將易得耳. 至如信者, 國士無雙. 王必欲長王漢中, 無所事信, 必欲爭天下, 非信無所與計事者. 顧王策安所決耳).”(사기 ‘회음후열전’)

유방은 자신만의 사고의 틀에 갇히다 보니 한신이란 존재의 가치를 깨달을 만큼 지혜롭지 못했다. 이런 단점을 일깨워준 자가 소하였고, 유방은 그 조언을 받아들여 한신을 대장군에 임명했다.

자신의 탁월한 능력이 빛을 보지 못한다고 실망하지 말라. 초조해하지도 말라. 늘 당신 곁에는 당신을 주시하는 그 누군가가 있기에 말이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한자#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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