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중이염 방치땐 예민한 고막 뚫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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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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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이비인후과의 한 의사가 감기를 앓던 환자의 귀에 중이염이 생겼는지 살펴보고 있다. 하나이비인후과 제공
하나이비인후과의 한 의사가 감기를 앓던 환자의 귀에 중이염이 생겼는지 살펴보고 있다. 하나이비인후과 제공
감기 합병증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중이염이다. 중이염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질환으로 변해 고막이 뚫리고 중이에 염증이 번져 고름이 나오기도 한다.

고막은 외이와 중이의 경계에 위치한 두께 0.1mm 정도의 얇고 투명한 막이다. 바깥쪽부터 안쪽의 단면을 현미경으로 보면 피부층-섬유층-점막 3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로세로가 각 8mm, 9mm인 타원형으로 가운데가 안쪽으로 오목한 모양이어서 소리가 그쪽으로 모인다.

중이를 보호하고 소리를 전달하는 기능에서 첨병 역할을 하는 것이 고막이다. 새끼손톱보다 작고 투명한 고막은 여러 원인으로 찢어지기도 하지만 쉽게 재생되기도 한다. 감기에 걸리기 쉬운 환절기에 고막의 숨은 상식을 알아본다.

○ 고막은 압력으로 인해 잘 찢어져

정상 고막을 귀 외부에서 찍은 모습. 가운데 타원형 부분이 고막이다. 반투명으로 회백색을 띤다. 중이를 보호하고 음파의 진동을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나이비인후과 제공
정상 고막을 귀 외부에서 찍은 모습. 가운데 타원형 부분이 고막이다. 반투명으로 회백색을 띤다. 중이를 보호하고 음파의 진동을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나이비인후과 제공
고막은 아주 얇지만 중간층이 탄성이 좋은 섬유층으로 돼 있어 생각만큼 쉽게 찢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만성중이염이 심하거나 귀에 강한 압력이 순간적으로 가해지면 고막이 찢어져 고막천공이 생긴다.

고막천공이 생기는 흔한 원인 중 하나가 만성중이염이다. 이는 고막 안쪽의 빈 공간인 중이에 염증이 생겨 고름이 흘러나오는 질환이다. 고름이 지속적으로 생기면 중이 안쪽에 압력이 증가되고 고막이 녹아서 결국 고막에 구멍이 뚫린다.

다음으로 많은 것이 외상. 귀지를 파면서 고막을 찌르거나 뺨이나 귀를 맞을 때 발생하는 강한 압력, 머리를 부딪치는 사고에도 고막이 파열될 수 있다. 간혹 폭발음과 같은 순간적으로 강한 소음에 고막이 찢어지기도 한다.

○ 고막 재생 기간에 염증 생기면 중이염으로 발전

흔히 고막이 파열되면 아예 소리가 안 들린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고막의 손상이 심하지 않다면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

또 고막이 한 번 찢어지면 회복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잘못된 상식이다. 고막은 재생력이 강해 염증을 동반하지 않으면 3, 4주 후 저절로 회복된다.

재생되는 동안 바람이 새는 느낌이나 ‘웅웅’ 소리가 들릴 수 있다. 만약 손상된 부위가 고막 전체의 절반 이하이고, 염증이 동반되지 않으면 천공이 발생한 초기에 고막을 바로 펴주거나 얇은 종이막을 대주는 간단한 처치로 자연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초기에 청력검사를 했을 때 고막의 소리 진동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 이소골의 손상이나 청신경에 문제가 없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고막이 재생될 때까지 귀에 물이나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회복 기간에 다른 이물질로 염증이 발생하면 만성중이염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또한 코를 세게 풀면 순간적으로 귀에 강한 압력이 가해져 고막 회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며 감기에 걸려도 코 풀 때는 조심해야 한다.

○ 고막 절반 이상 손상 시 고막 성형술 필요

고막의 절반 이상이 손상되고 염증이 있으면 저절로 나을 가능성이 줄어든다. 이럴 때는 염증 치료 후 고막 성형술을 받아야 한다. 고막의 손상이 심한데 방치하면 심각한 난청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막 성형술은 상처 난 고막의 뚫린 부분에 근막이나 연골막을 이식하는 수술. 별도의 피부 절개 없이 귓구멍을 통해 수술이 이뤄진다. 단 귓구멍이 비정상적으로 좁으면 귀 뒤의 피부를 절개해 수술한다.

치료를 위해 일부러 고막에 구멍을 뚫기도 한다. 삼출성 중이염인 경우 약물 치료로 효과가 없을 때 고막에 지름 2mm 정도 구멍을 뚫고 작은 관을 넣어 안에 차 있는 염증성 액체가 흘러나오게 한다. 중이에서 환기가 잘되면 염증도 잘 치료된다. 고막에 삽입된 관은 6개월 정도 지난 후에는 저절로 빠지고 고막도 원래대로 재생된다.

○ 고막 파열 때 함부로 귀 두드리거나 약 넣지 말아야

순간적인 충격이나 외상에 의해 고막이 파열되면 귀울림 증상과 함께 약간의 출혈이 생길 수 있다. 이때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귀 안으로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깨끗한 솜으로 귀를 막아 응급처치를 하고 병원에서 고막의 파열 정도를 확인해야 한다. 순간적으로 당황해 귀를 두드리거나 임의로 귓속에 약을 넣는 행동은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고막에 위험을 주는 행위는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한다.

고막천공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면봉이나 귀이개로 무리하게 귀를 청소하지 않도록 한다. 귀지가 유난히 많이 생기는 사람이라면 정기적으로 이비인후과를 찾아 귀지를 제거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 감기에 걸렸을 때 코를 심하게 풀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해서 코와 중이의 건강관리 방법을 익히도록 한다.

(도움말=하나이비인후과병원 김희남 박사, 신광철 대한이비인후과 개원의사회 공보이사)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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