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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전자책’ 시장, 소리 없이 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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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전자책’ 시장, 소리 없이 커간다

동아일보입력 2011-07-08 03:00수정 2011-07-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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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안 거치는 ‘셀프 출판’ 국내서도 본격 활성화 《“글 쓴 지 1년밖에 안 됐어요. 이번 소설이 처녀작이죠. 그런데 책을 낸 후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그 덕분에 취업도 하게 됐죠. 면접 볼 때 글 쓰고 책 낸 경력이 도움이 됐거든요.” 지난달 마지막 주 인터파크 도서 전자책 부문 판매 1위를 차지한 ‘공포에 대한 여섯 가지 이야기’ 저자 이용호 씨(28). 그는 회계를 담당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지난해 8월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취미 삼아 올린 소설이 좋은 반응을 얻자 이 씨는 10월 말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전자책 제작업체인 ‘북씨’(www.bucci.co.kr)를 통해 직접 전자책을 출판했다. 책값은 900원. 지금까지 1600권 넘게 팔아 15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책은 계속 팔리고 있다. 이 씨는 “가격이 싸고 휴대전화로 쉽게 다운로드해 볼 수 있는 데다 여름에 잘 팔리는 공포물이어서 좋은 성과를 낸 것 같다. 수입은 얼마 되지 않지만 내 작품을 읽어주는 독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하다”고 말했다.》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전자책 형태로 직접 책을 내는 전자책 자가 출판(self-publishing)이 각광받고 있다. ‘북씨’처럼 원고를 전자책 형태로 바꿔주는 솔루션을 이용해 전자책을 만든 뒤 인터넷 서점을 통해 판매하는 것이다.

○ 20∼50대 71% “책 내고 싶다”


동아일보가 온라인 리서치기업 ‘마크로밀 코리아’에 의뢰해 전국의 20∼50대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조사한 결과 ‘내 이름으로 책을 내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은 355명(71%·남성 71.7%, 여성 70.3%)이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다시 ‘전자책을 낼 의향이 있는가’를 질문한 결과 77.2%가 ‘그렇다’고 답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81.3%, 여성 72.8%로 남성들이 전자책 자가 출판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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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씨’를 운영하는 미디어팟의 박용수 대표는 “초등학생부터 60대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의 회원들 220여 명이 저자로 활동하고 있다. 수익성 등을 이유로 기존 출판시장에서 외면받아 온 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파워블로거들의 관심도 높다. 이번 달 중순 오픈하는 전자책 제작업체 ‘비아북’은 최근 파워블로거들에게 전자책 출판 의향을 묻는 메일을 보냈는데 400명 넘는 파워블로거들이 “전자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애플의 아이북스를 통한 전자책 자가 출판에 관심 있는 이들이 모인 카페 ‘아이북스 퍼블리셔’도 개설 1년 만에 회원 수가 2000명을 넘어섰다. 50여 편의 저서를 종이책으로 낸 소설가이자 정보기술(IT) 분야 파워블로거인 안병도 씨(38)도 올해 말 신작을 전자책으로 출판해 아이북스를 통해 유통할 계획이다.

○ 분량 내용 등 자유로워 인기

전자책 자가 출판이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출판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책을 낼 수 있기 때문. 분량의 제한도 없어 100쪽 이내의 책도 출판이 가능하다. 아동작가인 김선태 씨(68)는 “원고를 200편 넘게 가지고 있지만 수익성이 없는 아동물이라는 이유로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낼 기회를 얻지 못했다”며 “일단 전자책으로 등록해두면 내 작품이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릴 수 있고, 몇 명이든 관심 있는 아이들은 볼 것”이라고 말했다.

비용 면에서도 저자의 인건비를 제외하고는 제작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유튜브 등을 활용해 저자가 직접 마케팅을 할 수 있다. 종이책을 내기 전 독자 반응을 미리 테스트해 보기 위해 전자책을 내기도 한다.

안병도 씨는 “수익률도 종이책보다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북스는 저자와 애플이 7 대 3으로 수익을 나누기 때문에 3000원으로 책값을 매겨도 저자는 권당 2100원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책값이 1만 원인 종이책 인세(10% 안팎)보다 많기 때문에 저자의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이익이다. 북씨를 운영하는 미디어팟의 경우 수익을 저자와 미디어팟이 5 대 5로 나눠 갖는다.

○ “책마다 수준차 커… 인기 콘텐츠 아직 부족”

미국 영국 등 서구권 국가에서는 이미 전자책 자가 출판이 무명작가들의 새로운 등용문으로 각광받고 있다. 범죄소설가 존 로크는 출판사 없이 전자책 서비스인 아마존 킨들의 직접출판 프로그램을 이용해 전자책 9종을 내 지난달 말 100만 부 이상을 팔았다. 최근 영국 아마존 전자책 베스트셀러 1위도 저자가 직접 출판한 ‘캐치 유어 데스’가 차지했다.

하지만 전자책 자가 출판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출판계 관계자는 “좋은 원고를 선택하고, 내용과 디자인 등을 다듬어주는 편집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날것 그대로의 원고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팟의 박 대표도 “실제로 책마다 수준차가 크다. 또 실용서, 장르소설 등 특정 분야를 제외하곤 인기가 있는 전자책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아직 전자책 자가 출판은 마이너리그로 봐야 한다. 아무런 제한 없이 책을 쓸 수 있는 이곳의 선수 층이 두꺼워져야 메이저리그인 종이책 시장도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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