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나고… 토하고… 5월 감기? 뇌수막염!

  • 입력 2008년 5월 26일 02시 57분


초등학교 3학년인 정민철(10·대전 서구 둔산동) 군은 얼마 전 열이 나고 머리가 아팠다. 단순한 감기라고 생각해 감기약을 먹었지만 회복되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뇌수막염’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정 군은 한동안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 감기처럼 찾아오는 뇌수막염

어린이 뇌수막염 환자가 증가하는 때다. 뇌수막염은 뇌와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뇌수막에 염증이 생기는 증세다. 주로 기온이 올라가는 5월경에 많이 생긴다.

처음에는 감기처럼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다. 이후 토하거나 목이 뻣뻣해진다. 속이 울렁거려 구토를 하거나 의식이 혼탁해지기도 한다. 부모는 자녀의 몸에서 열이 나고 두통이 생기면 감기로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기 쉽다.

돌이 안 된 아기가 뇌수막염에 걸리면 다른 질환과 구별하기가 더 어렵다. 뇌수막염이 유행하는 시기에 아기 행동이 느려지거나 열이 날 때, 깨워도 잘 일어나지 않을 때, 잘 먹지 않고 토할 때도 뇌수막염을 의심해야 한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전체 뇌수막염의 80%를 차지한다. 생후 6개월 이후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 아동에게 많이 나타나며 일주일 정도 잠복기를 거쳐 2, 3일 동안 발열이 지속된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침 가래 콧물 대변 등을 통해 전염된다. 감염된 사람의 것을 만진 후 코 입 눈을 비비면 전염된다. 놀이방 유치원 등에서 전염되기 쉬우며, 감염된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 주는 어른도 감염될 수 있다.

전체 뇌수막염의 10% 정도는 세균성 뇌수막염이다. 바이러스성과 마찬가지로 신생아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잘 걸린다. 세균성 뇌수막염에 걸렸을 때 적절한 항생제를 투약하지 않으면 합병증이 생긴다. 뇌손상이 생기고 사망할 수도 있다.

세균성 뇌수막염 환자가 호흡한 공기를 마신다거나 잠시 접촉했다고 해서 전염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면역력이 약한 만 4세 이하 아동은 세균성 뇌수막염 환자와 가까이 접촉한 경우 감염될 수도 있다.

이 밖에 결핵균, 헤르페스 바이러스, 홍역, 풍진 바이러스 등에 의해 뇌수막염이 생기기도 한다.

○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안정이 최우선

세균성 뇌수막염은 예방접종으로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예방백신이 없어 개인위생과 주위 환경에 신경을 쓰는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의 원인인 장(腸)바이러스는 대변에 많이 있으므로 용변 후엔 손을 꼭 씻는다. 아기 기저귀를 간 뒤에도 꼭 손을 씻는다.

뇌수막염이 유행할 때는 외출 후 집으로 돌아오면 아이가 손을 씻게 하고 소금물 양치를 시키는 것이 좋다. 보육원 등 아이들이 많이 모여 생활하는 곳에서는 표백제를 묽게 해서 청소를 자주 한다.

뇌수막염이 의심되면 일단 병원을 찾아 허리척추에서 척수액을 추출해 어떤 뇌수막염인지 확인해야 한다. 뇌수막염 종류에 따라 심각성이 다르고 치료 방법도 다르다.

바이러스 뇌수막염은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으므로 안정을 취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한다. 의사 처방에 따라 해열제로 열을 내리고 영양 주사를 맞으면 1, 2주 내에 환자의 80∼90%가 호전된다.

아이를 집에서 간호할 때는 실내 온도를 20∼22도로, 실내습도를 60% 정도로 유지한다.

세균성 뇌수막염은 완치되는 데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청각장애, 기억장애 등 장기적인 후유증이 남을 수 있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 사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빨리 뇌수막염을 일으킨 세균을 찾아내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결핵성 뇌수막염은 결핵이 원인이므로 결핵약을 복용해 수개월간 치료한다.

뇌수막염은 한 번 앓고 나면 면역력이 생겨 다시 걸리지 않지만 매해 여러 바이러스에 의한 뇌수막염이 동시에 유행하므로 지난해 걸렸어도 올해는 다른 종류의 뇌수막염이 생길 수 있다. 개인위생과 주위 환경 청결에 신경을 쓰는 것이 최선이다.

(도움말=김동수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지훈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박호진 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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