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따라 강남 간다… 대기업 본사 사옥 이전 붐

  • 입력 2006년 11월 2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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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이 잇달아 본사를 서울 강남권으로 옮기면서 직장인들의 아파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포스코, 유한킴벌리 사옥 등이 밀집한 강남구 대치동 일대. 김재명 기자
대기업들이 잇달아 본사를 서울 강남권으로 옮기면서 직장인들의 아파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포스코, 유한킴벌리 사옥 등이 밀집한 강남구 대치동 일대. 김재명 기자
《서울시청 부근에 직장이 있는 송모(42) 씨.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회사 부근에서 열리던 대학동창 모임이 요즘 대부분 강남으로 옮겨 가 곤혹스러울 때가 적지 않다. 송 씨는 “친구들 직장이 강남에 있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생긴 ‘풍속도’”라면서 “환송회 장소 때문에 이민가는 친구 얼굴도 못 봤다”며 씁쓸해했다. 서울 강북 도심 지역에 많던 직장인들의 일터가 대거 강남으로 옮겨 가고 있다. 이 같은 회사 이전은 강남 집값 상승과도 무관하지 않다. 일자리는 몰리는데 아파트 공급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 강남으로 옮겨 가는 회사들

삼성전자는 2008년 입주를 목표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32∼44층 3개동 규모의 삼성타운을 짓고 있다.

김광태 삼성전자 홍보팀 전무는 “강남으로 가면 경기 수원시와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정보통신, 반도체연구소 등과 업무 협의를 하는 시간을 아낄 수 있는 데다 강남 일대에 몰려 있는 정보기술(IT) 벤처기업들과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0년 11월 종로구 계동에서 서초구 양재동으로 본사를 옮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이달 초 본사 옆 쌍둥이 빌딩까지 완공해 연구소 입주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LIG손해보험(옛 LG화재)은 올해 2월 중구 다동 사옥을 팔고 강남구 역삼동으로 본사를 옮겼다. 메리츠화재(옛 동양화재)도 지난해 10월 본사를 여의도에서 강남구 역삼동으로 이전했다.

대기업뿐만 아니다.

하루 약 20만 명의 유동인구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타운 부근에 업무용 빌딩을 짓고 있는 한승종합건설의 허남일 팀장은 “분양가가 평당 1500만 원으로 비교적 높은데도 1주일 만에 분양을 마쳤다”며 “삼성 협력업체가 전체의 30%”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의 ‘2005년 사업체 통계조사’에 따르면 지하철 2호선 강남∼역삼∼선릉역 주변 역삼1동에는 모두 398개 기업의 본사가 밀집해 여의도(341개)나 명동(254개)을 훨씬 웃돌았다.

○ 일터는 느는데 아파트 공급은 부족

현대자동차 A 차장은 부동산 기사만 보면 속이 쓰리다. 2000년 11월 본사 사옥 이전 때의 일 때문이다.

당시 동대문구 이문동에 살던 A 차장은 출퇴근 시간이 늘어나면서 강남으로 이사할까 고민하다 아내의 반대에 부닥쳐 포기했다. 대출을 받고도 집을 줄여야 한다는 이유였다.

A 차장은 “당시 강남으로 집을 옮긴 직원들이 ‘대박’을 터뜨렸다는 소문을 듣고 부부싸움까지 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강남구의 주간인구(낮 시간 해당 지역에 머무는 인구)와 상주인구의 차는 40만9253명으로 서울시 전체 평균(2만2491명)의 18배가 넘는다. 강남 직장인 상당수가 사무실 근처에 살지 않는다는 뜻.

이들은 ‘강남 진입 예비군’으로 분류된다.

서초동 굿모닝공인 관계자는 “삼성타운과 가까운 우성아파트 신동아아파트 등의 시세를 묻는 삼성전자 직원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며 “이미 아파트를 산 직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기업 임직원들은 소득 수준이 높은 데다 사무실 가까운 곳에 집을 얻으려고 하기 때문에 강남 집값이 오르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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