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음악 그 곳]<7>그리스 민중의 소리 ‘레베티카’

  • 입력 2004년 4월 28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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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에게해의 많은 섬 가운데서도 보석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산토리니섬 풍경. 온통 하얀 집들이 해안 절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그리스 에게해의 많은 섬 가운데서도 보석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산토리니섬 풍경. 온통 하얀 집들이 해안 절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근대 올림픽의 뿌리를 제공했던 그리스가 올해의 올림픽 개최지로 성화를 채화했다고 한다. 올림픽뿐 아니라 연극, 철학, 조각, 스포츠 등 현재 인류가 즐기고 있는 문화의 대부분이 고대 그리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스는 15세기 이후의 오스만 튀르크의 지배를 거쳐 외세에 의해 독립 국가가 되었는데 정치적 변화의 과정에서 그리스 인구 1000만명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00만∼400만명이 ‘디아스포라(Diaspora)’라는 이주공동체를 형성하여 해외에 살게 되었다.

디아스포라를 포함한 그리스의 헬레니즘 공동체는 특히 그리스의 음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 민족의 경우, 디아스포라는 지역적으로 한정되어 있고 한민족 공동체라는 인식으로 승화되지는 못했지만 그리스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흥미롭다. 그들의 뿌리 깊은 생명력과 자부심은 우리와 비교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민중의 음악을 대표하는 것은 ‘레베티카’(혹은 렘베티카)다. 이것은 20세기 전반에 시작된 ‘그리스의 블루스’인데 그 기원은 룸펜, 프롤레타리아, 도시의 부랑자, 암흑가의 범죄자, 마약중독자, 실업자 등 이른바 ‘거리의 사람들’과 관계가 깊다. 즉 탱고나 재즈와 마찬가지로 하위문화에서 생겨난 것으로 술집이나 카페에서의 라이브 연주를 특색으로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레코드로 널리 보급되었다.

현재의 그리스 대중음악은 ‘부주키(전통적 그리스 민속악기) 음악’이라고 하여 세련된 도시대중문화의 일부를 이루었다. 지금 그리스에선 레베티카, 부주키 음악, 주류 팝 음악 사이의 구별이 애매해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라이카’라고 하는 보다 포괄적인 호칭으로 현대의 도시 대중음악을 부르고 있다. 상품화가 진전되면서 가사도 센티멘털해지고, 보컬은 루바토와 여성다움을 강조하게 되어 특유의 거친 매력이 무디어졌다. 순수한 레베티카 애호가는 현대의 부주키 음악이 혼(魂)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 여행 정보

그리스에는 음악이 넘쳐 난다.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는 여름날 저녁 그리스의 외항 피레우스의 선창가 야외 레스토랑에서는 부주키의 맑은 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증폭된 20세기 그리스 음악이 옛 항구를 강타한다.

시내의 프라카 지구에는 음유시인들이 나타난다. 요란한 기타 반주에 열정적인 러브 송을 부른다. 웅장한 아크로폴리스 유적지 아래에서 민속 와인을 마시면서…. 다른 도시나 마을에서는 남녀의 원형 무도회가 펼쳐진다. 그리스의 어느 곳에서나 음악이 흘러넘친다.

농촌지역에서도 음악이 생활을 덮고 있다. 빨래할 때, 씨 뿌릴 때, 수확할 때, 그리고 고기잡이할 때 어디서나 노래가 있다. 어두워지면 농부가 밤에 귀가할 때 부르는 노래도 있다. 젊은이들은 사랑 노래를 부르고, 엄마는 자장가를, 늙은이는 비탄의 노래를 부른다. 어린이들도 그들의 놀이 노래가 있고 결혼식에서도 가무가 따르는 것은 물론이다.

그리스의 모습은 에게해에 흩어져 있는 밤하늘의 별이나 많은 섬들만큼 다양하다. 음악적으로도 그렇다. 어느 경우에도 크레타와 산토리니 등 주요한 섬과 숨 막힐 듯한 풍광, 에게해의 잉크빛 바다와 새하얀 지붕을 놓칠 수 없다. 영화 ‘희랍인 조르바’를 보아두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수도인 아테네와 펠로폰네소스, 델피의 유적지 외에 제2의 도시인 북쪽의 데사로니키 지역도 놓쳐서는 안 된다. 연결 교통편은 다양하다.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되지만 한 여름 성수기는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 그리스 음악

그리스를 대표하는 노래로는 장년층에게는 그리스 문화부 장관을 역임한 멜리나 메르쿠리가 기억날 것이다. ‘일요일은 참으세요’ 그리고 앤서니 퍼킨스의 청순한 매력이 돋보였던 영화 ‘페드라’의 주제곡 ‘죽어도 좋아’ 등이 있다.

최근 것으로는 정치인으로서도 커다란 영향력을 갖고 있는 데오도라키스의 ‘기차는 8시에 떠나네’가 기억에 남을 것이다. 레베티카의 명곡이라고 할 수 있는 ‘기차는…’은 너무 유명해져 버린 곡이지만 한 시대를 대변하는 그리스의 대표곡이라고 하는 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의 노래를 주로 불렀던 가수 중에 ‘지중해의 존 바에즈’라고 불리는 마리아 파란두리는 그리스의 국민 가수이다. 그녀의 힘 있는 목소리는 에게해에서 솟아나오는 저력을 느끼게 한다. ‘으슥한 해변에서’ ‘즐겁게 밤은 가는데’ 등에서 그리스의 전통 음악적인 요소와 민족적인 색채를 간직한 음성을 접할 수 있다.

이들 외에도 작곡가 하시다키스와 요르고스 달라라스, 하리스 알렉시우 등의 가수 등이 다채로운 그리스 음악을 빛내고 있다. 강선대 명지대 겸임교수

○ 추천 음반

―‘Maria Farandouri-A Tribute to the Greek Songs Heritage’(Aulos Music·한국)

―‘Mikis Theodorakis-All Time Greatest Hits’(Sony·1986)

―‘Rebetika-Songs of the Greek Soul’(Auvidis·프랑스·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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