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승인 첫 신약 탄생… LG생명과학 항생제 '팩티브'

  • 입력 2003년 4월 6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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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티브를 개발한 LG생명과학의 주요 임원들이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빌딩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자축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순재 김용주 상무, 양흥준 사장(대표이사), 송지용 부사장(기술원장), 김인철 유태식 추연성 상무. -사진제공 LG생명과학
팩티브를 개발한 LG생명과학의 주요 임원들이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빌딩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자축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순재 김용주 상무, 양흥준 사장(대표이사), 송지용 부사장(기술원장), 김인철 유태식 추연성 상무. -사진제공 LG생명과학
“Congratulation, We made it(축하해, 우리가 해냈어).”

밤낮 없이 신약 개발에 매달리던 LG생명과학 연구팀의 홍창용(洪昌容) 박사는 1994년 4월 어느날 밤 홀로 실험실을 지키다 자체 개발한 물질이 특정 균에 대해 기존 항균제보다 100배나 뛰어난 효과가 있음을 확인하고 동료 연구원의 책상 위에 이런 메모를 남겼다. 홍 박사는 1년여 전 발견한 암 치료를 위해 현재 휴양 중이다.

LG생명과학이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신약을 개발하기까지에는 산하 기술연구원 내 연구원들의 땀방울이 밑거름이 됐다. 또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옛 스미스클라인비첨)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LG생명과학 기술연구원이 신물질 개발에 착수한 것은 91년. 이 때부터 12년 간 모두 100여명에 이르는 각 분야 연구원들이 ‘가능성 0.01%’에 매달려 밤잠을 잊은 채 혼신의 노력을 쏟아 부었다.

연구개발의 주역은 홍 박사를 비롯해 남두현(南斗鉉) 김인철(金仁喆) 추연성(秋淵盛) 박사 등 4명의 상무. 상품화단계로 접어들어서는 손웅락(孫雄洛) 부장이 원료공장 건설에, 김충렬(金忠烈) 부장이 품질 관리 및 보증에, 박순재(朴淳宰) 상무와 김원섭(金源燮) 부장이 공정 개발과 마케팅 분야에 힘을 보탰다.

새 원료물질을 찾아내려고 도전한지 2년 만에 팀 리더인 최수창 박사가 새 물질을 보지도 못한 채 암으로 숨지고 독성문제로 동물실험이 실패하는 등의 시련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뒤를 이은 홍 박사와 연구원들은 94년 304번째 화합물인 ‘LB20304a’의 시험관 약효평가에 착수해 마침내 성공했다.후보 물질 확보 이후에는 GSK의 지원이 절대적이었다.

97년 GSK와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었고 GSK는 전세계 40여개 국가, 1500여개 병원, 90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GSK는 인건비를 포함해 총 4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99년 11월 전북 익산에 공장을 준공한 LG생명과학과 GSK는 같은 해 12월 FDA에 승인을 신청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2002년 4월에는 이에 실망한 GSK가 제휴관계를 철회했다. LG생명과학으로서는 수백억원의 투자가 물거품이 될 최대의 위기를 맞은 셈.

그러나 회사측은 이에 굴하지 않고 미국 진소프트(GeneSoft)사와 제휴해 재도전한 끝에 마침내 새로운 ‘신화’를 창조했다.

연구에 참여한 추연성 박사는 6일 “팩티브 개발팀의 일원이었다는 게 자랑스럽다”며 “결실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뜬 최수창 박사와 투병 중인 홍창용 박사 등 신약 개발에 참여한 모든 사람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성공확률 불과 1만분의 1, 개발땐 車수백만대 판매효과▼

LG생명과학의 항생제 팩티브(Factive)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 승인을 받은 것은 무엇보다 국내 의약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 신약개발 기술이 세계 무대에서도 당당히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세계적인 신약개발은 성공 확률이 1만분의 1에 불과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로 알려져 있다. 투자비용이 1200억∼72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막대한 데다 개발기간도 10년 이상 걸려 중소 제약업체들은 꿈도 꿀 수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세계 굴지의 제약회사들도 엄청난 연구개발(R&D)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서로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경제성 있는 신약을 개발하기만 하면 1개 품목의 연간 순이익은 자동차 수백만대를 판매하는 것과 맞먹는다. 세계 100대 의약품의 품목당 연간 매출액은 10억달러, 연간 순이익은 2억달러에 이른다. 위궤양 치료제 ‘잔탁’의 경우 한해 매출액만 50억달러나 된다.

근대적 의미의 제약사가 설립된 이래 한국이 자체 개발한 신약을 갖는 데는 100년이 넘게 걸렸다. 국내 신약의 효시는 1999년 승인된 SK케미칼의 항암제 ‘선플라주’.

정부는 신약의 잠재성을 인식해 1991년부터 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 산업자원부의 3개 부처를 통해 지원에 나섰다.

2001년까지 모두 8개 사업분야에 1800여억원, 연평균 164억여원을 투자했다. 업체들은 같은 기간 중 총 1000여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2800여억원을 투자한 결과 올해 3월 말 현재 5개의 신약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을 받아 시판되고 있다. 천연물 신약을 포함할 경우 8개로 늘어난다.

그러나 팩티브를 제외한 이들 신약은 모두 국내에서만 인정되는 물질이기 때문에 수출 길은 막혀 있었다.

정부는 국내 제약업체의 연구개발 인력과 합성기술은 선진국과 비슷하거나 약간 처지는 정도이지만 조제화 기술과 임상시험 분야는 크게 뒤떨어져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세계 시장에 진출하려면 외국인을 상대로 한 임상시험이 필수적이지만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

삼성증권에서 제약산업을 담당하고 있는 임돌이 수석연구원은 “신약이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 판매까지 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개발비로 500억원, 설비비로 500억원이 필요하다”며 “임상시험도 1000명 이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팩티브 승인은 국내 제약업계에 자극과 의욕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국내 개발-식약청 승인 신약 현황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청)
회사제품용도시판승인비고
SK제약선플라주위암1999. 9.17백금착화합물
대웅제약대웅EGF외용액당뇨성족부궤양2001. 5.30상피세포성장인자
동화약품밀리칸주간암2001. 7. 6방사선의약품
중외제약큐록신정단순성요로감염증2001.12.17퀴놀론계항균제
LG생명과학팩티브정폐렴2002.12.27
종근당CKD-602위암, 폐암2003. 3. 5 신청승인 검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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