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부흐빈더… 베토벤 오마주한 변주곡 앨범 발매
국내 전문가 추천과 한줄평 소개
‘우리 시대의 디아벨리 변주곡’이 나왔다.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는 최근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 ‘디아벨리 프로젝트’를 도이체 그라모폰(DG) 레이블로 발매했다.
첫 번째 CD는 베토벤이 1823년 발표한 ‘디아벨리의 왈츠를 주제로 한 33개의 변주곡’(디아벨리 변주곡)을 담았다. 두 번째 CD에는 셰드린, 탄둔, 브렛 딘 등 오늘날을 대표하는 작곡가 11명이 쓴 변주 하나씩을 담았다. 부흐빈더는 “새 변주곡을 통해 다른 세대와 배경에서 자란 작곡가들이 베토벤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앨범엔 슈베르트, 크사버 모차르트(모차르트의 아들) 등 베토벤 시대 작곡가 8명이 쓴 ‘디아벨리 변주곡’도 실렸다.
부흐빈더는 지난달 28일 조성진 등이 참여한 DG의 ‘세계 피아노의 날’ 온라인 콘서트에서도 이 앨범 일부를 연주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타계한 작곡가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에게도 변주 작곡을 부탁했지만 앨범에는 실리지 않았다.
국내 피아니스트와 음악 칼럼니스트들에게 새 ‘디아벨리 변주곡’에서 인상적인 변주와 한 줄 평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세 사람이 호소카와 도시오의 상실(Verlust), 두 사람은 브렛 딘의 ‘루디(부흐빈더의 애칭)를 위한 변주’를 추천했다. (답 도착 순)
류태형(음악 칼럼니스트): 비트만 ‘디아벨리 변주’. 원 주제 위에 현대적인 화성을 장식한 케이크. 베토벤 마지막 소나타에 보이는 부기우기 리듬과 라데츠키 행진곡도 들어 있어 다채로운 맛.
김원철(음악 칼럼니스트·통영국제음악재단 기획팀): 호소카와 ‘상실’. 통곡하는 고음, 영혼을 뒤흔드는 저음, 바로크와 우리 시대가 공명하는 우울한 화음, 음과 음 사이에 슬프게 번지는 향기.
황진규(음악 칼럼니스트): 요스트 ‘Rock it Rudi’. 영화 ‘엑설런트 어드벤처’에서 머리를 미친 듯이 흔들면서 신시사이저를 두들기던 베토벤이 떠오른다.
김주영(피아니스트): 마누리 ‘200년 후에’. 주제의 핵심 성격인 ‘무한증식’하는 음악적 꾸러미를 물음표로 가득 채웠다.
허명현(음악 칼럼니스트): 호소카와 ‘상실’. 작곡가의 확고한 세계를 디아벨리 주제와 영리하게 조화시킨다. 곡 안의 여백이 가진 힘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강효정(세광음악출판사 교육연구소장): 딘 ‘루디를 위한 변주’. 악센트의 펌핑(pumping)에서 생동하는 에너지를 얻는다. 쉼표의 효과로 울림은 더욱 풍부한 색채로 흩어진다.
황장원(음악 칼럼니스트·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호소카와 ‘상실’. 기법은 보수적이되 작품 기저의 정서를 신중히 응시하면서 베토벤 만년의 깊은 비애를 연상시키는 인상적인 변주를 빚어냈다.
장일범(음악평론가): 딘 ‘루디를 위한 변주’. 빠른 템포의 생동감 넘치는 곡. 빈 왈츠를 떠올리게 하는 희열을 품으면서 저음을 칠 때 얼음에 닿는 듯한 차가움도 준다. 코로나19로 입원한 딘이 이 기운찬 곡처럼 일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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