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디아벨리’ 어느 변주가 더 멋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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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부흐빈더… 베토벤 오마주한 변주곡 앨범 발매
국내 전문가 추천과 한줄평 소개

루돌프 부흐빈더가 세 가지 ‘디아벨리 변주곡’을 담은 앨범 ‘디아벨리 프로젝트’. 유니버설뮤직 제공
루돌프 부흐빈더가 세 가지 ‘디아벨리 변주곡’을 담은 앨범 ‘디아벨리 프로젝트’. 유니버설뮤직 제공
‘우리 시대의 디아벨리 변주곡’이 나왔다.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는 최근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 ‘디아벨리 프로젝트’를 도이체 그라모폰(DG) 레이블로 발매했다.

첫 번째 CD는 베토벤이 1823년 발표한 ‘디아벨리의 왈츠를 주제로 한 33개의 변주곡’(디아벨리 변주곡)을 담았다. 두 번째 CD에는 셰드린, 탄둔, 브렛 딘 등 오늘날을 대표하는 작곡가 11명이 쓴 변주 하나씩을 담았다. 부흐빈더는 “새 변주곡을 통해 다른 세대와 배경에서 자란 작곡가들이 베토벤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앨범엔 슈베르트, 크사버 모차르트(모차르트의 아들) 등 베토벤 시대 작곡가 8명이 쓴 ‘디아벨리 변주곡’도 실렸다.

부흐빈더는 지난달 28일 조성진 등이 참여한 DG의 ‘세계 피아노의 날’ 온라인 콘서트에서도 이 앨범 일부를 연주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타계한 작곡가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에게도 변주 작곡을 부탁했지만 앨범에는 실리지 않았다.

국내 피아니스트와 음악 칼럼니스트들에게 새 ‘디아벨리 변주곡’에서 인상적인 변주와 한 줄 평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세 사람이 호소카와 도시오의 상실(Verlust), 두 사람은 브렛 딘의 ‘루디(부흐빈더의 애칭)를 위한 변주’를 추천했다. (답 도착 순)

류태형(음악 칼럼니스트): 비트만 ‘디아벨리 변주’. 원 주제 위에 현대적인 화성을 장식한 케이크. 베토벤 마지막 소나타에 보이는 부기우기 리듬과 라데츠키 행진곡도 들어 있어 다채로운 맛.

김원철(음악 칼럼니스트·통영국제음악재단 기획팀): 호소카와 ‘상실’. 통곡하는 고음, 영혼을 뒤흔드는 저음, 바로크와 우리 시대가 공명하는 우울한 화음, 음과 음 사이에 슬프게 번지는 향기.

황진규(음악 칼럼니스트): 요스트 ‘Rock it Rudi’. 영화 ‘엑설런트 어드벤처’에서 머리를 미친 듯이 흔들면서 신시사이저를 두들기던 베토벤이 떠오른다.

김주영(피아니스트): 마누리 ‘200년 후에’. 주제의 핵심 성격인 ‘무한증식’하는 음악적 꾸러미를 물음표로 가득 채웠다.

허명현(음악 칼럼니스트): 호소카와 ‘상실’. 작곡가의 확고한 세계를 디아벨리 주제와 영리하게 조화시킨다. 곡 안의 여백이 가진 힘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강효정(세광음악출판사 교육연구소장): 딘 ‘루디를 위한 변주’. 악센트의 펌핑(pumping)에서 생동하는 에너지를 얻는다. 쉼표의 효과로 울림은 더욱 풍부한 색채로 흩어진다.

황장원(음악 칼럼니스트·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호소카와 ‘상실’. 기법은 보수적이되 작품 기저의 정서를 신중히 응시하면서 베토벤 만년의 깊은 비애를 연상시키는 인상적인 변주를 빚어냈다.

장일범(음악평론가): 딘 ‘루디를 위한 변주’. 빠른 템포의 생동감 넘치는 곡. 빈 왈츠를 떠올리게 하는 희열을 품으면서 저음을 칠 때 얼음에 닿는 듯한 차가움도 준다. 코로나19로 입원한 딘이 이 기운찬 곡처럼 일어났으면 좋겠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디아벨리 변주곡#부흐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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