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벨 감독의 한국어 사랑 “저는 행복해요”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11일 0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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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선수단에 틈나는 대로 한국말…주로 강조할 때 사용
제일 많이 하는 말은 "행복해요"와 "피곤해요?"
칠판·다이어리에 선수들 이름 한글로 쓰며 친근하게 다가가

올해 10월 새롭게 여자축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콜린 벨(58·잉글랜드) 감독의 한국말 사랑이 대단하다. 서툴지만 틈나는 대로 한국말을 구사하며 선수들의 마음을 녹이고 있다.

벨 감독은 10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중국과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여자부 1차전을 마치고 기자회견에 참석해 제일 먼저 “안녕하세요. 저는 행복해요”라며 활짝 웃었다.

만족한 경기력과 함께 0-0 무승부로 중국전 4연패에서 탈출하면서 시종일관 밝은 표정이었다.

외국인 지도자나 선수가 취재진과의 경직된 분위기를 풀기 위해 한국말로 인사나 농담을 던지는 경우는 흔하다.

그러나 벨 감독은 조금 다르다. 여자축구 대표팀의 첫 외국인 감독인 그는 이미 선수단 내에서 한국어에 푹 빠진 것으로 유명하다. 데뷔전부터 경기 중에 “앞으로” 혹은 “하지 마”라는 말로 지시했다.

장슬기(스페인 마드리드 CF 페메니노에 입단 예정)는 “경기 후에도 ‘앞으로’라는 말은 한국어로 했다. 앞으로 공을 잡으면 앞을 많이 봐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내가 실수하거나 판단을 잘못해도 다른 선수들이 커버해주면 된다고 강조한다. 그런 부분에서 자신감을 가지라고 하는데 꼭 ‘자신감’은 한국말로 한다”고 했다.

벨 감독은 취재진에게 ‘자신감’을 언급할 때에도 전날 사전 기자회견에서 그랬듯 한국말로 또박또박 강조했다.

장창(서울시청)은 “실제로 한국어를 많이 사용한다. 통역관에게 계속 물으며 한국어를 계속 던진다”며 “밥 먹으러 가면 칠판에 선수의 이름을 쓰는 등 노력을 많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어 ‘J’ 발음을 어려워한다. 내 이름이 어려워서인지 첫 번째로 외웠다”며 “(외국인 감독님이 이름을 빨리 외워) 선수 입장에서 기분이 좋다. 선수 모두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자신감도 더 생긴다”고 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감독님이 평소에 칠판이나 다이어리에 한글을 써서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통역을 통해 묻고, 연습한다”고 했다.

벨 감독의 한국말은 선수단의 분위기를 한층 포근하게 만들었다.

여민지(수원도시공사)는 “감독님께서 또박또박 ‘밥 맛있게 먹어’, ‘수고했어’, ‘저는 행복해요’라는 말을 하는데 배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게 보인다”며 “한국말을 할 때, 귀엽다. 분위기가 더 좋아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화적 차이일 수 있지만 한국 사람은 ‘행복하다’는 말을 잘 안 하지 않느냐. (감독님을 통해서) 우리도 평소에 행복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행복하다’는 말을 자꾸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벨 감독이 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피곤해요?”와 “저는 행복해요”라고 한다.

한국에 온 지 2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어눌하지만 ‘행복 바이러스’가 듬뿍 담긴 한국말이 선수단과의 거리를 가깝게 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 끝날 때에도 취재진을 향해 “안녕히 주무세요, 안녕히 계세요”라고 말하며 미소를 보냈다.

벨 감독은 2013년 독일 여자 분데스리가 FFC프랑크푸르트 감독으로 취임해 2014년 독일컵 우승, 2015년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며 지도력을 증명했다.

2015~2016시즌에는 노르웨이 명문 아발드네스 감독으로 부임했고,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아일랜드 여자대표팀을 지휘했다.

벨호는 15일 오후 4시15분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대만과 2차전을 치른다. 부임 첫 승을 노리는 벨 감독이 이번에는 어떤 한국말을 던질까.

[부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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