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서 녹아든 보물같은 작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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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일 창작발레 ‘심청’ 함께 공연하는 강미선-콘스탄틴 부부
남녀 사랑과는 다른 특별한 감동… 심신의 부담 서로에 의지해 극복

강미선(왼쪽),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부부는 “같이 식사하다가 은퇴 얘기가 불쑥 튀어나올 때가 있다. 그 답을 딱히 정하지 않았기에 매번 모든 작품에서 200% 이상 힘을 쏟는다”고 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강미선(왼쪽),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부부는 “같이 식사하다가 은퇴 얘기가 불쑥 튀어나올 때가 있다. 그 답을 딱히 정하지 않았기에 매번 모든 작품에서 200% 이상 힘을 쏟는다”고 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집 천장이 낮아서 차마 리프팅(들어올리기) 연습까지는 못 하겠더라고요.”

직장 동료가 배우자라 좋은 점은 24시간 함께하며 최고의 호흡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 물론 나쁜 점도 없지 않겠지만. 집, 연습실, 무대를 오가며 12년째 발레 파트너로 호흡을 맞춰 온 유니버설발레단의 간판 무용수 강미선(36), 콘스탄틴 노보셀로프(34) 부부가 3년 만에 창작발레 ‘심청’으로 돌아왔다.

최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에서 만난 이들은 “리프팅 동작만큼은 발레단에 와서 할 수밖에 없겠더라. 배우자와 안무 연습을 원 없이 할 수 있는 건 큰 장점이자 단점”이라며 웃었다.

‘심청’은 한국 발레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며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심청의 우아한 안무와 심청전에 바탕을 둔 탄탄한 스토리가 강점이다. 올해 강미선은 심청을, 노보셀로프는 캐스팅 일정에 따라 선장과 용왕 배역을 맡는다.

두 무용수가 같이 무대에 오를 때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다. 그럼에도 “심청이 주는 무게감이 남달라 새 각오를 다지게 만든다”고 했다. 강미선은 “학창 시절부터 평생을 꿈꿔 오던 작품이다. 꼭 하고픈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코 심청”이라고 했다. 노보셀로프는 “한국 문화의 영혼, 슬픔, 행복이 함께 녹아 있는 심청은 보물 같다”고 했다.

처음 ‘심청’으로 두 사람이 무대에 설 때 강미선에게는 별도 과제가 있었다. ‘심청전’의 장면별 상세한 의미를 러시아 태생인 남편에게 잘 설명해 이해시켜야 했다.

‘심청’의 2막 용궁에서 심청 역의 강미선(오른쪽)과 용왕 역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가 만나는 장면.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심청’의 2막 용궁에서 심청 역의 강미선(오른쪽)과 용왕 역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가 만나는 장면.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심청이가 제물로 팔려갈 때 ‘순결’을 위해 심청을 보호하는 대목이 있어요. 코스차(노보셀로프의 애칭)를 비롯한 외국 단원들이 ‘선원이 심청을 좋아한다’고 잘못 생각하더라고요.”(강미선)

노보셀로프는 “의미를 다 알진 못했어도 감동적 서사라는 건 충분히 느꼈다. 보통 남녀의 사랑을 말하는 발레와 달리 심청은 특별하다”고 했다.

공연을 앞두고 심적, 체력적 부담이 큰 두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뭣보다 서로의 존재다. 강미선은 “힘들어도 남편에게 의지하면 다시 에너지가 생긴다”고 했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없을까. 강미선은 “연습 때 지적을 하면 남편은 ‘잔소리’로 듣는 것 같다. 더 젠틀해졌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반면 노보셀로프는 묘하게 웃으며 완벽한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아쉬운 건 절대 없어요. 제 아내는 모든 게 완벽해요.”

11∼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3만∼12만 원. 8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유니버설 발레단#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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