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대철]“디지털 병리로 전환 조금 더 속도 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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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철 동아대 의대 병리학교실 교수
김대철 동아대 의대 병리학교실 교수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위성지도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대용량 데이터처리 시스템을 사용한다. 이 시스템은 병원 진료에도 이용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영상분석으로 각광받고 있는 디지털병리의 핵심인 ‘전체 슬라이드 이미지’가 그렇다.

전체 슬라이드 이미지와 관련한 주요 변화 중 하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차 병리진단을 목적으로 하는 시스템을 2017년 4월 허가한 것이다. 같은 해 12월에는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가, 2018년 7월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사용 허가를 했다. 전체 슬라이드 이미지와 광학 현미경간의 진단 일치도는 탁월해서 진료에 일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포함한 차세대 도구를 개발하는데 아주 중요한 도구가 됐다.

전체 슬라이드 이미지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영상분석 알고리즘 개발 연구영역을 폭발적으로 확장시켰다. 영상분석은 조직의 색상, 질감, 도형패턴의 수학적 특징을 분석하는 것부터 세포의 핵과 세포분열 인식, 더 나아가서는 암을 찾아내는 등 고차원적인 판독의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영상분석 정보와 유전체데이터를 통합해 암의 예후와 치료 반응을 예측하기 위한 시도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병리에서 디지털병리로의 움직임은 달팽이 걸음보다도 느리다.

첫째, 디지털 병리로 전환하기 위한 경제적, 기술적 부담이 가장 큰 장벽이다. 전체 슬라이드 이미지는 유리 슬라이드 한 장 당 약 0.8∼8GB 정도의 크기다. 병원 내에 수익 기여도가 크지 않는 병리과를 위해 선뜻 투자하려는 병원은 드물다. 둘째, 규제기관의 적절한 수가 재분류가 필요하다. 현재 급여수가는 계측병리로 산정된다. 세포주기와 핵산 분석 검사, 유세포 측정법, 형태계측 검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 분류로는 새로 개발되는 알고리즘을 수용하기에는 제한이 있다. 좀더 세분화된 수가 재분류가 필요한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병리전문의들을 비롯한 관련 유관단체들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국내 일부 기관에서 초기 시스템 도입의 혼란과 어려움을 무릅쓰고 과감히 디지털 병리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유럽과 미국 등 서구의 병리학 관련 학회에서는 디지털 병리를 도입하고자 권장 가이드라인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까지 디지털 병리 가이드라인과 관련한 학회, 국가 정부기관 차원의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병리진단의 주축인 대한병리학회 차원의 주도적 연구가 절실하다.

김대철 동아대 의대 병리학교실 교수
#디지털 병리#인공지능#대용량 데이터처리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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