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존이 초미세먼지 만드는 숨은 주범이었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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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배기가스-석유 공장서 배출… 눈에 보이지 않아 심각성 몰라
국내 오존주의보 5년새 4배 급증… 최근엔 봄부터 가을까지 발생
“미세먼지와 오존 함께 관리해야”

최근 국내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가 계속 늘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이 더 자주, 더 많이 오존에 노출되는 셈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오존에 의한 인체 건강 위협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환경부의 대기 질 측정 데이터베이스(DB)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전국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는 2012년 64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76건으로 5년 만에 4.3배 이상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오존 측정소는 2012년 전국 247곳에서 2017년 261곳으로 14곳밖에 늘지 않았다. 권역별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가 실질적으로 늘었다는 뜻이다. 국내에서 오존주의보는 대기 중 오존 농도가 1시간 평균 0.12ppm 이상일 때, 오존 경보는 1시간 평균 0.3ppm 이상일 때 각각 발령된다.

우리가 숨쉬며 생활하는 지표면 인근의 오존은 자동차 배기가스의 질소산화물(NOx)과 석유화학 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벤젠, 톨루엔 같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이 광(光)화학 반응을 일으키면서 생성된다. 다른 물질과 쉽게 반응하는 특성 때문에 하수 살균, 악취 제거 등에 쓰이지만 호흡을 통해 인체에 유입될 경우에는 천식, 폐기종 등 호흡기 질환과 각종 심장 질환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어린이, 노약자, 호흡기 질환자 등 취약 계층에게는 치명적인 대기오염물질로 꼽힌다.

그러나 환경 기준 달성률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1993년 환경부는 오존 농도에 대한 환경 기준을 8시간 평균 0.06ppm 이하로 강화했지만, 최근 5년간 이 기준치를 달성한 오존 측정소는 전체의 1% 미만에 그친다. 특히 2014년과 2016년에는 전국 오존 측정소 261곳 중 단 한 곳도 환경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1시간 평균 기준치(0.1ppm 이하)를 만족시킨 곳도 2014년과 2016년 각각 37.5%, 26.8%에 불과했다.

울산에 위치한 석유화학 공장. 인체에 유해한 오존과 초미세먼지(PM2.5)의 원인 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배출한다. 동아일보DB
울산에 위치한 석유화학 공장. 인체에 유해한 오존과 초미세먼지(PM2.5)의 원인 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배출한다. 동아일보DB
고농도 오존은 주로 기온이 높고 일사량이 많은 여름에 주로 나타나는데, 최근 들어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오존주의보가 이어지는 추세다. 지구온난화 여파로 지표면의 평균 기온은 계속 높아지는 반면 오염물질 배출량은 오히려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수도권 기준 2012년 첫 오존주의보는 6월 3일 발령됐지만 2015년 5월 27일, 2016년 5월 17일, 지난해 5월 1일로 점점 앞당겨지면서 올해는 4월 19일부터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해 1, 2위였던 2016년, 2017년 오존주의보는 9월 말까지 이어졌다. 그만큼 연평균 오존 농도는 더 높아졌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 ‘대기환경연보 2016’에 따르면 오존 생성 기여율이 가장 높은 VOCs는 용매로 쓰이는 톨루엔과 자일렌,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로 활용되는 에틸렌 등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기온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대기 질 개선 효과를 보려면 과거보다 배출량을 더 많이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오존은 대기오염물질인 동시에 온실가스이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를 더 가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는 지표에 더 많은 오존을 생성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또 산화력이 강해 초미세먼지(PM2.5)를 생성하는 데도 관여한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한국에선 미세먼지에 집중하고 있지만 결국 오존과 미세먼지는 통합적으로 관리돼야 한다. 중국도 미세먼지에서 오존으로 눈을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목표치(환경 기준)를 실현 불가능한 수준으로 너무 높게 잡은 것은 아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오존#초미세먼지#주범#배기가스#석유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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