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김종건의 아날로그스포츠] “속여야 이긴다” 배구코트의 비밀언어 ‘사인’
더보기

[김종건의 아날로그스포츠] “속여야 이긴다” 배구코트의 비밀언어 ‘사인’

스포츠동아입력 2018-03-29 05:45수정 2018-03-29 05:45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네트를 사이에 두고 경기하는 배구는 상대와 신체접촉이 없는 대신 동료들끼리 다양한 사인교환을 통해 상대를 속이고 우리의 약속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현역 유니폼을 벗은 현대건설의 한유미가 상대 선수에게 보이지 않도록 등 뒤에서 사인을 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보안율 100%…최고의 시크릿 사인은 ‘눈빛’

공격땐 전위 미들브로커가 사인
후위 선수들에 블로킹 방향 표시
수비땐 공격패턴 정하는 가이드

리시브 좋을땐 세터도 다양한 선택
사인보다 완벽한건 선수끼리 ‘눈빛’
가짜사인 노출 후 다른 공격 하기도



사인은 경기장에서 선수들끼리 주고받는 은밀한 언어다. 보안이 유지되는 행동이나 신호를 통해 선수들끼리 작전이나 사전에 했던 약속을 확인한다.

관련기사

야구는 더그아웃의 감독이 1,3루의 코치를 통해 그라운드의 선수들과 수시로 사인을 주고받는다. 물론 투수, 포수, 내야수들끼리도 사인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야구의 사인은 전쟁과 관련이 많다. 야구가 널리 퍼져가던 시절 미국은 남북전쟁을 겪은 다음이었다. 그래서 군사용어가 야구에 많이 반영됐다. 투수와 포수를 배터리(포대)라고 부르는 이유다. 마운드와 홈 플레이트 사이의 투수와 포수가 신호를 주고받는 것을 대포 쏘는 것에 빗대어 말한 것에서 탄생했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경기하는 배구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사인이 나온다. 간혹 선수들의 등 뒤로 엿보이는 수신호의 세계는 흥미진진하다.

패턴공격에 관한 사인을 하는 흥국생명의 세터 조송화. 사진제공|KOVO

● 배구코트에서 사인이 나오는 일반적인 경우

먼저 우리 팀에서 서브를 넣을 때 전위의 미들블로커가 주로 사인을 낸다.

상대 선수들이 보지 못하도록 등 뒤로 보여주는 손가락의 방향을 확인하는 사람은 세터와 후위의 선수들이다. 이 사인을 통해 미들블로커는 내가 어떤 방향으로 블로킹을 하겠다고 알린다. 이에 따라 후위의 선수들은 블로킹의 빈틈을 채우는 수비 포메이션을 정하고 움직인다. 세터도 이 사인을 확인해야 수비 이후 반격 때 어디로 공을 올릴지 결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반대로 상대팀에서 서브를 넣을 때 미들블로커의 수신호는 공격사인이다. 세터는 이를 확인해서 어떤 패턴공격을 할지 미리 교통정리를 한다. 이때 나오는 사인의 주도권은 미들블로커도, 세터도 가질 수도 있다. 평소 팀훈련에서 미리 결정된다. 대부분은 선참 선수에게 우선권을 준다.

사인을 통한 이 약속은 사실 변수가 많다. 리시브가 불안했을 경우는 약속대로 진행하기 힘들다. 어쩔 수 없이 양쪽 윙 스파이커에게 향하는 퀵오픈(C퀵) 공격을 하거나 하이볼 공격, 흔히 말하는 이단공격이 일반적이다.

만일 리시브가 완벽하면 세터는 선택이 다양해진다. 미들블로커가 참여하는 A퀵, B퀵 등의 속공을 길게 혹은 짧게 시도할 수도 있다. 이때 공격수가 앞으로 또는 뒤로 돌아가는 형태의 다양한 변형공격도 옵션으로 추가된다. 백어택과 변형인 파이프공격(중앙후위공격), 여자선수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간차와 이동공격도 있다. 세터는 이때 공의 높낮이를 어떻게 하겠다는 의사도 공격수들에게 미리 알려줘야 한다. 공격수들은 일단 공이 네트를 넘어오면 자신에게 공이 온다는 믿음을 가지고 먼저 움직이고 점프한다. 그래서 배구는 신뢰의 경기이자 분배의 경기이고 서로의 약속(사인)이 필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상대를 속여야 하는 다양한 사인의 세계

현역시절 컴퓨터세터로 유명했던 김호철 남자국가대표팀 감독은 “평소 연습 때 반복훈련 해온 것을 경기 도중에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 사인이다. 볼이 우리에게 오면 4명이 공격할 수 있다. 때리는 사람은 1명이지만 4명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누구에게 공을 줄 것인지는 세터만 알고 있다. 이럴 때 세터가 미리 교통정리를 하고 그에 따라 움직이자면서 모두에게 알려주는 것이 사인이다. 물론 리시브에 따라 모든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약속대로 100% 진행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2012런던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썼던 이숙자 KBSN 해설위원은 “방송해설을 위해 리우올림픽에 갔다가 여러 팀의 사인을 유심히 봤더니 대부분이 우리가 했던 동작과 비슷해서 웃었다. 그래서 국제경기 때는 사인보다는 말로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상대팀에서 우리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고 보고 간단명료하게 줄여서 얘기를 주고받는 것이다.

사인보다 더 보안이 완벽한 의사교환 수단은 눈빛이다. 오래 호흡을 맞춘 선수들끼리는 사인을 생략하고 순간적인 눈빛 교환만으로도 다양한 패턴의 공격을 만들어낸다. 사인은 경기도중에도 수시로 바뀐다. 현역시절 명 센터로 활약했던 강주희 국제배구연맹(FIVB) 국제심판은 “사인은 세트별로 달라지기도 하고 상대가 알아차렸다는 것이 확실하면 즉시 바꾼다. 상대가 사인을 알아채지 못하도록 일부러 가짜 사인을 노출시킨 뒤 다른 공격을 해서 헷갈리게 만들 때도 있다”면서 현역시절의 경험을 들려줬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