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관 조교사 “다음 목표는 세계경마대회 첫 우승”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6월 30일 05시 45분


한국경마 역사상 최단기 1000승의 대기록을 세운 김영관 조교사(왼쪽)가 2009년 11월 화려한 기록을 남기고 물러난 ‘루나’의 은퇴식에 참가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성희 ‘루나’마주. 사진제공 ㅣ 한국마사회
한국경마 역사상 최단기 1000승의 대기록을 세운 김영관 조교사(왼쪽)가 2009년 11월 화려한 기록을 남기고 물러난 ‘루나’의 은퇴식에 참가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성희 ‘루나’마주. 사진제공 ㅣ 한국마사회
■ ‘최단기 1000승’ 김영관 조교사, 경마역사 새로 쓰다

23일 ‘삼정어게인’ 1000번째 우승 선사
신우철 조교사 첫 기록보다 14년 앞당겨
순위 상금만 111억원 한국경마 새 역사

‘경마계의 명장’ 김영관(57) 조교사가 데뷔 14 년 만에 한국경마 최단기 1000승의 신기록을 달성했다. 6월 23일 1경주에 출전한 ‘엑톤블레이드’의 우승으로 999승을 기록한 그는 8경주에서 ‘삼정어게인’의 우승으로 역사적인 1000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6월25일에는 ‘보너스II’의 우승으로 통산 2000승을 향한 새로운 출발을 했다.

경마는 기수보다 말의 능력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며 흔히 ‘마칠기삼(馬七騎三)’이라고 한다. 경주마를 육성하고, 어떤 말에 어느 기수를 태울지 등 전술을 짜는 게 모두 조교사의 몫이다.

조교사는 말과 기수를 선수로 부리는 ‘경마 감독’이다. 한국에선 경마를 도박으로 바라보지만 영국,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는 프로 스포츠로 여기고 감독 격인 조교사의 역할의 중요성도 다 안다. 경마 전문가들은 “김연아 선수 덕분에 전 국민이 피겨스케이팅을 알았듯 김영관 조교사야말로 전 세계 경마 시행국가에 한국 경마를 알릴 최적의 인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영관 조교사는 전남 무안에서 태어났다. 검정고시로 고교를 졸업한 뒤 1976년부터 서울 뚝섬경마장에서 기수로 활동했다. 문제는 체중. 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50kg을 넘으면 안 된다는 규정을 지키지 못했다.

1980년에 기수를 그만두고 식당을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기수 시절에 알고 지내던 조교사의 권유로 1986년에 마필관리사로 경마에 복귀했다. 이후 17년간 뚝섬과 과천경마장에서 말과 함께 잠을 자며 말의 습성을 익혔다.

2003년 조교사 면허를 획득한 뒤 한창 개장을 준비하던 레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2004년 조교사로 데뷔했다.

그의 앞에는 경주마를 소유한 마주들이 줄을 서 있다. 보통 경주마를 소유한 마주들에게 조교사들이 위탁을 부탁하지만 김영관 조교사는 반대다. “내 말을 받아 훈련시켜서 경주에 출전시켜 달라”는 마주들이 그를 모셔가기 위해 경쟁을 벌일 정도다. 김 조교사가 워낙 많은 승리를 이끌어내다 보니 생긴 일이다. 물론 아무나 받지 않는다. 마주를 고른다는 뜻이 아니다. 말의 관상을 본다. ‘루나’가 그랬다. 태어나면서부터 인대염으로 두 뒷다리를 저는 말이었다. “비록 다리를 절었지만 얼굴이 작고 눈이 초롱초롱했다. 심폐기능이 뛰어난 말의 특징인 넓은 어깨를 지녀서 다리가 불편하다는 결점을 충분히 커버할 것 같았다”고 기억했다.

루나는 지금까지 역대 최저가로 기록된 970만원에 낙찰됐다. 김 조교사는 다리를 수술하는 대신 훈련방법을 달리했다. 허리를 강하게 하는 방식으로 스피드를 올린 뒤 경주에 투입했다. 루나는 2005년 경남도지사배를 시작으로 2008년 오너스컵 등 큰 대회를 석권하면서 2009년 11월 은퇴할 때까지 7억5700만원의 상금을 벌었다. 몸값의 78배다. 루나를 소재로 차태현 주연의 영화 ‘챔프’가 만들어졌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누구를 기수로 태울까 생각할 때 마주가 간섭하면 “말 도로 가져가라”고 쏘아버릴 만큼 권위를 얻게 됐다. 14년간 그가 관상을 보고 선택한 경주마들이 벌어들인 순위상금만 111억원이다. 덕분에 국내 최다 연승마 배출(미스터파크 2007년 3월 7일∼2012년 6월 3일), 조교사 부문 첫 시즌 100승 달성(2013 년 104승·2015년 108승·2016년 116승), 9년 연속 다승왕(2008∼2016), 국내 첫 통합 3관마 배출(2016년 파워블레이드) 등의 기록도 세웠다. 2017년에는 두바이월드컵 결승에 나간 ‘트리플나인’을 배출하는 등 한국경마의 굵직한 기록들을 교체해왔다.

이제 김영관 조교사는 한국 경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한국마사회가 공식적인 자료수집 이후 집계된 조교사 부문(서러브렛) 통산 1000승은 서울의 신우철 조교사에 이어 두 번째다. 신우철 조교사가 1000승을 달성하기까지는 28년의 기간이 필요했다. 김영관 조교사는 이 기록을 14년이나 앞당기며 데뷔 14년 만에 1000승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이제 김영관 조교사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세계 최고의 명마들이 출전하는 큰 국제대회에는 한국 경주마가 출전권을 받는 것조차 힘들다. 올해 처음으로 세계 4대 경마대회인 두바이 월드컵에 세 마리를 출전시켜 ‘트리플나인’이 결승전에 출전했고 ‘파워블레이드’는 두바이 현지 경마팬들 사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로 뽑혔다. 분명히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드시 한국산 경주마로 세계최고의 대회를 우승하는 첫 번째 조교사가 되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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