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여성의 감기 ‘질염’, 당당하게 검사하고 초기치료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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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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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질환 예방

고대구로병원 신정호 산부인과 교수가 여성 환자에게 질염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성에게 감기처럼 자주 오는 것이 바로 질염이다. 덥고, 습한 기후에는 질염이 잘 재발하는 만큼 제대로 된 위생관리를 해야 한다.
고대구로병원 신정호 산부인과 교수가 여성 환자에게 질염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성에게 감기처럼 자주 오는 것이 바로 질염이다. 덥고, 습한 기후에는 질염이 잘 재발하는 만큼 제대로 된 위생관리를 해야 한다.
습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특별한 냄새’ 때문에 고민을 호소하는 여성이 많다. 냄새의 출처는 속옷에 묻은 분비물이다. 아직까지는 얇은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혹시 분비물에서 냄새가 날까 걱정이다. 일부 여성들은 냄새를 다른 사람이 맡을까 봐 겁을 내기도 한다.

질염이 원인이다. 질염은 여성에게는 감기와 같이 흔히 나타나는 질병이다. 고온다습한 날씨가 계속되면 세균도 왕성하게 번식한다. 질염의 원인인 곰팡이 균이 자라기 쉬운 환경이 되는 것이다. 바닷가나 워터파크를 이용했다면 물을 통해 세균 감염이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수치심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병에 대해 알면 대처가 어렵지도 않다.

○ 재발 쉬운 칸디다성 질염


여성의 질 안에는 질벽을 보호하기 위해 항상 ‘윤활유’가 분비된다. 건강한 여성이라면 질 안이 약산성을 띤다. 문제는 신체의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균이 침범을 했을 때다. 염증이 생기면서 질염 증상이 나타난다.

아무런 이상이 없어도 질에서는 약간 끈적거리는 분비물이 나온다. 이 분비물은 냄새도 없고 맑다. 하지만 염증이 생기면 질 분비물에서 냄새가 난다. 색깔도 흰색이나 투명한 색깔이 아니라 노란색을 띤다.

원인 균은 여러 가지다. 세균성 질염, 트리코모나스 질염, 칸디다성 질염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곰팡이 균이 원인균인 칸디다성 질염은 여성의 약 75%가 평생에 적어도 한 번 이상 걸린다. 45%는 두 번 이상 재발된다. 이 때문에 ‘여성의 감기질환’이라고도 불린다.

아주 심각하지는 않다. 그러나 가벼운 증상쯤으로 넘어가서도 안 된다. 방치하면 심한 염증이 생긴다. 자궁이나 나팔관에도 균이 번져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배뇨기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임산부는 질염을 조기에 치료할 필요가 있다. 임신 중에는 아무래도 면역력이 떨어진다. 이런 상태에서 트리코모나스균으로 인해 질염이 생기면 임신 중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질염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부부 함께 치료해야

분비물이 많이 증가해 속옷에 묻을 정도라면 질염을 의심하는 게 좋다. 외음부가 가렵거나 불편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물론 생리 전후에 분비물이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는 있다. 그러나 질염에 걸렸다면 분비물이 나오는 기간이 더 장기화된다.

분비물의 색깔도 잘 봐야 한다. 정상적인 냉은 투명하고 하얀색을 띠며 냄새가 별로 나지 않는다. 그러나 질염에 걸렸을 때 나오는 분비물은 노란빛을 많이 띠고, 손가락으로 만졌을 때 끈적거림이 심하다. 치즈나 오징어 냄새가 날 수 있다.

질염 증상이 나타났다면 병원에서 냉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병의 원인균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대로 치료를 받으려면 원인균부터 파악해야 한다. 이럴 때는 주로 산성도 측정이나 도말검사(세균을 현미경으로 검사하는 방법)를 시행한다.

원인균을 파악한 후에는 먹는 약이나 질에 삽입하는 형태의 제품으로 치료한다. 항진균제를 사용하면 대개 2, 3일 내에 증상이 사라진다. 그러나 재발이 잦은 만큼 복용법을 지켜 끝까지 먹는 게 중요하다.

부부 간에 성관계를 통해 서로 옮길 수 있으므로 치료기간 중에는 성 접촉을 피하는 게 좋다. 또 트리코모나스 질염의 경우 남자도 보균자가 될 수 있으므로 함께 치료하도록 한다. 여성만 치료할 경우에는 나중에 성관계를 통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에 삽입하는 형태의 약품은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한 번 삽입으로 약효가 약 6일간 지속된다. 매일 먹어야 하는 약보다 간편한 게 장점이다. 클로트리마졸 성분이 효과적으로 원인 균을 제거해 준다. 또 젖산 성분은 질 내 환경을 약산성으로 유지시켜 질염균이 번식하는 것을 막는다.

○ 지나친 청결이 질염 부추긴다?

질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매일 깨끗한 물로 외음부를 부드럽게 씻어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좋지 않다. 실제 의사들도 “너무 자주, 깨끗하게 씻으려고 하는 게 문제다”라고 말한다. 세정제로 지나치게 여러 번 씻으면 좋지 않다는 것. 비누나 바디워시, 질세정제로 하루에 여러 차례 씻다 보면 오히려 질 내 산성도 균형이 깨지고 면역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질염의 원인균을 막는, 몸에 좋은 다른 균들까지 죽여 버린다.

적절한 습도와 건조함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샤워 후에는 잘 건조된 상태의 속옷을 착용한다. 통풍이 잘되는 면 소재의 하의와 속옷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간혹 드라이기를 통해 외음부와 질을 완전히 건조시키는 여성들이 있는데, 이 또한 좋지 않다. 이 경우 질 안에 있는 정상적인 균들까지 파괴되기 때문이다. 적당히 자연 건조시켜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월경기간 중에는 탐폰 및 생리대를 자주 교환해 주는 것이 좋다.

(도움말=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신정호 교수)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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