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사이언스]식물에게 배운다…아내와 익모초

  • 입력 2008년 5월 28일 10시 05분


초여름에 연한 붉은색 꽃을 피운 익모초
초여름에 연한 붉은색 꽃을 피운 익모초
얼마 전 TV 드라마 ‘이산’에서 보았던 흥미로운 장면이 생각난다.

홍국영의 누이동생인 원빈 홍씨(지성원 분)가 뱃속의 아이를 사산했다. 이 일로 효의왕후(박은혜 분)가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사산한 원인이 효의왕후에게 있다고 누명을 씌운 것이다. 이때 송연(한지민 분)의 지혜로 누명이 밝혀진다. 비밀의 열쇠는 바로 익모초에 있었다.

익모초는 이로울 익(益), 어머니 모(母)의 의미로 실제로 어머니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 이로운 풀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몸에 좋은 익모초가 비밀의 열쇠가 되었을까? 익모초는 혈액 순환에 좋은 풀이다. 그래서 여성들의 생리통이나 생리불순에 효과가 있다. 생리불순으로 임신이 잘 안 되는 경우에 효과가 있고, 또 출산을 한 후에는 자궁 수축을 도와주기 때문에 그야말로 어머니에게 좋은 풀인 것이다.

드라마에서 송연은 평소에 원빈 홍씨가 익모초 달인 물을 오랫동안 복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문제는 원빈이 익모초 달인 물을 아기를 사산했다는 전날까지 마셨다는 것이다. 익모초가 아무리 여성에게 좋다고 하지만, 임신 중에는 복용을 금한다. 자궁을 수축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송연은 이러한 사실로부터 원빈이 애초부터 임신을 하지 않았고, 사산 또한 조작된 것임을 밝혀낸 것이다.

옛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가난한 청년이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갑자기 병에 걸려 눕게 되었다. 돈이 없는 청년은 마을 의원에서 일을 해주는 대가로 약을 조금 지을 수 있었다. 효성이 지극했기 때문에 그마나 의원이 배려해 준 것이다. 약을 먹은 어머니는 병세가 좋아지는 듯 했지만, 더 이상 약을 지어드릴 수가 없었다. 궁리를 한 끝에 청년은 의원이 약초를 캐러 갈 때 몰래 따라가기로 했다. 청년은 의원이 캐는 약초를 눈여겨보았다가 약초를 캘 수 있었다. 이렇게 구한 약초를 달여 마신 어머니는 씻은 듯 병이 낫게 되었다. 이 풀이 바로 익모초였던 것이다.

지난 주 아내와 함께 등산을 다녀왔다. 등산의 매력 중 하나는 하산 후 도토리묵 안주에 들이키는 막걸리 한 사발이 아닐까. 그런데 이번엔 막걸리보다 익모초즙이 눈에 들어왔다. 아내에게 풀 이야기를 자주 하는 터라 ‘이산’에 나왔던 익모초 이야기를 해 주며 한 잔 사주었다.

아뿔사! 몸에 좋은 건 입에 쓰다고 익모초즙 또한 무척 쓴데…. 이미 산 거 안 마실 수도 없고 울며 겨자 먹 듯 마신 아내는 나를 원망했다. 인생에서 쓴맛(?)이 어찌 한두 가지랴! 쓴맛을 알아야 단맛도 아는 법!

이억주 어린이과학동아 편집장 yeokj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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