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Before&After]안면경련 혈관감압 수술

  • 입력 2008년 4월 23일 03시 01분


《대기업 간부인 장동호(49·서울 송파구 문정동) 씨는 13년 전 왼쪽 눈 주위에 경련이 일어나는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로 인해 일시적으로 생기는 경련으로 알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경련은 자주 일고 커지기 시작했다. 사람들과 만날 때 의식적으로 얼굴을 살짝 돌려 왼쪽 얼굴을 보이지 않도록 했을 정도다. 김 씨의 증세는 ‘반측성 안면경련증’이었다. 안면신경이 분포하는 얼굴 근육에 간헐적이고 돌발적으로 수축이 일어나는 증상이다. 현재 장 씨는 경련이 멈췄고 얼굴에 자신감을 찾은 상태다. 그는 어떤 치료 과정을 거쳤을까.》

시도 때도 없이 ‘파르르∼’… 2시간만 수술하면 ‘잠잠’

○ 10년 넘게 안면경련과 싸우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한쪽 눈꺼풀 주위가 떨리는 ‘반측성 안면경련’은 안면신경이 주변의 뇌혈관에 압박을 받게 되면서 생긴다. 안면신경 가닥들 간에 합선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매년 3000여 명의 환자가 이 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심해지면 눈이 감기면서 입이 위로 딸려 올라가는 현상까지 나타난다. 수면 중에 경련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할 때, 낯선 사람과 만날 때면 더 심해진다. 대인관계에 지장을 초래해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장 씨 역시 눈 경련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 자신감을 잃어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장 씨가 먼저 찾은 곳은 한의원이었다. 와사풍이라는 진단을 받고 2, 3개월 동안 한약과 침을 맞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치료를 중단했다.

이번에는 신경과를 찾아 보톡스를 눈 주위에 맞았다. 보톡스 치료는 근육을 마비시켜 안면경련을 멈추게 하는 원리다.

경련은 사라졌다. 장 씨는 10여 년간 보톡스로 안면경련을 막았다. 그러나 오랫동안 보톡스를 맞다 보니 얼굴 비대칭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웃으면 왼쪽 얼굴 근육이 마비돼서 오른쪽 입술만 올라가거나, 오른쪽 눈은 감기는데 왼쪽 눈은 잘 감기지 않았다.

더구나 보톡스는 3∼6개월마다 한 번씩 맞아야 하는데 보험적용이 안 돼 부담이 컸다.

○ 미세혈관 감압수술로 96% 치료

결국 장 씨는 수술을 받기로 했다. 그를 진료한 박관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미세혈관 감압수술’을 하기로 했다. 박 교수는 “미세혈관 감압수술은 성공률이 96%에 이르는 안전한 수술이지만 ‘뇌수술’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피하는 환자들이 있다”면서 “반측성 안면경련을 가진 환자가 이 수술을 받기까지 4, 5년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했다.

장 씨는 수술 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술 중 청력의 기능과 안면신경근육의 기능을 상시적으로 체크할 수 있는 청각 뇌간유발검사와 안면신경근전도 검사장치를 부착했다.

수술은 비교적 간단했다. 안면신경과 이를 누르는 뇌혈관의 간격을 떨어뜨려 주면 된다. 장 씨는 전신마취 상태에서 귀 뒤쪽에 2∼3cm를 절개한 후 2시간 동안 미세혈관 감압수술을 받았다.

뇌혈관에 압박받는 안면신경근을 확인하면 뇌혈관을 분리해 내고 ‘테플론펠트’라고 하는 수술재료를 안면신경과 뇌혈관 사이에 끼워 넣어준다. 그러면 안면신경근이 받는 압박이 줄어든다. 뇌혈관과 합선된 안면신경 사이에 완충제를 넣어 신경 간의 합선을 방지하는 원리다.

보통 60세 이상이거나 안면경련을 오래 앓은 사람일수록 뇌혈관이 안면신경을 심하게 눌러 수술의 난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수술 후 재발 가능성이 거의 없다.

장 씨는 수술 후 의식을 찾자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을 확인했다. 왼편 얼굴 내부 근육의 경련이 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5일간 입원한 후 퇴원했다.

장 씨는 실밥을 뽑고 사흘 후부터 머리를 감을 수 있었다. 일주일 동안 집에서 요양을 한 후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단, 청력이 떨어지거나 얼굴감각이 회복되지 않을 때에는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장 씨는 “이제 대화를 하거나 회의를 주재할 때 왼쪽 얼굴을 감추지 않고 당당하게 생활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얼굴 떨리면 무조건 안면경련?▼

안면마비… 안검경련… 틱장애… 정확한 진단을

안면에 떨린다고 모두 안면경련은 아니다.

흔히 환자들은 안면경련을 안면마비, 안검경련, 틱장애 등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안면마비는 안면신경이 마비되는 현상이다. 반면 안면경련은 주로 눈 주위에서 경련이 시작돼 안면 전체로 퍼지는 질환이다. 안면이 떨리는 증상을 자세히 알아보자.

▽안면마비=안면경련으로 오인되기 쉬운 질환이다. 흔히 한방에서 ‘구안와사’라고 불리는 구안괘사다. 주로 한방치료를 해오던 질환으로 안면신경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뇌종양 때문에 마비되는 증상이다.

안면신경이 혈관에 압박되면서 나타나는 것이 안면경련이라면, 안면마비는 신경이 마비돼 한쪽 얼굴 근육이 움직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입 모양 등이 비뚤어지고 눈이 감기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다. 대부분 자연적으로 호전되고, 심할 경우 스테로이드 고용량 요법 등을 이용한다.

▽안검경련=눈꺼풀이 수 초간, 혹은 수 분간에 걸쳐 떨리는 현상이다. 흔히 잠을 못 자거나 불안증 등의 스트레스가 쌓이면 발생한다.

안면경련증 초기에는 안검경련과 비슷한 증상을 보여 구별이 쉽지 않다. 그러나 안검경련은 눈꺼풀에만 국한되며 대개 2, 3일 지나면 좋아진다. 몸 상태가 정상 컨디션으로 회복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따로 약물치료를 할 필요는 없다. 푹 쉬어서 피로를 풀면 된다. 평소 스트레스를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틱장애=신체의 한 부분이 갑작스럽게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눈을 계속 깜빡인다든지 머리를 흔들거나 어깨를 실룩거리는 증세다. 자주 기침을 하거나 킁킁거리는 것도 포함된다.

틱장애는 정신과적인 이상행동장애의 하나로 안면경련과 유사한 눈 떨림이 있다. 그러나 안면경련과 달리 양 눈에서 나타나며 어깨나 팔 등 다른 운동부위에 경련을 동반한다.

주로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정신집중을 할 때 나타난다. 증세가 심하면 소아청소년정신과를 찾아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대부분 틱장애는 사춘기를 기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저절로 사라진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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