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 싱크대서 처리’ 분쇄기 허용 방침

  • 입력 2008년 4월 16일 03시 01분


“악취서 해방” vs “물낭비 우려”

환경부 “하수시설 좋아져 채택” 환경단체 “퇴비활용 못해”

美-日 등 선진국에 많이 보급… 내년부터 시범실시 계획

주부에게 가장 귀찮은 일 중의 하나가 음식물쓰레기 처리다.

분리 배출이 의무화돼 있어 비닐봉투에 담아야 하는데 악취가 날 뿐만 아니라 때때로 국물이 새서 귀찮게 만든다.

음식물쓰레기통을 같이 이용하는 공동주택에서는 쓰레기가 항상 가득 차 뚜껑을 열 때마다 고개를 돌려야 한다. 여름철에는 악취가 더 심해 고역이다. 앞으로 이런 불편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는 미국과 일본처럼 주방용 음식물쓰레기 분쇄기를 사용하도록 허용할 방침이라고 15일 밝혔다. 현재는 주방용 오물 분쇄기를 수입 제조 판매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

○ 환경부 “불편 해소” vs 환경단체 “허용 반대”

예전에는 음식물쓰레기를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렸지만 2005년부터 분리 배출이 의무화됐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조례에 따라 과태료를 내야 한다. 1회 위반은 5만 원, 2회 위반은 10만 원, 3회 위반은 20만 원 등이다.

환경부는 하수도 보급률이 낮고 하수처리장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주방용 오물 분쇄기를 금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다.

이제는 하수도 보급률(85.5%)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으므로 정책을 바꿀 만한 여건이 됐다고 판단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악취 나는 음식물쓰레기를 들고 나와 버리도록 강요하는 제도가 국민을 불편하게 만들고 위생 측면에서 문제가 있어 규제를 풀기로 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이런 방침에 반발한다. 음식물쓰레기를 싱크대에서 처리하면 하수관에 쌓여 악취가 나고 물 사용이 늘어난다는 이유에서다.

또 사료나 퇴비를 만들 때 음식물쓰레기를 활용하는 자원화 정책에도 역행한다고 주장한다.



○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선진국에서 도입

주방용 오물 분쇄기는 음식물쓰레기를 잘게 갈아서 물과 함께 하수구로 흘려보내는 장치다. 싱크대에서 모두 처리하므로 악취 나는 비닐봉투를 들고 나갈 필요가 없다.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덴마크 등 선진국에서는 많이 보급됐다. 일본도 10년간의 검토 끝에 수년 전부터 사용을 허용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일부 지역에서는 분쇄기 설치를 의무화했다. 중국도 전혀 규제하지 않는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문제는 잘게 간 음식물쓰레기가 하수도를 거쳐 하수처리장으로 흘러가면서 하수처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그래서 일본은 분쇄된 음식물쓰레기를 바로 배출하지 않고 공동주택 단지의 지하 처리시설에서 찌꺼기를 거르는 방법을 채택했다.

서울 강남의 일부 아파트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환경부는 주방용 오물 분쇄기의 수입 제조 판매를 금지한 고시를 개정하고 부작용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내년부터 시범실시에 들어갈 계획이다.

하수관거가 잘 정비된 신도시 지역부터 우선 허용하고 새로 짓는 재건축 아파트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하수관거가 지역적으로 차이가 있어 당장 전면 실시하기는 어렵고 2011년 전국 시행을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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