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필독서 20권]<6>결정의 엣센스

  • 입력 2006년 1월 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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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하나의 의사결정체로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인다는 가정은 많은 것을 설명해 준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것은 아니다.

이런 합리적 모델을 넘어서 의사결정이 형성되는 조직적 과정과 여기에 작용하는 정치적 요소를 함께 고려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러나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이런 다양한 관점들을 보완하고 엮음으로써 세상에 대한 설명은 더 강력해진다.―본문 중에서》

세상일을 하나의 관점으로 설명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무지이자 오만이다. 복잡한 세상을 ‘깔끔하게’ 하나의 입장에서 설명하면 똑똑하게는 보이지만, 현실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이 책은 한마디로 세상이 복잡하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는 책이다. 저자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를 예로 들어 판단 기준에 따라 사태를 분석하는 틀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 준다.

‘냉전 상황에서 왜 소련은 쿠바에 공격용 미사일을 배치했을까?’ ‘왜 미국은 해상 봉쇄로 대응했을까?’ ‘왜 소련은 미사일 철수라는 굴욕적 결정을 했을까?’라는 의문에 대해 세 가지 모델을 제시하면서 전혀 다른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우선 ‘합리적 행위자’ 모델은 미소 양국이 최고 지도자의 의사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일사불란한 체계라고 믿는 것이다. 따라서 목표에 비추어 몇 가지 대안이 가져올 득실을 따져 ‘합리적으로’ 추후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흐루시초프는 1961년 미국이 쿠바 피그 만 공격 실패 때 보여 준 소극적 행동을 근거로 미국이 강하게 대응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했다. 또 케네디는 해상 봉쇄라는 대안을 택해 불필요한 무력 충돌은 피하면서 핵전쟁까지는 안 하려는 소련의 미사일 철수를 끌어냈다는 것이다. 분명 타당한 설명이지만 세상일은 반드시 합리적으로 굴러가지만은 않는다. 의외로 허술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온 게 두 번째 ‘조직적 과정’ 모델이다. 이 모델은 결정권자와 국가기관들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둔다. 긴박한 상황에서 국가기관들의 역할이 체계적으로 맞물려 돌아간다는 보장이 없으며, 이들 사이의 대립은 결정권자의 ‘선택’을 강요하기도 한다. 실제로 미사일 해외 배치에 익숙하지 못한 소련군은 미국의 첩보 정찰에 대해 은폐 작업을 완벽하게 못했다. 케네디의 강경책에 당황해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 면도 있다.

세 번째 ‘관료적 정치’ 모델에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야합의 ‘궁중정치’가 등장한다. 쿠바 미사일 사태에서도 사람들 사이의 이해관계나 친소관계가 작용한 흔적은 곳곳에 있다. 피그 만 사태에서의 실패를 안고 1962년 의회선거를 치르게 된 케네디는 강경책을 써야 했고, 자신이 신뢰하는 측근들의 견해가 해상 봉쇄 쪽이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경영자에게 진실에 대한 겸허함과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고 종합하는 능력의 소중함을 보여 준다. 한 가지 관점에만 의존한 ‘명료한 분석’은 실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가능성을 접는 것이다. 학자의 공부가 ‘자기 관점’을 현실과 비추는 과정이라면, 경영자의 진정한 공부는 다양한 관점을 더해 가며 종합하는 노력이어야 한다. 물론 힘든 일이다. 세상일을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해 보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들고, ‘합리성’의 가정을 넘어설수록 ‘일반 법칙’에서 멀어져 훨씬 많은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찬희 중앙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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