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의 해’ 예산 21억원, ‘코로나19’ 피해 연극인에 사용해야”

  • 뉴시스
  • 입력 2020년 2월 24일 15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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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극협회 오태근 이사장 주장
대한민국연극제 6월서 9월로 연기

한국연극협회가 올해 ‘2020 연극의 해’ 관련해서 책정된 예산 21억원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연극인을 위해 사용하자고 요구했다.

오태근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은 24일 오전 대학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에서 직접 피해를 입은 배우, 스태프 등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연극의 해 예산을 사용하는 것”을 제안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2020년 ‘연극의 해’를 맞아 연극박람회·명품연극 공연·국제학술대회 등의 행사를 지원하겠다며 예산 21억원을 책정했다.

이미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지난 20일 대학로를 방문, 코로나 19 피해와 관련 약 21억의 피해 보전 예산과 30억의 긴급생활자금 융자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한국연극협회는 연극계를 포함한 공연예술 전체 피해를 위한 예산이라며 연극계를 위한 또 다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오 이사장은 “지난 5년 전 5월에서 6월까지 메르스로 인해 속수무책으로 연극계가 피해를 입던 상황 이후, 8월부터 12월까지 지원한 메르스 피해 관련 보상 정책이 정말로 대다수의 현장 연극인들에게 집행이 됐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관광기금과 문예기금을 활용해 공연계에 25억원의 자금을 긴급지원했다. 대학로 소극장 공연 티켓 구매시 한장을 더 제공하는 ‘원 플러스 원’ 제도도 시행했다.

그런데 이 예산과 제도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잡음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오 이사장은 “메르스 사태 당시 연극계에 집행된 피해보상 정책처럼 일부 단체나 개인이 악용할 소지가 없도록 구체적이고 철저한 대책을 세워달라”면서 “당시 작업에 참여했던 배우들에게 집행된 예산은 거의 없었다”고 호소했다.

한국연극협회는 현재 전국적으로 코로나 19 관련 연극인 피해상황을 집계하고 있다. 지금이 연극계 최대 위기라고 진단한 오 이사장은 “현재 4개 지역에서 40건의 피해 신고가 들어왔다”면서 “오늘부터 피해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원로예술인 공연지원사업’은 파행을 빚고 있다면서 “어제 한 대학로 소극장 공연은 관객이 10명이었다. 오늘부터 공연을 중단하는 팀들도 많아졌다. 공연을 취소해서 생긴 피해뿐 아니라 연습 등의 과정에 대해서는 어떤 보상을 해야 할 지 협회가 따져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오 이사장은 현재 상황이라면 6월까지 연극계의 붐업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초 6월에 세종시에서 예정했던 ‘2020 대한민국연극제’는 9월로 연기한다.

정부가 특정 해를 ‘연극의 해’로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 이사장은 “국공립 극장과 사설 대형 극장을 제외하고 자체적인 방역을 진행할 수 없는 소극장들은 정부 당국의 구체적인 지침도 받지 못한 채 공연단체가 마련한 자구책을 마련해 공연을 진행하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연극의 해’라고 명명한 2020년 벽두부터 연극인들은 황당한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2020연극의 해’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몇년 동안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연극계는 공연계에서 코로나 19 같은 위기에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통한다. 오 이사장은 연극계의 고질적인 취약함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극인들을 위한 사회보장제도 같은 구제안을 입법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관객 감소는 물론 공연장이 잇따라 폐쇄되면서 공연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대구, 경북을 중심으로 한 공연계는 패닉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극계 관계자는 “우리에게 공연은 다른 사람들이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처럼 생업과 같다. 무턱대고 공연하지 말고, 공연장 가지 말라는 상황이 더 이해가 가서 안타까울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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