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륜·경정, 인터넷세대를 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2월 4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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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정선수들이 지난 11월28일 일본 오사카 중심부에 위치한 스미노에경정장에서 힘차게 출발선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일본경정은 전화와 인터넷베팅을 허용해 젊은층을 공략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일본 경정선수들이 지난 11월28일 일본 오사카 중심부에 위치한 스미노에경정장에서 힘차게 출발선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일본경정은 전화와 인터넷베팅을 허용해 젊은층을 공략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일본 오사카 경륜·경정 현장을 가다

오프라인 위기, 인터넷베팅으로 극복
투명한 관리로 건전한 베팅문화 정착

여자경륜·심야 레이스 등 다양한 경주
유명 여배우 활용 스타 마케팅도 눈길


“일본에선 경륜·경정의 인터넷베팅에 대한 거부감은 없습니다. 베팅 상한선 또한 없지요. 베팅은 개인이 책임져야 할 몫이지, 정부나 사회가 관여할 부분은 아닙니다. 주식투자를 인터넷으로 하는 것과, 경륜·경정을 인터넷베팅으로 하는 게 무엇이 다르죠?”

일본경륜협회 가츠시 매니저의 말은 인터넷베팅을 규제하고 있는 한국 경륜과 경정에 죽비소리처럼 들렸다. 경륜·경정 등 베팅산업에 전화와 인터넷베팅을 허용하고 있는 일본. 일본도 고객 고령화 등의 여파로 경륜·경정 매출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인터넷베팅, 심야경륜 등 다양한 마케팅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었다.

● “감성을 자극하라”…여배우를 활용한 스타 마케팅

11월29일 일본 오사카 중심부에 위치한 기시와다경륜장의 장외발매소 사테라이토 오사카. 출입구엔 날렵한 오토바이 한 대가 전시돼 있었다. 모터사이클 경주인 오토레이스용 오토바이였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 12월부터 오토레이스 중계해 베팅을 시작하는데 베팅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이벤트였다. 오토레이스 매출은 경륜의 10분의 1 수준. 그러나 한 장소에서 두 레이스를 배팅하도록 해 다양한 베팅과 매출확대라는 두 마리 토리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유명 여배우를 활용한 ‘스타 마케팅’도 눈길을 끌었다. 오사카 스미노에경정장과 기시와다경륜장 및 장외발매소엔 일본 유명배우를 모델로 한 대회 안내벽보가 화려하게 걸려있었다. ‘대상경주’ 등 빅 매치에 젊은층의 관심을 끌기 위한 마케팅을 일환이다. 스미노에경정장 사업부 오가와 차장은 “인기 여배우들이 경륜·경정 모델로 나서도 이미지의 타격은커녕 오히려 대중들에게 친숙히 다가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경정 장외발매소에 붙은 대상경주 홍보포스터. 유명 여배우를 내세워 스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일본경정 장외발매소에 붙은 대상경주 홍보포스터. 유명 여배우를 내세워 스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다양성을 공략하라”…여자경륜과 무관중 심야 레이스

일본경륜이 매출 활성화를 위해 여자경륜을 운영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12년 7월 부활해 젊은층에게 어필하고 있다. 매출액 또한 늘었다. 사테라이토 오사카 히로시 전문관은 “남자경륜은 9명이 레이스를 펼치고 몸싸움이 심해 베팅 맞히기가 만만찮다. 그러나 6명이 레이스를 펼치는 여자경륜은 몸싸움이 덜해 상대적으로 베팅이 쉬워 고객들에게 인기 있다”고 설명했다.

심야 경주도 눈에 띄었다. 일본 스미노에경정장에선 4∼11월 야간 레이스를 개최해 저녁 시간에도 레이싱을 즐길 수 있다. 조명을 받아 선명하게 비치는 수상에서 펼쳐지는 야간 레이스는 낮 레이스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직장인들의 참여율이 높다는 게 스미노에경정장 측 설명이다.

경륜의 경우 ‘미드나이트 경륜’이 돋보였다. 야간에 무관중 레이스를 펼쳐 장외발매소와 인터넷으로만 베팅을 하는 방식이다. 팬들은 굳이 경륜장으로 오지 않아도 되고, 사업체는 관리 인원 최소화와 전력 사용 최소화 등 고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효과를 보고 있다.

“인터넷세대를 품어라”…전화·인터넷베팅으로 젊은층 공략

가장 눈여겨 봐야할 대목은 인터넷베팅. 일본 경륜·경정도 부진한 매출로 고민하고 있다. 일본경륜의 지난해 매출은 6조1206억원(2013년 6조725억원)으로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경정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9조9528억원(2013년 9조4759억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특히 베팅인구의 고령화로 오프라인 매출은 매년 줄고 있다.

일본 경륜·경정은 이를 인터넷베팅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었다. 일본경륜의 경우 인터넷매출은 2013년 1589억원에서 2014년 2790억원 올 10월까지 3788억원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상승세에 있다. 경륜의 전화·인터넷베팅 또한 2012년 2918억원, 2013년 3143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632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일본 경륜·경정은 인터넷베팅으로 새로운 고객시장을 창출하고 있었다.

베팅산업에 대한 일본의 인식은 우리와 크게 다르다. 인터넷베팅은 시행체 및 정부가 베팅자를 관리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게 그들의 인식이다. 일본경륜협회 가츠이 매니저는 “오프라인에서는 누가 얼마를 베팅하는지 알 수 없지만, 온라인에서는 모든 것이 명확하게 드러나 오히려 인터넷베팅이 건전한 베팅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 기시와다경륜장에서 열린 대상경주에서 9명의 선수들이 선두유도원(맨 앞)을 따라 달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 기시와다경륜장에서 열린 대상경주에서 9명의 선수들이 선두유도원(맨 앞)을 따라 달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생각을 바꿔라”…경륜·경정은 레저산업이라는 열린시각 필요

한국 경륜·경정은 어떤가. 베팅산업에서 ‘인터넷베팅’은 금기어에 가깝다. 베팅산업을 관장하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도박중독’을 내세워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법 베팅산업을 지나치게 규제한 결과 불법 베팅시장만 키웠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다.

일본 베팅산업 현장을 둘러보며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한국 경륜·경정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시행처의 다양한 마케팅전략이 필요하다.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심야경륜·경정은 참고할 만하다.

베팅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전환도 시급히 개선돼야할 과제다. 경륜·경정을 건전하게 즐기는 레저산업으로 보느냐, ‘독’을 유발하는 도박으로 보느냐의 시각은 정책수립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베팅산업에 대한 열린 시각이 필요하다. 인터넷베팅 규제와 매장총량 규제가 최선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오사카(일본) |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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