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 과포화…“주파수를 확보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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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주파수 전쟁’ 치열

2012년 우주로 올라간 인공위성 ‘아리랑 3호’는 발사 전 통신용 주파수를 확보하느라 애를 먹었다. 제 성능을 내려면 400MHz(메가헤르츠) 이상의 주파수 대역이 필요했지만 법적으로 쓸 수 있는 주파수를 최대한 동원해도 375MHz가 한계였다. 결국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차선책을 짜냈다. 아리랑 3호의 식별신호부터 주고받은 뒤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수집하는 방식을 새로 개발했다.

인공위성이 사용할 주파수 부족 사태가 세계 각국의 ‘주파수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주 상공 500km 아래 저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은 682기로 과포화 상태가 된 지 오래다. 게다가 최근 인공위성은 해상도가 뛰어난 영상을 전송하는 임무가 많아 과거에 비해 주파수 자원이 더 많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이르면 다음 달 말 발사되는 ‘아리랑 3A호’도 독립 주파수를 할당받지 못하고 아리랑 5호와 동일한 대역을 사용하기로 했다.

○ 아리랑 3A호 5호와 동일 주파수 사용


아리랑 5호와 아리랑 3A호가 사용하는 주파수는 위성 관제용으로 주로 쓰이는 S밴드에서도 2.0∼2.3GHz(기가헤르츠) 대역이다. 안상일 항우연 저궤도위성관제팀장은 “지난해 발사한 ‘아리랑 5호’와 아리랑 3A호가 우리나라 상공을 지나가는 시간대가 다르다”면서 “독자적인 주파수를 할당받는 게 제일 좋지만 운영에는 문제가 없는 만큼 전략적으로 두 위성이 동일한 대역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주파수 부족은 아리랑 3A호 등 저궤도위성보다 정지궤도위성에서 더 큰 문제가 된다. 저궤도위성은 하루 중 자국 상공을 지나는 일정한 시간에만 지상과 통신하는 방식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지궤도위성은 지구 상공 약 3만6000km에서 하루 한 바퀴씩 지구 자전과 동일한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24시간 자국 상공 위에 떠 있다. 24시간 교신이 가능한 셈이다.

정지궤도위성이 안정적으로 통신하기 위해서는 약 2도 간격으로 180기가 운용되는 게 이상적이다. 하지만 각국이 앞다퉈 정지궤도위성을 쏘아 올리면서 지난해 기준으로 485기가 이 궤도를 돌고 있다. 최해진 항우연 위성활용협력센터장은 “최근에는 국가별 협상을 통해 안테나 위치나 각도를 조금씩 양보하고 조절해 다른 위성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위성을 최대한 많이 쏘아 올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발사 예정인 ‘정지궤도복합위성 2A호’와 ‘정지궤도복합위성 2B호’는 S밴드로 지상과 교신하고, X밴드(8.025∼8.4GHz)로 지상에 데이터를 보내도록 설계됐다. 일반적으로 정지궤도위성이 쓰는 Ku밴드(10∼14GHz)를 쓰지 않고 저궤도위성이 주로 쓰는 주파수를 선택했다.

주파수 할당을 총괄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Ku밴드가 한계에 이르자 최근 Ka밴드(18∼30GHz)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안 팀장은 “Ka밴드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 잡음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지궤도복합위성은 기상, 해양, 환경 관측이 주 임무인 만큼 X밴드가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 혼선 커지면 위험대비 취약

주파수 확보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위급상황 대응이다. 국내 첫 정지궤도위성인 ‘천리안’이 2011년 러시아 첩보 위성과 부딪힐 위험에 처했을 때 황급히 천리안을 조종해 10km 이상 떨어지게 만듦으로써 가까스로 충돌을 피한 경험이 있다. 만약 이처럼 긴박한 상황에서 주파수 혼선이 발생하면 위성 제어가 불가능해지고 회피 명령을 내릴 수 없다.

지상 주파수와의 혼선도 위성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다. 2006년 발사된 ‘아리랑 2호’는 2011년 영상 신호에 잡음이 섞여 들어오는 현상이 발견됐다. 백방으로 원인을 찾은 결과 위성 관제센터 인근에 설치한 와이브로(Wibro) 주파수와 혼선이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와이브로 주파수는 2.3GHz로 S밴드와 비슷한 대역이다. 항우연은 결국 와이브로 신호를 반도체 칩으로 필터링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안 팀장은 “우주통신은 수요가 적다 보니 휴대전화 같은 대중용 통신 기술보다 진전이 더딘 측면이 있다”면서 “좁은 대역폭으로도 빠른 전송이 가능한 새로운 우주통신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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