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3초 룰’ 사라지자 3無 코트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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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평균득점 80점 넘는 팀 없고 ② 평균 20득점 선수 없고 ③ 트리플더블 없고
지역방어 가능해진 프로농구… 용병 골밑 득점력 떨어지고 어시스트도 현저히 감소세

프로농구 2012∼2013시즌에 보이지 않는 세 가지가 있다. 경기당 평균 80점 이상을 올리는 팀이 없다. 한 경기에서 못해도 평균 20점은 책임지는 스코어러도 사라졌다. 둘 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팔방미인과 원맨쇼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트리플더블도 보이지 않는다. 트리플더블이 나오지 않은 채 정규리그가 끝난 건 2008∼2009시즌에 딱 한 번 있었다. 이번 시즌부터 폐지된 ‘수비자 3초 룰’이 세 가지가 사라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한국농구연맹(KBL)은 그동안 수비자가 페인트존 안에서 3초 이상 머물 수 없도록 했지만 이번 시즌부터 이 규정을 없앴다.

31일 현재 10개 구단 중 공격력이 가장 센 팀은 35경기에서 평균 76.8점을 넣은 전자랜드다. 경기당 평균 80점에도 못 미치는 화력으로 공격력 1위를 지키고 있는 건 역대 처음이다. 외국인 선수가 한꺼번에 2명씩 뛰던 프로농구 초창기에는 평균 득점이 100점을 넘었다. 2002∼2003시즌에 공격력 1위 팀의 평균 득점이 처음으로 80점대로 내려왔고 이 뒤로 10년 만인 이번 시즌에 70점대까지 떨어졌다. 박건연 KBSN 해설위원은 득점력 저하에 대해 “전반적으로 공격 기술이 수비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여기다가 수비자 3초 룰이 폐지되면서 상시적인 지역방어가 가능해져 득점력이 더 떨어졌다”고 말했다.

수비자 3초 룰의 폐지는 골밑 공격이 많은 외국인 선수들의 위력을 떨어뜨려 놨다. 이러다 보니 득점 1위에 올라 있는 제스퍼 존슨(KT)의 경기당 평균 득점이 19.2점밖에 안 된다. 지난 시즌까지 평균 20점이 안 되는 득점력으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강을준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용병들의 수준이 갈수록 하향 평준화하는 이유도 있지만 수비자 3초 룰이 폐지되면서 득점 성공률이 높은 골밑 근처에서 공을 잡는 횟수가 줄다 보니 용병들의 득점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번 시즌 들어 트리플더블이 나오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리플더블은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가로채기, 블록슛 중 3개 부문에서 두 자릿수 이상을 기록해야 한다. 지난 시즌까지 모두 110차례의 트리플더블이 나왔다. 이 중 106번이 두 자릿수 득점-리바운드-어시스트 조합의 트리플더블이다. 가로채기나 블록슛으로는 웬만해선 트리플더블을 완성하기 어렵다. 강 위원은 “수비자 3초 룰 폐지로 페인트존 안으로 공을 집어넣기가 어려워졌다”며 한 경기에서 10개 이상의 어시스트가 잘 나오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프로농구#3초 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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