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2]선수 나이론 ‘환갑’인 노장들의 금빛 비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9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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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아들에게 금메달을 바칩니다."(유도 90kg급 금메달 송대남)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어섰습니다."(양궁 남자 개인 금메달·단체 동메달 오진혁)
"예전 같으면 황혼기였겠죠. 하지만 전 이제 전성기입니다."(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 금메달 원우영)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운동선수로는 환갑으로 여겨지는 30대 나이에 최고의 무대에서 정상에 섰다. 송대남은 33세, 오진혁은 31세, 원우영은 30세다.

런던 올림픽이 종반부에 접어들었다. 여느 올림픽 같으면 어린 태극전사들의 돌풍이 입에 오를 법한 시기지만 이번엔 유독 노장들의 투혼이 화제의 중심에 있다.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그리고 이번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분석한 결과 그 차이는 확연하게 드러났다. 메달리스트의 나이(야구, 핸드볼은 제외)를 비교하니 2004년 2명, 2008년 3명에 불과했던 30대 메달리스트가 이번 올림픽 들어 12명(9일 현재)으로 수직 상승했다. 반면 2004년 4명이었던 10대 메달리스트는 이번엔 한 명도 없었다.

평균 나이 역시 크게 높아졌다. 2004년 24.6세(34명), 2008년 24.9세(35명)에서 27.1세(37명)까지 높아졌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아마추어로 구성된 올림픽 선수단의 평균 나이가 25세를 넘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스포츠에 한 획을 그을만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번 올림픽 메달리스트 가운데 최연장자는 남자의 경우 탁구의 오상은(35), 여자는 펜싱의 정길옥(32)이다. 이번 올림픽 메달리스트 37명 가운데 17명(45.9%)은 이전에 한 번 이상 올림픽에 출전한 경험이 있다.

금메달을 수확한 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 4명의 평균 나이는 27.8세였다. 이들에 대해 김용율 펜싱 대표팀 총감독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여전히 힘이 남아돈다. 지금 선수 대부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활약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은메달을 딴 탁구 남자 단체 3명의 평균 나이는 32.3세. 4위에 올라 메달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탁구 여자 단체 4명 가운데 3명도 30대였다.

노장들의 선전을 가능케 한 비결은 '몸 관리 업그레이드'가 첫 손에 꼽힌다. 김영수 체육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몸 관리 비법이 최근 몇 년 새 선진국 수준이 됐다"면서 "체력은 그대로인데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니 나이가 들어도 경기력은 오히려 좋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경수 사격 대표팀 총감독은 "술, 담배 등을 하지 않는 선수들이 늘었다.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이젠 선수들이 더 잘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5, 6년 사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선수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부분도 30대 투혼을 이끌어 낸 한 요인. 과거 같으면 팀이 없어 은퇴할 나이의 선수들이 지자체 팀에서 체계적으로 훈련해왔다. 덕분에 대학생 등 20대 초반이 중심이었던 과거 올림픽 무대에서와는 달리 지자체 소속 선수들의 선전이 이어졌다. 실제 이번 올림픽 메달리스트 37명을 조사했더니 19명(51.4%)이 지자체 소속이었다. 2004년 20.9%, 2008년 26.5%와 비교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올해부터 신규 창단 실업팀에 3년 동안 총 3억 원을 지원하는 등 지자체 소속 선수 양성에 발 벗고 나섰다.

과거와 달리 격투기 등 이른바 '힘쓰는' 종목뿐만 아니라 메달밭이 사격, 펜싱 등 노장들이 활약할 수 있는 종목으로 다변화됐다는 해석도 있다.

흥미로운 분석도 나왔다. 한명우 선문대 교수는 "국내 스포츠심리학이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심리 훈련에 대한 반응은 상대적으로 노장 선수들이 더 좋다. 그래서 이들의 성적 향상이 두드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론 다소 싸늘한 시선도 존재한다. 사이클 조호성(38), 배드민턴 이현일(32), 유도 황희태(34) 등 노장들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세대교체에 실패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의 한 관계자는 "비인기 종목에선 20대 초반 선수를 찾아보기도 힘들다. 그러다보니 올림픽이 되면 '그때 그 선수'만 또 바라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
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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