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고졸 청원경찰, 정규직 행원 깜짝 발탁

  • Array
  • 입력 2012년 1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행인을 충성고객으로 만들어” 이순우 우리은행장 직접 발표

청원경찰에서 정규직 행원으로 깜짝 채용된 정민혁 씨(오른쪽)가 ‘우리은행 경영전략회의’에서 이순우 우리은행장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우리은행 제공
청원경찰에서 정규직 행원으로 깜짝 채용된 정민혁 씨(오른쪽)가 ‘우리은행 경영전략회의’에서 이순우 우리은행장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 인천 송도지점의 청원경찰 정민혁 씨(33)는 2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우리은행 경영전략회의’에 참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정 씨는 그냥 ‘우수인력으로 뽑혔다’는 말만 들었지 이날 자신의 인생이 바뀔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행사 중 그의 이름을 부르자 정 씨는 머뭇거리며 연단으로 걸어 나갔다. 이 행장은 “이 청년은 청원경찰의 신분임에도 경쟁사 고객을 우리한테 끌어왔다”며 그를 정규직 행원으로 승진시키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정 씨는 이 은행장에게 큰절을 올리고는 눈물을 쏟았다. 이날 행사에선 창구업무만 하는 텔러인 수원지점 김정숙 대리도 우수한 영업실적을 인정받아 일반직군으로 전환됐으며 다른 두 명의 부지점장도 지점장으로 승진했다.

정 씨는 1998년 인천에서 공고를 졸업했다. 이후 선풍기 제조사 직원, 횟집 일 등을 전전하다가 농협에서 청원경찰 업무를 시작했다. 우리은행 송도지점에서 일을 한 것은 2005년부터다. 지금까지 7년 동안 송도지점 한곳에서만 일했다.

하지만 보안 관리만 맡는 여느 청원경찰과는 달랐다. 그는 “안녕하십니까. 우리나라 우리은행입니다”라며 매일 복도에 나가 인사를 했다. 정 씨는 “제 인사를 받은 손님들에게 ‘들어오신 김에 통장도 만드시고 적금도 드세요. 차도 한잔 하시고요’라고 설득했다”고 했다. 창구에서 가입을 거절하고 돌아서는 고객에겐 상품을 자세하게 설명하며 창구로 다시 가게 이끌었다. 정 씨는 “내가 휴가라도 가면 손님들이 찾을 정도로 ‘단골 고객’도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같은 지점에서 일하던 직원이 “우리 점포에는 이런 청원경찰도 있다”며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리자 칭찬이 이어졌고 소문은 당시 부행장이던 이 은행장에게도 전해졌다.

정 씨는 이제 은행 창구직원으로 새 인생을 시작한다. 처음엔 공과금 수납, 입출금 관리 등 기본업무부터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회에서 각종 차별을 받는 고졸자들에게 희망과 근성을 잃지 말라고 조언했다.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자기 학력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한 번 실패했다고 포기하지 말고 원하는 것이 있다면 백 번, 천 번이고 도전하세요.”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