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한 아파트에서 살아보니…

  • 입력 2007년 4월 16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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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방배동 ‘쌍용 예가클래식’ 아파트 내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쌍용 예가클래식’ 아파트 내부.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아파트 재건축이 사실상 올 스톱 상태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리모델링. 아파트의 뼈대는 그대로 둔 채 평수를 넓히고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사업기간이 비교적 짧은 데다 리모델링 후 아파트 값이 급등한 단지까지 나타나면서 최근 인기가 많이 오르고 있다. 리모델링을 하면 아파트 겉모양이 새 아파트처럼 깔끔해지고 내부 면적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많다. 그렇다면 입주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아파트 내부도 만족할 만큼 바뀌었을까. 올해 1월 국내 처음으로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를 마무리해 화제를 모았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쌍용 예가클래식’(옛 궁전아파트)을 찾아 입주민들에게서 직접 살아본 느낌을 들어봤다. 이 아파트는 리모델링을 통해 36평형이 45평형으로, 42평형이 53평형으로 넓어진 데다 지하 주차장까지 새로 갖추게 됐다.

○“주방에도 전보다 햇빛 잘 들어”

13일 이 아파트 53평형을 찾았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넓은 거실이 눈에 들어왔다. 한쪽 벽면에는 대형 TV가, 거실 중간쯤에는 소파가 일자 (一)형으로 놓여 있었다. 요즘 아파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였지만 TV에서 소파까지의 거리가 3.5m 정도로 넉넉해 보였다. 소파 뒤쪽으로 웬만한 집 안방 크기와 맞먹을 정도로 큰 주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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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인 김인식(61) 씨는 하나의 공간으로 이뤄진 거실과 주방 사이에 소파를 배치해 거실과 주방을 나눴다.

김 씨는 “리모델링을 하기 전에는 지금의 주방 자리에 방이 있어서 거실이 지금보다 좁았다”며 “발코니 반대편 구석에 있었던 주방을 거실 쪽으로 옮겨오면서 거실 공간이 넓어지고 생활하기도 편해졌다”고 말했다.

거실이 남향이어서 거실에 딸린 주방에도 햇빛이 잘 들었다. 김 씨는 “아내가 주방이 전보다 밝아졌다며 좋아한다”고 전했다.

안방에는 붙박이장과 드레스룸, 별도의 화장실이 있었다. 화장실은 리모델링하기 전부터 있던 것이지만 붙박이장과 드레스룸은 새로 설치됐다.

이 아파트 45평형은 53평형에 비해 크기가 작았지만 구조는 비슷했다.

집주인 박면용(72) 씨는 “발코니 바닥에 방수처리가 돼 있어 흙을 날라다 꽃을 심었다”며 “리모델링을 하지 않았으면 꽃 키우는 취미도 갖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민 커뮤니티에서 만난 주민들은 “최근 황사가 심했지만 리모델링 후 새로 설치된 유리창 덕분에 집안에서는 전혀 먼지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늘어난 면적 비해 공간활용도는 떨어져

하지만 리모델링에도 약점은 있었다.

이 아파트의 단점은 거실 한 쪽에 서 있는 기둥. 53평형이나 45평형 모두 현관문을 열고 2m쯤 안으로 들어가면 거실이 시작되는 곳에 가로 1m, 세로 0.35cm 크기의 넓적한 기둥이 있다.

쌍용건설은 거실 안에 있던 다른 기둥은 조금씩 위치를 옮겨 벽 속으로 넣었지만 이 ‘메인 기둥’만큼은 안전을 위해 남겨뒀다. 또 다른 단점은 리모델링으로 면적이 평균 30% 늘었지만 공간 활용도는 다소 떨어진다는 점. 아파트가 옆으로 넓어져야 공간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리모델링은 건물 앞뒤로만 증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쌍용건설 최세영 홍보팀장은 “건축기술의 발전으로 이제 웬만한 거실 기둥은 벽 속으로 감출 수 있다”며 “공사비만 충분하면 공간배치도 새 아파트처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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