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도 암에 걸렸었다…오리주둥이 공룡 척추암 흔적 발견

  • 입력 2003년 10월 28일 18시 20분


코멘트
오리주둥이 공룡의 한 종류인 에드몬토사우루스. -사진제공 알래스카지질학회
오리주둥이 공룡의 한 종류인 에드몬토사우루스. -사진제공 알래스카지질학회
최근 공룡도 암에 걸렸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21일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의 온라인뉴스사이트인 ‘네이처 사이언스 업데이트’는 미국 노스이스턴 오하이오대 의대 브루스 로스실드 박사(방사선학)의 조사결과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700여개의 공룡 표본에서 1만개 이상의 척추를 휴대용 X선 장비로 스캔해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을 얻었다. 조사대상에는 스테고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티라노사우루스처럼 잘 알려져 있는 공룡들도 포함됐다.

검사결과 흥미롭게도 오리주둥이 공룡만 척추암에 걸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오리주둥이 공룡은 70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살던 초식공룡이다. 연구팀은 오리주둥이 공룡에 속하는 97종의 공룡 뼈에서 29개의 종양 흔적을 찾아냈다. 특히 대표적인 오리주둥이 공룡인 에드몬토사우루스에서 악성종양인 암의 흔적이 발견됐다.

로스실드 박사는 “공룡의 종양, 특히 암은 사람의 경우처럼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독일의 과학전문지 ‘자연과학’ 최신호에 ‘공룡들의 종양에 대한 역학조사’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실렸다.

한편 24일 미국 CNN 온라인뉴스는 사우스다코타의 블랙힐스 지질연구소 피터 라르손 소장이 7200만년 전 공룡화석에서 뇌종양의 증거를 최초로 발견했다고 전했다.

라르손 소장은 티라노사우루스의 친척이며 몸길이 7.6m의 육식공룡인 고르고사우루스의 머리화석을 조사하다가 대뇌를 거의 다 차지하는 달걀 크기의 괴상한 조직을 찾아냈고 연구팀의 수의병리학자들과 의사들은 이 조직을 뇌종양이라고 진단했다. 라르손 소장은 “이 종양은 암일지도 모른다”며 “이 때문에 고르고사우루스는 극심한 두통에 시달렸으며 균형을 잡기 힘들어 움직이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이융남 박사는 “최근 공룡 연구는 단순히 뼈 모양을 보고 분류하는 단계를 넘어 첨단의료장비로 뼛속을 들여다보는 추세”라며 “이런 병리학적 연구는 공룡의 생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박사는 “뼈에 새겨진 흔적이 종양이라고 확정짓기에는 곤란한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중생대에는 공룡의 뼈를 갉아먹는 벌레가 존재했다. 특히 혈관이나 영양분이 풍부한 골수는 벌레의 훌륭한 먹잇감이다. 만일 공룡 사체의 골수가 벌레에 파먹힌 후 수천만년간 화석화될 때 빈 부분에 옆 뼈가 들러붙거나 이물질로 채워질 수 있는데 이를 종양으로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