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대통령 “운동이 코로나 치료제”… 황당한 축구 강행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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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축구리그 문 닫는데 ‘나홀로 경기’

대통령은 아이스하키 출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다수 유럽 축구 리그가 중단된 가운데 벨라루스에서 철저한 방역 대책 없이 리그가 강행돼 논란이 일고 있다.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직접 아이스하키 경기를 뛴 뒤 “벨라루스는 축구뿐 아니라그 어떤 것도 취소하지 않겠다”며 강행 의지를드러내고있다. 사진 출처벨라루스대통령 공식홈페이지
대통령은 아이스하키 출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다수 유럽 축구 리그가 중단된 가운데 벨라루스에서 철저한 방역 대책 없이 리그가 강행돼 논란이 일고 있다.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직접 아이스하키 경기를 뛴 뒤 “벨라루스는 축구뿐 아니라그 어떤 것도 취소하지 않겠다”며 강행 의지를드러내고있다. 사진 출처벨라루스대통령 공식홈페이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대부분의 축구 리그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동유럽 국가 벨라루스는 코로나19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리그를 치르고 있다.

벨라루스에서는 지난 주말 프로축구 6경기가 열렸다. 봄에 개막해 가을에 끝나는 벨라루스 프로축구 리그는 19일 개막했다. 29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는 수도를 연고로 하는 두 구단인 ‘FC민스크’와 ‘디나모 민스크’의 라이벌전이 열렸는데 이날 약 3000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마스크를 쓴 관중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웃통을 벗고, 어깨동무를 하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국민은 마스크-윗옷 벗고 응원 29일 디나모 스타디움에서 열린FC민스크와 디나모 민스크의 벨라루스 프로축구 리그라이벌전에서 웃통을 벗은관중이 응원을 하는모습. 민스크=AFP
국민은 마스크-윗옷 벗고 응원 29일 디나모 스타디움에서 열린FC민스크와 디나모 민스크의 벨라루스 프로축구 리그라이벌전에서 웃통을 벗은관중이 응원을 하는모습. 민스크=AFP
알렉산드르 알레이니크 벨라루스축구연맹 대변인은 “우리는 당국이 권장하는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 팬과의 모든 접촉은 장갑을 착용한 채 진행됐다”고 말했다. 최근 벨라루스는 축구뿐 아니라 아이스하키 등도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벨라루스가 스포츠 이벤트를 강행하는 배경에는 1994년부터 장기 집권하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66)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접 국가인 러시아와 폴란드 등이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국경을 폐쇄하고 있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는 완전히 바보 같은 짓”이라고 일축했다.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인 그는 29일 열린 아마추어 아이스하키 경기에 직접 출전해 어시스트까지 했다. 경기 후 그는 “기어 다니며 사느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서서 죽는 게 낫다”며 “차가운 얼음판 위에서 운동하는 게 최고의 바이러스 치료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모든 벨라루스 국민은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보드카를 하루 50mL를 마셔야 한다. 땀 흘려 일하고 정기적으로 사우나를 하라”는 등의 황당한 건강수칙을 권고하기도 했다.

벨라루스가 유럽을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청정지역인 것은 아니다. 인구 945만 명인 벨라루스에서는 30일 오후 10시 현재 94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아직 사망자는 없다. 하지만 “축구뿐 아니라 그 어떤 것도 취소하지 않겠다. 계획한 행사는 모두 주최할 것이고, 신이 코로나19로부터 국민들을 지켜줄 것”이라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근거 없는 자신감 속에 벨라루스는 위태로운 곡예를 계속하고 있다.

과거 바르셀로나와 아스널에서 뛰었던 벨라루스 출신 미드필더 알렉산드르 흘레프(39)는 영국 매체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전 유럽 축구가 멈췄지만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축구를 하고 싶다면 벨라루스 리그에 참가할 수 있다”며 벨라루스 정부 방침을 비꼬았다. 그는 “벨라루스 사람들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무슨 일이 생겼는지 지켜보고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벨라루스#루카셴코#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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